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말고는 뉴스가 없나
김연아 말고는 뉴스가 없나
  • JBC까
  • 승인 201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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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언론 김연아 기사 도배, 일반 뉴스 실종

정책·민생 정책, 이슈 순식간에 축소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관계, 일본의 우경화와 독도 도발, 부산외대 희생자 사건, 이집트 한국인 테러 피살 사건, 정치권 여·야 공전 ···’

하루에도 뉴스가 쉴새없이 쏟아진다.

그동안 나라를 뒤흔들었던 이런 뉴스들이 소치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면서 뒷전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김연아가 은메달을 따면서는 이런 뉴스가 순식간에 축소되거나 실종되어 버렸다.

흔히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기간에는 어떤 정치적 또는 사회적 이슈도 아젠다(주요 의제)로 형성되기 어렵다.

이번 김연아 관련 뉴스를 보자. 동계올림픽 개최 전부터 모든 언론들이 김연아 열을 올리기 시작하더니, 김연아가 소치에 입성하는 그날부터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보도되었다.

특히 김연아가 피겨 결선 진출하는 그날에는 그 뉴스가 극에 달했고, 김연가 은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는 금메달을 못 딴 것을 아쉬워 하며 모든 메스컴이 ‘피겨 여왕 김연아’를 외치고 찬양했다.

신문만 펼치면 김연아! 방송만 틀면 김연아!

역대 한국의 스포츠 스타 중 김연아 처럼 신문과 방송에서 이렇게 난리를 피운 적이 있었던가.

최근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들은 1면 톱기사와 2·3·4면 스포츠면까지 온통 김연아 관련 소식으로 도배했다.

종합지들이 스포츠면은 또 따로 있는데도 말이다.

방송은 더했다. MBC 뉴스 데스크, SBS 8시 뉴스, KBS1TV 뉴스9는 국내외의 다양한 시사뉴스를 보도하는 것인지 스포츠 뉴스를 전문으로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운 보도 행태를 보였다.

어제 저녁 지인을 만나 ‘언론들의 김연아 도배 해도 너무 한다’는 글을 적겠다고 하니, 네티즌 공격에 살아남지 못할 거라며 만류했다.

믿든 안믿든 무조건 주예수를 믿고 찬양하듯, 김연아만을 찬양해야만 사회적 사탄이 아닌가.

물론 김연아는 당연히 뉴스가치가 있는 인물임에 부인할 수 없다.

피겨 불모지 한국에서 태어난 김연아가 피겨로 세계를 제패했고, 한국 동계올림픽 스포츠 스타 아이콘이었기 때문에 언론이 그 난리를 피웠는지 모른다.

필자도 현직 기자 시절, 그렇게 취재를 했고, 보도했던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4년 전 김연아가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자 어떻게 하면 김연아 영웅담을 만들까 싶어 후배기자들을 김연아 모교부터 그가 운동했던 경기도 화성, 나아가 김연아가 인천 송도에 상가를 구입했다는 것까지 취재토록 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우리가 지금 이렇게 들뜨고 이렇게 김연아 때문에 흥분하고 나라 전체가 김연아 함성으로 울려 퍼질때 인가.

김연아가 국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대리만족이라고, 또 우울했던 우리 사회에 김연아가 밝음과 희망을 제시했다고 항변할 지 모른다.

그러나 스포츠는 스포츠 일뿐이다. 김연아가 잘됐다고 당신이 순간 만족을 느끼겠지만 당신이 성공한 게 아니다.

착각마라.

 

출처=구글 이미지

난 언론의 김연아 광풍과 도배를 보면서 문득 80년대가 떠올랐다.

80년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은 3S( 스포츠, 섹스, 스크린) 정책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했다. 1981년 전두환은 ‘88올림픽’과 ‘86아시안게임’을 유치했다.

일본 정치 막후 실세 세시마 류조는 국민의 눈을 ‘올림픽’으로 돌리면 정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박태준을 통해 전두환에게 조언했다.

그 후 전두환 정권은 올림픽 유치와 함께 프로스포츠를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전두환이 벌인 3S 통치 전략 때문에 국민은 그가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국민을 살해한 범죄자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그를 스포츠와 문화를 부흥시킨 지도자로 추앙했었다.

이제 세상이 ‘3S가 아닌 4S’가 되었다.

SNS로 불리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추가된 4S의 시대가 되었다. 거기에도 “아! 열받아 김연아 은메달” 등 온통 김연아 뿐이었다.

박근혜는 지난 대선에서 철저하게 4S를 활용해 정권을 잡은 새로운 기법의 통치 방법을 대한민국 사회에 보여준 인물이다.

트위터, 블로그, 유튜브, 온라인 게시판 등에서 국가 정보기관이었던 국가정보원, 사이버사령부가 활약했다.

문제는 그 우민화 정책이 지금 이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재 박근혜 정부의 실상을 보자.

이것 저것 하긴 하는 것 같은데 뭔가 뚜렷한 성과가 없다.

경제위기는 가속화되고, 여권은 ‘친박’과 ‘비박’과 치고 받고,

야당은 야당대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집트에선 한국인이 테러로 죽었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자국의 국민이 테러를 당해 죽었다.

그런데도 현재 정부가 보복을 하려고 하는지, 아님 그냥 덮고 있는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그 실상을 정확히 알 길이 없다.

일본은 독도문제를 마침내 이슈로 삼았다.

언론은 이런 뉴스를 김연아, 소치 올림픽으로 대신 채웠다.

최근 부산외대 참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코오롱 그룹은 비난과 위기를 맞고 있다.

이 때 소치와 김연아가 코오롱 문제를 비켜갔다.

이유야 어떻든 학생들을 죽임에 빠뜨린 이 코오롱 그룹은 국민들이 작살내야 한다.

현재 검찰이 코오롱 관계자를 불러 조사를 했는지, 아니면 정부가 사후 어떤 대책을 수립했는지 알 길이 없다.

겨우 내놓은 대책이 ‘대학들 앞으로 신입생 환영회 불허하겠다’고. 에라이 이 썩어빠진 놈들아 그게 대책이냐, 차라리 앞으로 대학교 체육행사와 수학여행을 없애라.

남북문제만 봐도 그렇다.

이 정부 들어 첫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향후 남북간이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후속보도가 이어져야 하는데 소치와 김연아에 쏠려 언론을 통해 겨우 본 장면이 울고 불고 였다.

한 후배 기자는 취재를 하면 뭐합니까 반문했다.

요즘, 정치부, 경제부 기자들 개점 휴업이란다.

이것은 김연아를 비난하고 김연아 탓이 절대 아니다.

정부가 이런 김연아 효과를 교묘히 악용하는 것 같은 의심이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다.

언론을 통해 국민 길들이기는 다양하다.

실제로 요즘 여러분들 입에서 김연아 외에 다른 이슈에 대해 논의가 오간 적 있었던가.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할 일도 수두룩하다.

김연아에 그다지 관심 없는 국민, 스포츠에 관심 쏟을 만큼 삶이 여유롭지 못한 국민들도 많다.

모든 신문과 방송이 김연아만 챙기면 이들의 뉴스는 누가?

답답할 따름이다.

이제 고만해라. 김연아 스토리 줄줄 외운다, 외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