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출처=연합뉴스

기사를 작성할 때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호칭’이 있다.

아무리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에게도 ‘님’자를 부치지 않는다.

대통령, 국회의원, 기업의 회장, 사장은 그 호칭으로 표기한다.

그러나 직위를 적지 않으면 성(姓)의 계통을 표시하는 말 ‘씨’로도 표기한다.

‘씨’는 그 사람을 높이거나 대접하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이기도 하지만,

직위가 높거나 윗사람에게 사용하면 고약한 실례다.

가령, 민주당 김한길 대표에게 '김한길 씨'로 지칭하면 일종의 '비하'다.  

그런데 기자도 사람인 이상 인간 이하의 사람,

솔직히 살인마, 대중의 피를 빨아먹는 사기꾼 등에겐 ‘씨’로 표기하기가 영 내키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표기해준다.

 

9일 집회현장에서 연설중인 이정희

#이정희 그 입

필자는 오늘만은 그 사람의 직위는 물론 ‘씨’란 호칭도 생략하며 글을 적겠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다.

지금부터 그가 통진당 대표이지만 더 이상 ‘대표’ ‘씨’란 호칭도 적지 않겠다.

왜냐면, 이정희가 대중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 씨’로 지칭해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정희는 9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심판·국정원 해체·공안탄압 분쇄 5차 민주 찾기 토요행진’에 참석해 연설에 나섰다.

이정희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를 둘러싼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검찰총장까지 잘라내는 박근혜 씨가 바로 독재자 아닌가”라며 박 대통령을 ‘박근혜 씨’로 호칭했다.

정부의 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를 비판하면서도 “정권 비판한다고 야당에 대해 내란음모죄 조작하고 정당 해산까지 청구하면서 헌법을 파괴하고 야당을 탄압하는 박근혜 씨가 바로 독재자 아닌가”라며 ‘대통령’ 호칭을 생략했다.

새누리당을 비난하면서도 “박근혜 씨를 여왕으로 모시고 숨죽이는 새누리당”이라며 ‘박근혜 씨’라고 불렀다.

이정희는 이날 연설에서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다.

흔히 “사람이 없거나, 뒤돌아서면 나랏님도 욕한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정희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통령에 대한 호칭을 부르지 않고 ‘씨’로 불렀다.

돌이켜 보니 이정희만 박근혜 대통령을 ‘씨’로 지칭한 것이 아니다.

 

 세종로 청사 부근에서 집회중인 전교조

#전교조 집회현장에서 박근혜 씨

좌파 진보적 냄새가 나는 집단에선 대통령 호칭을 쓰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지난 1일 오후 여섯시쯤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뒤 인도에선 전교조 교사 수백명이 모여서 집회를 열었다.

필자는 그날 지인 두사람과 그 부근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집회를 선동했던 한 여성 교사의 입에선 박근혜 대통령 호칭은 생략하고 ‘박근혜 씨’로 지칭했다.

“박근혜씨가 우리 교욕을 죽인다” “박근혜씨는 전교조 탄압을 멈춰라”

당시 필자와 함께 있었던 지인은 “참교육을 실현시키자고 외치는 저것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씨로 부르고 있으니 학교에서 애들을 어떻게 가르칠까 걱정이 된다”고 혀를 찼다.

그 순간, 차를 몰고 가는 한 운전자가 차 창문을 다 연후 음악을 크게 틀었다.

그의 차에선 이문세 ‘광화문 연가’가 흘러나왔다.

그는 창문을 연 후 "대통령에게 박근혜씨가 뭐냐"라고 쏘아붙였다.

그 운전자 차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워낙 커서 전교조 교사가 외친 ‘박근혜씨’ 지칭 소리가 잘 들려지 않았다.

말춤 추는 이정희와 김재연

#여성이 여성 대통령 더 비하

공교롭게도 여성이 여성대통령을 더 비하한다는 것이다.

이정희와 당시 전교조 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호칭을 생략하고 박근혜씨로 부른 사람이 다름아닌 여교사 였다.

이들이 대통령 호칭을 생략하고 ‘씨’로 지칭했다고 해서 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은 언어의 품격을 잃어버렸기에 고로, 인격을 스스로가 던진 것이다.

인간이 인간답다는 것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인간답다는 것은 그 사람의 하는 말을 통하여 그 품격을 알 수 있다.

한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를 통하여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당 소속 정치인 혹은 그 단체 소속인이 소통하는 언어를 통해 정당과 단체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정희가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 씨로 지칭한 것은 잘못됐다.

애초부터 입만 살아 있는 이정희에게서 언어의 품격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이쯤 되면 누구말대로 ‘막 가자’는거다.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에도 ‘전두환 씨’로 부르지 않았다.

당시 학생운동권 및 재야에선 ‘전두환’ 이라 불렀다.

차라리 ‘박근혜’라 부르면 대통령 대명사라 봐줄만 했다.

따지고 보면 이정희 ‘입’을 ‘입님’이라 표현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막말하는 그의 ‘입’을 ‘입’이라 부르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입’이란 표현도 언어의 예우다.

혹시 입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 뭔지 아는가.

'주둥이'다.

이정희가 내뱉는 말이 주둥이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