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국내 여론 좇다 한반도 외교 실패"
"아베, 국내 여론 좇다 한반도 외교 실패"
  • JBC뉴스
  • 승인 202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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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국내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바람에 한반도 외교에서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현지 언론에서 나왔다.

아사히신문 계열 주간지 '아에라'(AERA)는 14일자 최신호(7일 발매)에서 "아베(安倍) 정권은 남북한과의 관계에서 당초 '톱다운 외교'를 무기로 대담한 대응에 나섰으나 결과는 부진했다"며 "이는 관저에서 결정한 전략을 바탕으로 정상 간 합의를 연출하는 톱다운 외교가 종종 '여론'에 휩쓸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에라는 아베 총리가 한국·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처음엔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면서 Δ2015년 한일위안부합의와 Δ2014년 북일 스톡홀름 합의를 그 예로 들었다.

◇"위안부합의 깨지고 여론 악화…아베도 의욕도 사라져"


아에라에 따르면 한일 양국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완전하고 불가역(不可逆)적인 해결을 확인"한 위안부합의는 당시 일본 내 우익세력들이 합의 당일 관저 앞에 선전차량을 세워놓고 항의시위를 벌일 정도로 아베 총리 지지층 내 반발이 컸다고 한다.

그러나 아베 총리 주변에선 "위안부 합의를 하면 우파뿐만 아니라 중도 좌파의 지지도 얻어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지도자 될 수 있다"며 결단을 촉구했고, 결국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는 게 아에라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아에라는 "아베 총리는 당초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이었다"고 전했다.

다만 아에라은 한국 정부는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뒤 "피해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사실상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고,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으로부터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의 손해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이 나온 뒤엔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아베 총리의 열정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여기엔 한국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아에라는 "정상이 의욕을 잃은 한일외교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됐다"고 부연했다.



◇ "북일 스톡홀름 합의도 대북 여론 의식하다 결국 없던 일로"

아에라는 북일관계에 대해서도 "아베 총리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납치 피해 재조사 실시 등의 내용을 담은 스톡홀름 합의에 이르렀지만, 일본 측이 국내 대북(對北) 여론 악화를 의식한 탓에 합의 이행이 정체됐다"며 "결국 일본 정부는 2016년 2월 독자적인 대북제재 재개를 결정했고, 북한도 납치 피해 재조사 중단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당시 대북제재 재개의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북한의 2016년 1월 제4차 핵실험을 꼽았었지만, 아에라는 이를 납북 일본인 문제 해결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안으로 본 것이다.

아베 총리는 2018년 이후 북한과 한국·미국·중국·러시아 간의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자 자신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주앉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에라는 북한이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 제의에 응하지 않은 건 "일본에 대한 불신감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 일본 집권 자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아에라와의 인터뷰에서 "외교는 연애와 다르다"며 "한반도에 대해 차가운 여론을 좇아 유권자의 지지를 얻겠다는 유혹에 빠져드는 한 다음 정권에서도 한반도 외교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