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조위 방해' 직권남용 무죄 반전…"의무없는 일 아니다"
'세월호 특조위 방해' 직권남용 무죄 반전…"의무없는 일 아니다"
  • JBC뉴스
  • 승인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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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2.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73)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54),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1심 유죄를 뒤집고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은 세월호 특조위 추진경위 및 대응방안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와 특조위 파견공무원을 일괄 복귀시킨 혐의, 법제처의 특조위 관련 법령 해석·심의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하고 철회한 혐의, 해수부 자체 직제·예산(안)을 작성해 당시 특조위 부위원장 내정자에게 제공하게 한 혐의 등에 대해서는 직권남용죄의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보다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의 요건을 엄격하게 따져 1심의 유죄 판단이 잘못됐다며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의 혐의 중 하나만 유죄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일부 유죄 집행유예형 뒤집고 무죄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구회근 이준영 최성보)는 1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실장과 조 전 수석, 김 전 장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김 전 장관은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학배 전 차관(59·당시 해양수산비서관)은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형이 대폭 줄었다.

윤 전 차관이 세월호특조위 설립준비단에 지원근무 명령을 받거나 정식 파견명령을 받은 공무원들에게 단체 채팅방에 특조위 내부 동향을 파악해 올리게 하거나 일일상황보고 등 문서를 작성해 보고하게 한 것만 유죄로 판단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61)도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2.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2심 재판부, 직권남용죄 엄격해석

이 같이 1심서 유죄로 인정된 대부분의 혐의가 무죄로 2심에서 바뀐 이유는 2심 재판부가 직권남용죄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우선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Δ공무원이 상대방에 대한 관계에서 '일반적 직무권한'이 있고 Δ그 직무권한을 남용해야 하고 Δ그 결과 상대방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Δ상대방의 권리행사를 방해해야 하고 Δ고의가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청와대 소속 정무수석비서관이나 해양수산비서관은 해수부 소속 공무원들에 대해 일반적 직무권한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문건 작성과 법제처의 심의보류 요청 및 철회, 직제·예산(안) 작성 및 설명 등을 한 혐의에 대해서는 직권남용죄의 구성요건 중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것'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실무담당자’로 하여금 그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도록 하더라도 이는 공무원 자신의 직무집행으로 귀결될 뿐이므로 원칙적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실무담당자에게도 그런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면 보조행위라도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했다.

공무원들이 피고인들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단순한 '실무담당자'에 그쳤고, 직무집행의 기준과 법령에 명시돼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보고서 작성 등을 지시했더라도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윤 전 차관이 세월호진상규명법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업무 독립성 등을 보장하고 있는, 특조위 설립준비단에 파견나간 공무원들에게 특조위 내부 동향을 파악하게 하거나 일일상황 보고 등 문건을 작성해 보고하게 한 행위는 위법하다고 봤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김 전 장관이 특조위 소속 파견공무원들을 일괄 복귀시킨 혐의에 대해서도 그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엄격해석의 원칙과 최소 침해 원칙에 입각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는 상대방'과 그로 인해 '권리행사에 방해받는 상대방'은 동일인이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이 직권을 남용해 복귀명령을 내린 것은 공무원들에 대해서고, 설립준비라는 권리행사가 방해된 것은 이석태 당시 설립준비단장이었기 때문에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설령 공무원 일괄복귀가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직권남용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