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해경, "北 피격 공무원,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유족, "정부가 월북으로 단정" 반발
[종합] 해경, "北 피격 공무원,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유족, "정부가 월북으로 단정" 반발
  • JBC뉴스
  • 승인 20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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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조끼, 북측의 신상 파악, 채무관계, 인위적 노력 등을 통해 판단
유족은 '일방적 월북 몰이'에 반발
'北 피격 공무원'이 실종 전 탑승했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사진=연합뉴스]

29일, 해양경찰청이 지난 21일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되었다가 북측 피격에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윤성현 해경청 수사정보국장은 이날 오전 언론 브리핑을 통해 군 당국이 확인한 첩보 자료와 표류 예측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해서 이와 같이 판단했다고 밝혔다. 

윤 국장은 "지난 28일 해경 수사관들이 국방부를 방문해서 이 씨가 북측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을 확인, 북한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에 구명조끼를 착용했다는 점에서 단순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 시도 가능성은 매우 낮고, 북측이 이 씨의 인적사항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던 점 등을 통해 이 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씨가 채무관계로 금전적 상황이 좋지 않았고, 가정 상황 역시 불우했던 점, 그리고 이 씨가 실제 발견된 위치가 실종 당시의 조석, 조류 등을 고려해서 단순 표류 상황일 경우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돌며 남서쪽으로 표류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표류 예측 분석 결과와도 차이가 있었다"며 이는 이 씨의 인위적인 노력 없이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해경은 정작 이 씨와 관련하여 결정적으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무궁화 10호 선내 CCTV가 고장으로 인해 이 씨가 실종되기 하루 전날인 20일 오전까지만 동영상이 저장되어 있는 관계로 당장은 중요 단서를 발견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연평도 인근에서 이 씨에 대한 지속적인 수색활동과 함께 CCTV 감식, 이 씨의 인터넷 사용 기록, 주변인 조사 등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北 피격 공무원'의 친형인 이래진 씨
[사진=로이터 통신]

한편, 이 씨의 유족은 해경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 일방적인 '월북 몰이'라며 반발했다.

'北 피격 공무원' 이 씨의 친형인 이래진 씨는 같은 날 오후, 국제기구 차원의 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외신을 상대로 연 기자회견에서 "동생은 국가공무원으로서 8년동안 조국에 헌신하고 봉사한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애국자였다"며 "(정부가) 적대국인 북한의 통신 감청 내용은 믿어주면서, (동생은) 월북이라고 단정해서 엄청난 범죄로 몰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 법치 국가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다음은 이래진 씨의 입장 전문이다.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는 골든타임은 있었는가?'

1. 자랑스러운 나의 동생이 업무수행 중 실종되어 북한의 영해로 표류되는 과정까지 대한민국은 과연 무엇을 했는가? 구조하거나, 체포하거나, 사살하거나 모든 행위들은 대한민국 영해에서 이루어졌어야 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NLL 이남의 해상표류 행적과 동선을 알고 싶고, 당국의 정확한 설명과 함께 동생의 시신을 간절히 찾고 싶습니다.

2. 실종되어 30여 시간의 해상표류 시간 동안 동선과 구조하려는 노력에 정부와 군 당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며, 결국은 (동생은) 북한의 NLL로 유입되었고 마지막 죽음의 직전까지 골든타임이 있었지만 우리 군이 목격했다는 6시간 동안 (동생을) 살리려는 그 어떤 수단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월북이라고 단정하며 적대국인 북한의 통신 감청 내용은 믿어주면서 엄청난 범죄로 몰아갑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법치 국가입니다.

3. 동생이 실종이 아닌 자진 월북으로 몰아가지만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두 번이나 존재할 때 가만있다가 북측의 NLL, 불과 0.2마일 해상에서 체포되어 죽음을 당해야 하는 이 억울함을 누구에게 호소하고 말해야 하는지 왜 나와 동생, 우리 가족에게 이런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습니다. 반드시 진실 규명이 필요합니다.

4. 실종사고를 접하고, 제가 직접 해상수색에 돌입할 그 시간에 동생은 국가와 형이 충분히 구조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을 것이고, 죽을 때는 국가와 형을 원망하며 마지막 눈과 가슴에는 조국을 담았을 것입니다. 저는 동생의 죽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제 자신이 부끄럽고 원망스럽습니다.

5. 22일, 우리의 군은 실종된 동생의 간절한 구조를 외면한 채 그 골든타임 때 '구명동의'의 숫자를 확인했고 북한과 비상연락이 안 된다고 했지만, 현장에는 NLL을 가까이 왔다고 해서 무전 교신으로 경고 방송했고, 우리 군은 바로 대응 방송을 했습니다.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요?

6. 동생도 오랜 시간 선장을 했고, 국가공무원으로 8년 동안 조국에 헌신하고, 봉사한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애국자였습니다. 저 또한 같은 학교를 졸업했고, 원양어선 항해사로 5년, 원양선사근무 4년, 보트개발 20년 이상의 경력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력을 월북으로 몰아가는 정부에게 묻습니다.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요?

7. 대한민국의 역사는 분단이라는 비극보다 정직하고, 행복에는 조건이 없어야 합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께 간절히 호소합니다. 동생을 돌려주십시오.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들이 더 이상 평화 앞에서 비참하게 희생당하고, 충돌이라는 극한의 대립보다 남북한 모두에게 평화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동생의 죽음이 가족, 동료, 대한민국의 평화와 전 세계의 자유가 시작되는 아름다운 시간과 사랑하는 가족 앞에 신의 은총이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