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령, 박근혜를 말하다⓹]“언니, 프랑스 신문보고 어머니 피격 알았다”
[박근령, 박근혜를 말하다⓹]“언니, 프랑스 신문보고 어머니 피격 알았다”
  • JBC
  • 승인 2020.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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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월 필자는 일본 도쿄와 서울에서 박근혜 대통령 여동생 근령씨(66)와 수십 번에 걸쳐 인터뷰를 했었다. 당시 일본의 한 출판사가 근령씨 회고를 통해 밝히는 내용을 담아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버지 박정희·육영수 여사에 대한 책을 내고자 결정했다. 그러나 책은 1차 원고가 완성됐지만 끝내 출간되지 못했다. JBC뉴스가 연재하는 글은 당시 출간되지 못했던 글을 일부 발취한 것이다. 시점은 3년 전이다. 이 글은 근령씨가 밝히는 언니와 아버지, 어머니 이야기다. [편집자 주]

살아생전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대통령, 딸 박근혜(오른쪽)의 단란한 모습.
살아생전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대통령, 딸 박근혜(오른쪽)의 단란한 모습.

1974815일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한 어머니가 조총련계 재일교포 문세광에 의해 저격당해 서거했다. 나는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당시 방송은 광복절 기념식을 생중계 했다. 나는 청와대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순간 화면이 흔들리면서 나오지 않았다. 정전으로 인해 그런 줄 알았다. 한 참 뒤 아버지가 다시 연설을 하셨다. 설마 어머니가 저격당했을 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저격 당했고,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나와 지만이는 어머니가 무사하길 기원하면서 기도를 했었다.

그날 저녁 7시 쯤 어머니가 서거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너무 놀라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나에게 어머니 서거 소식을 전해 주신 분이 아버지셨다.

청와대 사저 1층은 접견실이고, 2층이 숙소였다. 아버지가 오셨다는 소리를 듣고 계단을 따라 1층 관저로 내려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2층으로 올라오셨다. 복도에서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는 나와 지만이를 끌어 안으시면서 미안하다. 미안하다. 엄마가 하늘로 가셨다라면서 슬피 우셨다.

나와 지만이는 아버지 품에 안겨서 함께 엉엉 울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을 가지셨다. 언니는 이 자리에 없었다. 언니는 당시 프랑스 유학중이었다.

아버지는 그날 저녁 프랑스 대사관에 연락을 취하셨다. 언니는 그해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으로 잠시 돌아오셨다. 한국 진해시 저도에서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보낸 후 프랑스로 돌아가셨다. 그 휴가가 어머니와 보낸 마지막 휴가이셨다.

프랑스로 돌아가신 지 10여일 만에 어머니가 서거하신 것이다. 당시 아버지는 프랑스 대사관에 연락해서 언니를 급히 한국에 들어오도록 하셨다.

언니는 프랑스에 도착한 후 부모님께 잘 도착했다는 안부 편지를 보내셨다. 지금 같으면 SNS를 통해 지구촌 소식을 바로 바로 접할 수 있고, 서로 안부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편지가 메시지 전달 수단이었다.

편지를 보내면 2~3일 만에 도착하는 게 아니라 15일 이상을 기다려야 겨우 받아 볼 수 있었다. 언니가 부모님께 편지를 부쳤을 때 이미 어머님은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언니 편지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으셨다.

프랑스 대사관측으로부터 급히 한국으로 돌아오라는 소식을 전해 듣기 전 언니는 어머니 별세를 이미 아셨다. 언니는 부모님에게 드릴 작은 선물을 사기 위해 파리의 한 가게를 가셨다.

그 가게로 가는 도중 가판대에 놓여진 신문을 힐끄 보았다. 그런데 그 신문에 어머니의 사진과 암살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언니는 온 몸에 수만 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쇼크를 받았다. 날카로운 칼이 심장 깊숙이 꽂힌 듯한 통증이 몰려 왔다고 밝혔었다.

그런데도 언니는 대사관 직원들에게 내색을 하지 않고 슬픔을 참았다. 지금은 인천과 파리간 직항로가 매일 있지만 당시는 일주일 한 두 번 파리를 갔다. 언니가 탄 비행기는 동경 하네다를 경우한 후 서울 김포공항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당시 아버지는 나를 불러셨다. 김포서 비행기를 탄 후 하네다 공항으로 가서 언니와 함께 오라고 하셨다. 내가 언니 곁에서 말동무 되어주면 조금이라도 슬픔이 가라앉을 수 있을 것 같았는지 하네다 공항으로 가라고 하셨다.

나와 언니는 동경 하네다 공항 비행기 안에서 만났다. 언니와 나는 서로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언니와 나의 얼굴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계속>

박근령=1954년생, 박정희 대통령 둘째딸이자, 박근혜 대통령 여동생, 경기여고-서울대 작곡가 졸업, 배우자 신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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