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보수의 길, 박근혜를 버려라
대선 이후 보수의 길, 박근혜를 버려라
  • JBC까
  • 승인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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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저녁 11시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이 사실상 굳어질 무렵, 여기저기서 카톡과 문자가 날아왔다.

대부분 내용이 “정 선생님, 이제 우리(보수 우파) 어떻게 해야 합니까?” 몇몇 사람들은 전화까지 걸어왔지만 진부하고 답없는 대화가 될 거 같아 일부러 받지 않았다. 이런 문자와 전화는 10일에도 끊이질 않았다.

이미 판세가 끝났는데 무엇을 어떻게 하겠단 말인가. 어쩜, 몇몇이 나한테 보낸 이런 문자와 카톡 등은 모든 보수 우파 세력들이 느끼고 있는 심경이 아닐까 싶다.

따지고 보면 이번 대선은 패배가 예상되었다. 이미 좌파 쪽에선 대통령 탄핵 후 지난 7개월 동안 대선을 준비 했었다. 어쩜, 지난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 출범 후부터 정권 교체를 위한 준비를 아주 치밀하게 착실히 차근차근 진행해왔을 것이다.

그런 판세와 상대의 전략을 모르는 우파 쪽에선 ‘설마 좌파진영에선 그렇게 까지 했을까’라는 낭만적 자답을 하며 애써 무시했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보수 우파는 이번 대선을 겨우 2개월 준비를 했었다. 대선에서 승리를 기대하는 것은 마른하늘에 천둥이 치도록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번 대선 기간 많은 보수 우파 측 사람들은 나에게 대선 판세와 관련한 질문을 많이 던졌다. 나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문재인 승(勝).”

이때부터 보수 우파 쪽 사람들은 갑자기 돌변한 후 입에 거품을 물고 공격을 해댄다.

“혹시 정 선생 좌파 아닙니까?”, “문재인 첩자 아냐?” 별 소리를 다 들었다.

나는 진정 태극기를 든 사람들이 말하는 보수 우파, 또 그들이 규정한 보수 우파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내가 지난 7개월 동안 보수 우파 세력을 보고 내렸던 그들의 보수 우파 규정은 이랬다. ▲집회에서 태극기를 들었던 사람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쳤던 사람▲사드 한국 설치 찬성▲김정은과 북한 핵 미사일 비난하는 사람▲문재인을 두둔해선 안되고▲반공주의자.

그런데 보수 우파 규정은 분열을 거듭하면서 기형적으로 정리되었다. 대선 기간 보수 우파가 홍준표냐, 조원진이냐, 유승민이냐를 놓고 갈라서면서부터다.

보수쪽 상대 후보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진짜보수’냐 ‘가짜보수’냐 나뉘어졌다. 그 규정과 기준이 천차만별이었지만 가장 많이 나돌았던 키워드가 ‘배신자’, ‘애국팔이’ 등 보수가 보수에게 돌을 던지는 이전투구 였다.

보수 우파 끼리 상대를 헐뜯고 비난하고 비방하고 음해까지 했다. 결국 보수 우파는 분열된 채 이번 대선을 치렀다. 이러고도 이번 대선에서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해온 좌파 후보를 상대로 이기겠다는 것은 양심도 없는 어리석음이다.

나는 또 보수의 프레임을 보아왔다. 나는 보수든 좌파든 한 곳에 빠지거나 매몰되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어 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싶어 하는 것을 경계해왔다.

보수 우파 사람들이 대선 판세를 질문해놓고 내가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견해를 밝히면 무조건 ‘좌파’로 규정했다.

탄핵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태극기 집회 현장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는 그들 앞에서 이번에 대통령 탄핵이 된다고 말하면, 어김없이 버럭 화를 낸 후 좌파로 공격해댔다.

나는 나의 뜻과 상관없이 하루에도 좌파의 천당과 지옥에 보내지곤 했었다.

내가 굳이 보수측에서 듣기 껄끄러운 말을 한 이유가 있다. 현 판세를 제대로 보고 알아야 한다는 의미이자, 전략 수립을 단디 해서 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충고였다.

이번 대선에서 보수 우파들의 승리 전략은 그야말로 전무했다. 앞서 탄핵 후 행동지침과 전략도 사실상 제로였다.

오직 착각과 망상에 사로잡혀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면 패잔병 당나라 부대 저리 가라다. 우왕좌왕, 마치 갈 길을 잃은 사슴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당황한 나머지 감정과 분노로 대응했었다.

현재 SNS 상에는 “대통령 불인정” “문재인 탄핵 돌입” “대통령 선거 무효” “부정투표” “다시 태극기를 들자”는 등 별의 별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이번주 부터 다시 서울 시청 대한문 입구에 다시 모여 태극기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태극기 집회를 여는 목적이 무엇인가. 다시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목적이 무엇인가. 분열된 보수들을 다시 집합 시키려는 목적이 무엇인가.

SNS상에 나돌고 있는 대통령 당선 무효, 나아가 대통령 탄핵 동력을 이어가기 위함인가. 즉,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으니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의 보복과 복수인가.

나는 이런 보수의 흥분과 2% 부족한 보수의 행동을 볼 때 면 씁쓰레한 웃음이 나온다. 흔히들 인생은 스포츠 승부세계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승부세계에서 승자의 법칙이 있다. 우선 상대든 팀이든 철저한 분석을 해야 한다. 그 다음 그 분석에 따른 전략과 전술을 수립해야 한다. 승리를 향한 갈망과 정신 무장 역시 필수 요소다. 승부의 세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선수와 지도자의 흥분이요. 즉흥적 판단과 기분에 따른 행동이다.

하물며, 스포츠 승부의 세계에서 조차 승리를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승리 법칙이 이럴 진대. 대통령 탄핵 이후를 대비한 나아갈 방향과 전략 전술의 부재. 대선을 앞두고도 오직 태극기만 들면 승리할 것이란 아주 망상적 상황에서 승리를 기대하는 것은 사기다.

보수 세력들에게 고하고 싶다. 이제는 망상과 착각에서 벗어나라. 그 첫 번째 벗어나야 할 대상이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은 부당했다. 그런데 보수 우파가 마냥, 박근혜 탄핵과 구속의 늪에서만 허우적 된다면 보수의 앞날이 극히 어두울 수밖에 없다.

반문하고 싶다. 지난 7개월 동안 그 엄동설한, 보수 우파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반대를 목놓아 외쳤다. 그리고 네 사람이 목숨마저 잃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스러워 했고, 피눈물을 흘려야만 했었다. 앞서 올초 박 전 대통령은 한 보수 인터넷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기획탄핵과 진실을 외쳤다.

많은 애국 보수 우파들은 박 전 대통령이 말했던 진실과 기획탄핵의 실체를 궁금해 했고, 알고 싶어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입이 한번은 열릴 것으로 기대 했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이틀 뒤 3월 12일 저녁 마치 야반도주 하듯이 청와대를 빠져 나와 강남 삼성동 사저로 가버렸다. 그 때 사람들은 박 전 대통령이 입을 열 것으로 기대했었다.

최소 애국 열사들 네 사람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그들을 향한 명복의 목소리라도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없었다.

다음날 박 전 대통령이 정치권 혹은 다른 제 3자를 통해서라도 ‘진실의 입’을 열어 줄줄 알았다. 그런데 제일 먼저 맞았던 사람은 미용사였다. 역시 침묵했다. 그날 아침 삼성동 사저를 찾았던 김평우 변호사 등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역시 검찰 출두 전-후, 구속 되기 전-후에도 단 한마디도 없었다. 나는 박 전 대통령의 진실이 무척 궁금했다. 그것은 대통령 박근혜의 진실 이전에 박 대통령은 역사 앞에 그 진실을 밝혀야 할 엄숙함이었다. 누가, 왜 어떤 의도로 탄핵을 기획했는가를 밝혀서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오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도 박 전 대통령 입은 결국 열리지 않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번 대선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의 입이 한번이라도 열리기를 기대했었다. 그의 입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입의 골든 타임’은 끝났다. 탄핵을 당했다, 구속이 되었다. 이번 대선에서 보수 우파는 졌다. 이제 때는 지나갔다. 박 전 대통령의 입이 열려본들, 의미없다. 그의 목소리는 이미 자기 변명과 합리화로 치부될 것이다. 진실은 진실을 밝히고자 할 때 진실은 빛난다.

보수 우파는 아주 차갑게 냉철해져야 한다. ‘그럼에도’ 이런 박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가야만 하는가. 아니면 ‘그렇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 카드는 이제 던져야만 할까. 그 선택은 보수 우파가 해야만 한다.

또 보수 우파는 빨갱이와 종북적 보수, 반공적 보수, 반 김정은 식 보수 우파 논리에서도 탈피해야 한다.

이런 보수의 논리와 사고로는 더 이상 젊은 층을 보수로 끌어들이지 못한다. 이번 대선에서 60대 이하는 사실상 문재인 후보에 ‘몰빵’했다. 홍준표 후보는 60대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종북좌파’ 척결이란 슬로건이 60대 이상은 결집시켰지만 역으로 그 이하가 외면했다. 더 이상 종북적 보수가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방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만을 위한 보수 논리와 사고, 이런 종북적 보수에서 탈피해서 새로운 보수 우파의 물결을 일으켜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세계 각국의 보수단체와의 연계를 통한 글로벌적 보수, 나아가 민주주의와 시장 자유경제질서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가치를 지켜내는 신자유주의 보수운동이다.

그리고 좌파가 조직했던 시민단체 성격의 조직 결성을 통한 시민운동을 이끌어 가야 한다. 그리고 의식의 성숙함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학습도 병행해야 한다.

지금처럼 즉흥, 흥분, 감정이 뒤섞인 호소형식 보수팔이는 결국 그들의 덫에 걸려들어 궤멸 당한다.

나는 이런 보수의 뉴전략이 수립되면, 이 뉴전략을 토대로 예컨대, 자유한국당 등 보수적 정치집단과 전술적 연계를 통한 윈-윈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이번 대선에서 선전했던 홍준표 후보와 김진태 등을 보수의 아이콘으로 재무장 시킨 후 비록 대선에선 패했지만 그들을 진정한 보수의 리더적 대통령이요, 보수의 리더적 국무총리로 생각하고 믿고 따라야 한다.

보수는 홍준표 등에게 힘을 실어주어야만, 홍준표는 그 보수의 힘과 함성을 지금의 문재인 정부에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만 보수가 숨을 쉴 수 있고, 대한민국 보수가 한 단계 도약 할 으로 믿는다. 또 좌파와 진정한 정책 대결을 통한 국민 심판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거듭 당부하지만 제발 억지는 부리지 마라. 지난 박근혜 정부 출범 때 좌파들은 “대선 무효”니, “부정투표”니 등을 주요 메뉴로 써 먹으면서 투쟁했었다.

보수들은 이런 억지의 구태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차라리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축하한다”는 말을 하자. 

또 보수들이 나를 ‘문재인 부역자’로 몰아 부치겠네.

참고로, 나는 지난 7개월 동안 ‘무보수(無報酬)’ 였다.

그래서 여기 저기 눈치보지 않는다.

할 말은 당당히 한다.

“이제 박근혜에서 벗어나라, 그게 보수가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