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수]볼턴 회고록 읽어보니, "이게 외교였냐"
[단독 입수]볼턴 회고록 읽어보니, "이게 외교였냐"
  • JBC까
  • 승인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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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사진행사에 끼어들기 원해, 북한이 무산 시켜
문 정부가 한미연합훈련 축소에 대해서는 우려했다

 

23일 미국 현지시간에 발매되는 볼턴 회고록
23일 미국 현지시간에 발매되는 볼턴 회고록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하 볼턴)의 회고록 그 일이 있었던 방: 백악관 회고록이 국내에도 큰 파장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23(현지시간) 공식 출간을 앞두고 일부 민감한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면서다. 볼턴 전 보좌관은 자신의 보좌관 시절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남북 및 북ㆍ미 협상 비화 등을 회고록에 담았다. JBC뉴스는 22일 볼턴 회고록을 사전 입수했다. 이 회고록에 드러난 주요 내용을 싣는다.

볼턴이 1차 북미정상회담 제안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했다고 주장했다. 본지가 입수한 볼턴 회고록에 따르면 20183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이 만나자는 초청장을 건넸고 트럼프 대통령은 순간적인 충동으로 이를 수용했다.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미국 입장에선 치밀한 조율 없이 성사됐다는 뜻이다. 볼턴은 "역설적으로 정 실장은 나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제안한 것은 자신이었다고 거의 시인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대통령 특사로 평양에 다녀온 직후인 201838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후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또 모든 외교적 춤판은 한국이 만든 것이었다고 썼ㄷ. 이는 김정은이나 우리(미국)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의제에 더 연관된 것이었다.

볼턴은 2018412일 정 실장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나는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한미일 균열을 유도하는 시도를 막기 위하여 비핵화에 대한 논의를 피하라고 촉구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에 정 실장은 같은 달 24일 남북공동선언이 2쪽짜리 일 것이라고 전했고, 비핵화에 관해 구체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일본 아베 총리에게 김정은의 최근 방중 목적에 대한 의견을 문의했다. 이에 대해 아베는 북은 미국의 무력행사 가능성 또는 중국으로부터 지원되는 원유를 차단하는 상황을 우려한다. 며칠 전 미국의 시리아 공습은 북한과 러시아에 많은 시그널이 되었을 것이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싱가폴 정상회담을 앞두고 2018528일 아베와 통화를 했다. 아베는 문 대통령의 지극히 낙관적인 견해와는 대비되는 주장을 펼쳤다. 아베는 김정은을 믿지 않으며, 비핵화와 일본인 납치문제에서 구체적인 공약이 필요하다며 오바마 대통령보다 더욱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볼턴은 4.27 판문점회담은 실질적 내용은 거의 없는 DMZ 축제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018428일 한미 정상 통화에서 김정은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포함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에게 1년내 비핵화를 할 것을 요청했고, 김정은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남북미 3자회담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그는 당초 회담을 판문점에서 한 뒤 후속 남북미 3자회담을 갖자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김정은이 싱가포르를 선호한다고 하자 한발 물러섰다. 문 대통령은 트럼트 대통령의 리더십을 칭찬했다.

볼턴은 자신이 나중에 한미 정상 통화를 거의 죽을뻔한 경험이라고 하자, 폼페이오 장관이 사우디에서 대화를 듣던 중 심장마비가 왔다고 응수했다고 밝혔다.

볼턴은 정 실장이 201854일 세 번째로 워싱턴을 방문해 판문점회담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한국은 김정은에게 ‘CVID’에 동의하도록 밀어붙였고, 김정은은 이에 따르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에 이르면 구체적인 것은 실무 수준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촉구하면서 북한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비핵화를 완수한 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측은 한미 연합훈련 맥스 선더를 문제삼고 나오면서 미북정상 회담을 취소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한미 연합훈련의 준비태세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지 않고, 동 훈련이 김정은을 거스를 뿐 아니라 끔찍이 비싸기만 하다고 언급하면서 큰 문제를 삼지 않았다. 반면, 유화적인 문 정부가 한미연합훈련 축소에 대해서는 우려했다.

2018522일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남북미 3자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에 동참하기를 원했다. 심지어 6.11 회담 전날까지 오고 싶어 했다.

문 대통령이 20196월 말 트럼프-김정은 판문점 회동 때처럼 이번에도 사진행사에 끼어들기를 원했다.

볼턴은 이런 구상을 무산시킨 것은 북한이었다고 밝혔다. 김영철은 201861일 백악관을 방문해 이건 북미회담이라며 남한은 필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북한이 3자회담엔 관심이 없다고 한 것이 트럼프, 김영철 회동의 유일한 좋은 소식이었다.

볼턴은 회고록에 김정은 친서 해프닝도 담았다. 켈리 비서실장이 김영철 부위원장을 안내해 집무실로 안내했다. 켈리가 나중에 말해준 바로는 김영철은 몹시 긴장했다. 백악관 웨스트윙에 들어서자마자 김정은 친서를 차에 두고 왔다는 것을 떠올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측에 줄 선물을 고민했다. 선물은 커프스링크’(셔츠나 블라우스의 커프스를 여미어 고정하는 장신구) 였다. 상자 하나가 구겨진 것을 발견한 트럼프가 개인 비서에게 네가 망쳤어. 다른 것을 갖고 와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볼턴은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밝혔다. 볼턴은 우리의 논의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는 한국전에 대한 종전선언이었다나는 처음에는 종전선언이 북한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후에 이것이 자신의 통일 어젠다를 뒷받침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종전 아이디어는 그것이 좋게 들린다는 점을 빼고는 (채택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 일주일 전까지 종전선언을 언론 점수를 딸 기회라는 생각에 빠졌다. 이를 하나의 제스처이자 언론홍보용 횡재로 여겼을 뿐 국제관계에 미칠 중대한 영향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뒤따랐다.

미북 싱가폴 회담 관련, 폼페이오 장관이 회담 준비 브리핑을 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이건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핵심 내용이 빠진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기자회견을 열어서 승리를 선포하고 이곳을 빨리 뜰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북한을) 제재하면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회담 뒷얘기도 썼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고, 트럼프아주 명석하고 비밀스럽지만 인간적으로 괜찮은 사람, 훌륭한 인격을 지닌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더 이상 핵실험은 없을 것이며, 불가역적 방법으로 비핵화를 하겠다고 언급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볼턴에 의하면 당시 김정은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강경파가 있기 때문에 자신이 쉽게 극복할 수 없는 내부 정치적 장애물이 있다면서 북한 내에서 대중의 지지를 얻을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지쳤다면서 훈련 범위를 축소하거나 없애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뒤 4·27 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군사훈련 문제를 제기했지만 미국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에 연합훈련이 도발적이고 시간과 돈의 낭비라고 대답했다. 그는 군 장성들의 생각을 꺾겠다면서 양측이 선의로 협상하는 동안 훈련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북한이 미국에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고 당시 회담장 안에 있던 폼페이오와 켈리에게 동의하는지 물었다.

두 사람 모두 동의했다. 그러나 볼턴은 연합훈련 문제는 사전에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은 내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볼턴은 북한의 강경파가 군사훈련에 대한 트럼프의 결정에 감명받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미국에 많은 돈을 절약해 줬다는 말까지 했다. 김정은과 동석한 김영철과 함께 웃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더 이상 북한의 위협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트럼프와 김정은 두 사람 중 누구 책상위에 더 큰 핵단추가 있는지 비교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20181월 김정은이 내 책상위에 핵 단추가 있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내 핵단추가 더 크다고 했었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엔 제재 해제가 다음 주제가 될 수 있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 논의에 열려있지만 수백 개의 새로운 제재를 언급할 게 남았다고도 했다.

김정은은 워싱턴의 대북 초강경파인 볼턴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김정은이 볼턴에 나를 믿을 수 있나라고 묻자 볼턴은 진실도 거짓말도 할 수 없어 대통령이 믿으면 거기서부터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정은은 내가 (북한내) 강경파들에게 당신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신뢰구축은 개소리라며 북한에 화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201876~7일 방북했지만 김정은도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때 폼페이오는 워싱턴으로 전화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신뢰구축은 개소리였다며 화를 냈다. 볼턴은 이를 트럼프가 몇 달간 한 말을 중 가장 똑똑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우리가 왜 한국전쟁에 참여했고 그렇게 많은 부대를 보냈는지 이해지 못한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볼턴은 폼페이오의 당시 방북의 가장 큰 목적 중에 하나는 트럼프가 사인한 엘튼 존의 로켓맨 CD’를 전달하는 것이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폼페이오가 김정은을 만나지 못하면서 이는 실패로 돌아갔다.

볼턴은 연예편지 내용도 일부 공개했다. 김정은이 8월부터 연애편지라 불리는 친서를 보내 곧 만나자고 제의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을 서둘렀다. 9월에는 김정은을 직접 백악관으로 초청하려고 했다.

볼턴은 트럼프에게 하찮은 작은 나라 독재자가 쓴 편지이며, 그가 폼페이오를 만날 때까지 트럼프 대통령과는 만날 자격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당신은 왜 그렇게 적대감이 많으냐며 폼페오에게 “11월 중간선거 이후 김정은을 만날테니 전화를 걸어 요청하라고 지시했다.

볼턴은 하노이 회담 노딜에 대해서도 밝혔다. 2019228일 회담은 결국 무산으로 결론났다.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 전날 비건의 문안을 좋아하지 않는다지나치다라고 하며 실무협상팀 초안을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버리지는 내가 가졌다', '나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나는 떠날 수 있다'를 핵심 포인트로 삼았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담을 방해하고자 했기 때문에, 역시 "떠나도 괜찮다"라고 이해시켰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사전에 '빅딜''스몰딜', '걸어 나가기' 등 세 가지 결과를 예상했으며, 극적이지 않고 제재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스몰딜'은 거부했다고 한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회담장을) 걸어 나가기'라는 선택지가 남아 있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비했다는 것이다.

이런 결정은 "여자가 당신을 차기 전에 당신이 여자를 차라(ditch the girl before she ditches you)"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철학에 따라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실제 회담이 열린 하노이에선 자신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의회 청문회를 지켜보며 밤을 새웠다고 한다. 그는 이 과정에서 짜증을 내며 "스몰딜과 (회담장) 걸어 나가기 중 어느 게 더 큰 이야기인가"라고 물었다.

마이클 코언 변호사 청문회를 보느라 밤을 새운 트럼프는 회담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스몰딜과 걸어나가는 것중 뭐가 더 기사거리가 되겠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회담 도중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영변 핵시설 폐기 외에 추가적인 제안이 있는지 물어봤고 이 과정에서 '부분적인 제재 완화'도 시사했다고 볼턴은 설명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 제안을 받지 않은 대신 영변 핵시설의 가치에 대해 길게 설명하며 그동안 요구해왔던 '단계적 접근법'을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하기를 설득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핵폐기-제재 해제'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미국 내 정치적 파장이 엄청날 것이며 재선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정치적으로 어떤 해도 끼치길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는 발언도 소개했다.

, 마지막까지 합의가 없더라도 김 위원장은 '하노이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를 원했지만 결국 무산됐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하노이 정상회담이 타결됐다면 이는 미국에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쁜 협상'이 될 수도 있었던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건 결론적으로 '좋은 협상'이었다며, 앞서 열렸던 싱가포르 1차 회담도 깨지기를 바랐다고 강조했다.

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 올 때 '영변 핵 시설 포기와 모든 제재 해제'라는 한가지 전략만 가져왔고 대안이 없었다는 점에 놀랐다고 말한 사실도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을 통해 전했다.

'판문점 회동'이 열린 지난해 630일 당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이 문 대통령의 동행을 수차례에 걸쳐 거절했지만 문 대통령이 동행 입장을 계속 고수해 관철했다는 내용도 회고록에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과 달리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만나자고 요청했다고 설명하면서 문 대통령도 같이 가서 만나면 보기에 매우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이 전했다. 그러나 볼턴 전 보좌관은 "이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에게 말한 것과 상반되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대화에 끼어들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의 형식을 포함, 북한 측과의 조율 내용을 전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만남을 갖는 것이지만, 김 위원장이 한국 땅에 들어섰을 때 자신이 그곳에 없다면 적절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이 전했다. 자신은 김 위원장에게 인사를 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를 넘겨준 뒤 떠나겠다는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이 다시 끼어들어 지난 밤 문 대통령의 견해에 대해 제안했지만, 북한이 거절했다고 전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참석하길 바라지만 북한의 요청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문 대통령은 그간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대통령들은 많았지만, 미국 대통령과 한국 대통령이 함께 가는 것은 처음이라며 주장을 꺾지 않았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다면서 '이 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경호처가 일정을 조율하고 있기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재차 거절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금 알고 있으며 김 위원장이 자신을 만나기를 원한다는 것을 안다면서 문 대통령에게 서울에서 자신을 DMZ로 배웅한 뒤 판문점 회동 후 오산 공군기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이 전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DMZ내 오울렛초소까지 동행하겠다면서 그다음에 무엇을 할지는 그때 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이 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원하는 어떠한 것도 괜찮다며 DMZ OP에 함께 갈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군사분계선에서 손을 맞잡고 미국 대통령 최초로 군사 분계선을 넘었다가 되돌아온 뒤 이러한 장면을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지켜보던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 곁으로 걸어와 김 위원장과 악수하면서 남북미 세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바 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은 채 자유의 집에서 북미정상 회동이 이어졌다.

북한은 당시 사진 촬영 후 대규모 확대 정상회담이 아닌 약 40분 길이의 '2+2' 형식을 선호하며 리용호 당시 외무상의 배석을 계획하고 있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 썼다. 당시 미국 측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이 배석했다.

작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북한까지 비행기로 태워다 주겠다는 제안도 했다고 한다.

트럼프가 회담 도중 저녁을 취소하고 북한에 비행기로 데려다 주는 게 어떤지를 묻자, 김정은은 웃으며 그럴 순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하노이 회담 당시 김정은은 비행기로 4시간 정도 걸리는 평양~하노이를 전용열차로 이동했다. 중국을 가로지르며 왕복 4500를 기차로 오가는 데만 66시간이 걸렸다.

김정은이 먼 길을 왔다는 얘기를 하고 나서, 트럼프는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의 정의를 정리한 자료와 비핵화를 할 경우 보장되는 북한의 밝은 미래를 담은 자료를 건넸다. 그리고 트럼프는 하노이에서 계획한 만찬을 취소하고 북한까지 비행기로 데려다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볼턴은 회고했다.

김정은은 웃으면서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단한 그림(quite a picture)이 될 것이라고 행복하게 말했다. 하노이 회담은 결렬로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노딜이후 한달 쯤 지난 뒤부터 하노이에서 자신이 너무 강하게 나갔던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볼턴은 문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 폐기가 불가역적 비핵화의 첫 단계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이를 조현병적 아이디어라고 비난했다.

볼턴은 2019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문 대통령이 영변을 매개로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비핵화 접근 방식에 대해 조현병적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조현병은 정신분열병의 일종으로 사고와 감정, 지각, 행동 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서 이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즉 미국과 북한의 입장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비핵화 접근법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대화에서 미국이 북한의 '행동 대 행동' 방식을 거부했는데도, 영변 폐기가 불가역적 비핵화의 의미 있는 조치라고 한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를 정 실장이 또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는 넌센스"라며 문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행동 대 행동'과 매우 비슷하게 들리는 중국의 '동시적이고 병행적인 접근법'을 문재인 대통령이 지지하는 것만큼이나 넌센스"라고 말했다.

미국은 하노이 이후 남북간 접촉이 없음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햇볕정책이 가시적 성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해온 문 대통령은 비핵화 및 남북관계 관련 북한의 냉담함이 정치적으로 안 좋다는 데 우려했다. 이 과정에서 문 정부는 희생양을 찾고 있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판문점 또는 해군 군함 위에서의 만남을 제안하며 극적인 결과를 이끌 수 있는 시각, 장소, 형식에 대한 극적인 접근법이 극적인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후 말미에 내가 서울로 돌아가면 북측에 6.127.27 사이에 3차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북측에 제안하겠다고 했다.

2019628일 오사카 G20에서 열린 미독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김정은이 어떻게 다시 협상을 시작할지 모른다며, 본인이 김정은을 판문점에서 다시 만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볼턴은 이는 미 대표단이 처음으로 판문점 회동에 대해 듣는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그해 629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회동을 제안하는 트위터를 게재했다. 볼턴과 폼페이오는 이 회동이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근처에 얼씬거리지 않기를 바랐다. 문 대통령은 필사적으로 3자 회동으로 만들려 했다. 볼턴은 자신은 오히려 이렇게 되면, 회동 자체가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슬쩍 기대했다고 썼다.

문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은 회동을 성사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본인없이 김정은이 남한 영토로 들어오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일 것이라며, 김정은을 맞이한 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계하고 떠나겠다고 제안했다.

폼페이오는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를 전날 밤 북측에 제안했으나, 북측이 거절했다고 회고했다.

20197월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전 보좌관에게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50억 달러, 80억 달러(의 방위비 분담금)를 얻는 길은 모든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이라며 “(이는) 협상에서 당신을 강력한 위치에 있게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 국방부의 창의적인 회계 기술로 어떤 (분담금) 액수든 정당화할 수 있다분담금이 얼마면 만족할지는 트럼프만이 알고 있다고 적었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 위협을 가장 효과적인 협상카드로 인식하고 참모들에게 이를 언급했다고 썼다. 한국의 경우에는 안보상황 등을 활용하여 협상에서 우위를 갖는 방안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텔레비전을 판매하는 특권을 누림으로써 미국은 연간 40억달러를 잃고 있다면서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 비용으로 연간 50억달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다른 나라들은 상당히 더 많이 지불하는 것을 제안했다면서 다음 협상 단계에서 한국이 좀 더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한국(그리고 일본, 유럽 동맹들)과의 관계를 몹시 괴롭혔던 이슈 중 하나는 미군 기지를 유치한 나라들이 내야할 비용 분담에 관한 문제라면서 셀 수 없이 많은 논의 후에도 우리가 한국을 지키기 위해 거기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흔들리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한편, 청와대는 볼턴 회고록에 크게 반발했다. 사실관계도 맞지 않을뿐더러 정상 간 외교문제를 함부로 발설하는 것이 양국 신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특히 볼턴 전 보좌관의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을 향해 적절한 조치도 요구했다.

정 실장은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미북정상회담 과정에서 볼턴 전 보좌관의 카운터파트였다. 그러나 협상 파트너였던 볼턴의 폭로로 정 실장이 난처한 상황에 빠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