[JBC의 눈]김정은 가케무사
[JBC의 눈]김정은 가케무사
  • JBC까
  • 승인 2020.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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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언론 보도로 불거진 김정은 중태설
한국 정부 김정은 중태설 일축, 지방 시찰
진짜 김정은인지, 가짜 김정은인지 면밀 분석 필요
일본 교토 이온몰 쇼핑 거리에 전시중인 익살스런 김정은 모습.
일본 교토 이온몰 쇼핑 거리에 전시중인 익살스런 김정은 모습.

카케무샤란 16세기 일본의 춘추전국시대, 영주를 대신해 그 역할을 대행한 무사다. 항상 암살 위협에 시달리는 영주를 보호하기 위해 가케무사가 3~4명은 존재했다고 한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가케무사를 동원했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제기해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던 교수가 있었다. 와세다대학 교양학부 시게무라 도시미쓰(重村智計) 교수다.

2003년 여름 일본 도쿄에서 만난 시게무라 교수는 '김정일의 정체'라는 책에서 김 위원장이 2003년에 숨졌으며 성형수술한 4명의 대역이 공식 석상에서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더한 것은 그해 9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권 수립 60주년 기념 퍼레이드'에 김정일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10년간 매년 기념행사에 꼬박꼬박 참석했던 터라 그의 신변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졌을 때다.

당시 국내 언론은 "중국의 의사 5명이 북한을 방문한 채로 아직 돌아오지 않다고 하는 정보가 있다"고 전하면서 김정일의 건강 이상설을 더욱 부풀리게 했다.

사실 얼굴이나 체격이 비슷한 사람을 가케무사로 활용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는 건 어엿한 경호 기법의 하나다. 히틀러는 가케무사를 경호에 활용했다는 문건이 발견됐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베를린 벙커에서 발견된 사체가 경호원의 것이라는 루머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도 권좌에 있을 때 대역을 쓴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난 21일부터 김정은 건강이상설이 제기됐다. 미국 CNN 등 외신들이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과 중태설을 잇따라 보도하면서다.

북한 정권이 중시하는 태양절(김일성 생일·415) 행사에 김정은이 이례적으로 불참한 이후 신변 이상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신변 이상설은 김정은이 지난 15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불참하면서 불거졌다.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은 북한 법에 따라 '주체의 최고 성지'로 규정돼 있다. 북한이 '민족 최대 명절'로 선전하는 태양절에 김정은이 이곳을 찾지 않은 것은 집권 후 처음이다. 김정은이 현재 신변에 변화가 생겨 참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현재 측근 인사들과 함께 지방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정원은 김정은이 원산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국내 한 매체도 정부 당국자의 말은 인용 김 위원장이 최근 강원도 모처에 있는 특각(별장)에 머물며 주변 지역을 비공개로 현지 지도하는 등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해명은 2003년 김정일의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을 때와 비슷하다. 당시 우리 정부는 김정일의 건강이상설을 일축했다. 김정일은 201112월 사망했지만 북한은 대외적으로 김정일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가케무사를 이용해 왔다는 것이다.

2009년 미국의 ABC 방송은 그해 8월 평양을 방문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이 가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을 수 있다는 보도를 했다.

시게무라 교수는 김정일의 대역들은 김정일의 파마형 머리, 튀어나온 뱃살까지 비슷하게 만들어지고 스타일도 반복적으로 훈련해 거의 구분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필요한 경우 성형수술까지 받는다고 한다.

김정은의 중태설을 보도한 외신과 지방에 체류 중이면서 비공개 현지 지도를 하고 있다는 정부의 해명 중 어느 것이 사실인지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현지에 체류 중이면서 현지 지도를 하고 있는 김정은 사진 등이 공개되어야 한다. 북한이 김정은 공개 활동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한다면 면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이 가케무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