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C '필']추미애 자택앞 기자 얼굴공개, 김영삼, 김대중이 알면 뭐라고 할까.
[JBC '필']추미애 자택앞 기자 얼굴공개, 김영삼, 김대중이 알면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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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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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5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뉴시스 여성 기자의 사진. 가운데는 추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5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뉴시스 여성 기자의 사진. 가운데는 추 장관.

80년대 후반 동아일보 정치부 이낙연 기자의 출입처는 상도동이었다. 상도동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거주했던 곳이다. 당시 정치부 기자는 크게 청와대, 국회를 출입했지만, 국회 출입기자 중에는 상도동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기거했던 동교동 출입기자로 나뉘었다.

이낙연은 매일 아침 상도동으로 가서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상황과 하루 일정을 체크했다. 이낙연 기자가 당시 이곳에서 만났던 기자 중 한 명이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다. 한국일보 기자였던 정 의원도 당시 상도동 출입기자였다.

그 후 이낙연 기자는 동교동으로 출입처를 바꾸었고, 이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났다. 1987년 김대중이 사면복권된 후 그의 밀착 취재를 담당하던 이낙연은 취재 과정에서 김대중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 김대중은 1989년부터 이낙연에게 총선 출마를 권유했으나, 이낙연은 계속 거절했다.

이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권고를 뿌리치지 못하고 지난 200016대 총선에서 고향인 전남 함평·영광에 출마,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현 여권에서 국회의원과 도지사,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이낙연 대표가 당시 동교동을 출입했기에 오늘날 정치인 이낙연이 된 것이다.

지금은 당시의 정치 환경과 달라서 기자가 한 특정 정치인 집으로 매일 가서 취재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마도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5일 페이스북에 두 장의 사진을 올렸다.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기다리는 기자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기자가 현안을 물어보기 위해 장관 집 앞에 찾아가 기다리는 것은 취재의 기본이다. 더구나 추 장관은 당 대표까지 지낸 정치인 출신이고, 내놓는 말마다 논란을 일으켜 온 장본인이다.

출근길 사진을 찍기 위해 서 있는 기자를 도리어 자신이 그 기자의 사진을 찍어 페북에 올렸다. 기자 모습을 공개한 것은, 너도 당해 보라는 보복성 좌표 찍기로밖에 볼 수 없다. 예상대로 글을 올린 지 얼마 안 돼 해당 기자 신상을 묻는 질문과 인신 공격성 댓글이 쏟아졌다.

기자가 논란의 중심인 추미애 집 앞에서 이런 취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공인 아닌 사인이었다면 다르다. 그가 이게 싫다면 장관직 사임하면 된다.

이날 아침은 영상 5도였다. 기상청은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웠다고 했다. 추미애가 이날 밖에서 기다리는 기자에게 집으로 들어오게 한 후 아침밥은 아니더라도, 따뜻한 차라도 내 놓았다라면 그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는 이번 일로 "추미애는 추악하다”, “인정사정이 없는 아주 매몰찬 여자다”, “아주 차가운 여인이다는 시중의 시선을 더욱 굳어지게 해버렸다.

지나가는 행인인데, 하룻밤 머물고 가게 해주세요라면 밥을 내주었던 게 한국인 인심이었다. 

80~90년대 상도동과 동교동을 가면 매일 같이 따스한 밥,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 반찬을 내놓았다. 기자들 사이에선 집에선 아침밥 굶어도 상도동, 동교동만 가면 밥을 먹는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양 김 아내 손명숙·이희호 여사는 아침, 저녁으로 찾아오는 기자들에게 밥해대느라 정신없었다. 좌우를 떠나 기자들을 문전박대하지 않고 늘 따스하게 대해주었다.

양 김이 대통령 권좌에 오른 것도 당시 기자들과 맺었던 끈끈한 인맥 덕분이라는 말도 있다. 취재 환경이 바뀌면서 기자가 상도동과 동교동에서 밥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어느 새,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 되었다.

권력과 언론의 기본은 가까이할 수도 멀리할 수도 없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다.

추 장관은 하는 말, 벌이는 일마다 스스로 분을 참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독선과 오만, 아집에 가득찬 추 장관은 결국 가장 아군으로 둬야 할 언론을 으로 만들어버렸다.

양 김이 이런 추 장관 행태를 보았다면 뭐라고 했을까. "미애야 장관 그만하고 내려와라" 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