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금지령
수학여행 금지령
  • JBC까
  • 승인 201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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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는 피했다 치자, 그런데 장마가 오면

81년 수학여행 모습

‘세월호 참사 후 수학여행 전면 금지(2014년 4월21일),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후 대학교 신입생 행사 전면 금지(2014년 2월), 태안의 사설 캠프에서 고교생 5명이 숨진 사고 이후 사설 캠프 참가 전면 금지(2013년 7월)’

위에서 나열한 게 뭔지 아는가.

‘사고가 발생하면 개한민국 정부가 기껏 내놓는 사고 근절 대책이다.

나는 개한민국 교육부의 이런 근시안 발상을 보면서 요런 미래의 뉴스도 상상 해본다.

‘장병이 훈련 하러 가다 군함이 침몰됐다.(국방부 장병 훈련 전면금지), 신혼여행 가다가 사고 났다(안전행정부 신혼여행 전면금지), 학교가 무너져 학생들 사망.(교육부 학생들 등교 전면 금지), 비행기 사고 발생(건교부 비행기 탑승 전면 금지)····’

그런데 실제로 눈물나게 고마운 일이 있다. 지난 2일 서울 상왕십리역에서 일어난 지하철 추돌사고로 인해 서울시가 서울시민 발인 지하철 탑승은 전면 금지 안했다.

나는 지하철 탑승 전면 금지할까 노심초사(?) 했었는데,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지난 21일 수학여행 금지 대책 회의 하는 교육부

에라이, 개한민국 노브레인 공직자들이여.

국가적인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가나 관계기관은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능동적이고 성숙한 대처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이다.

그 다음은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대형 인재사고를 살펴보면 이 두 가지 기본 원칙이 철저하게 무시돼 왔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고 국민의 질책을 받으면서도 실제 교육당국이 내놓은 대책은 외양간 고치기는 커녕, 소마저 잃는거다.

오직 금지령 뿐이다. 금지란 말 자체도 듣기 거북하다. 마치 <조지오웰 1984> 독재를 연상케 한다.  

끊임없이 같은 사고가 반복돼 왔다. 그럴 때마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반짝 관심을 갖다 시간이 흐르면 유야무야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잊어버리는 속성이 있다.

지난해 태안 안면도에서 발생한 사설 해병대 캠프로 고교생 5명이 목숨을 잃어 국민의 공분을 산적이 있다.

불과 1년도 안된 일이지만 그 후 교육과학기술부와 학교들은 교외활동에서 안전교육을 어떻게 시켰는지 궁금하다. 소 잃고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지 않아 이번에 더 큰 참사로 이어지는 일에 일조했다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물론 세월호 참사 이후 시기상으로 적절하지 않아 애도차원에서 수학여행을 당분간 자제해달라는 것은 이해가 된다.

세월호 참사 다음 날 ‘다음 아고라’에는 ‘초·중·고 수학여행, 수련회 없애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는데, 하루 만에 2만 명이 넘는 인원이 서명에 참여했다.

그러나 한심스러운 것은 ‘수학여행’보다 ‘수학여행 금지’를 대책인양 꺼내든 정부의 모습이다.

교육부가 수학여행 문제에 대한 고민과 단계별 접근은 생략한 채 정색하며 여론에 편승하여 수학여행 금지령을 발표했다.

전면 폐지하겠다는건 문제의 요지를 파악 못한 것이다.

이는 교과부가 그동안 사고가 발생할 때 마다 일단 순간을 모면하던 처방과 다를 바 없다. 문제가 발생했다고 임기응변식으로 피하고 본다면 언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 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인가.

실종자 구조 작업은 언제 끝이 날지 아득하기만 하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어린아이들의 미래도 생각해야 한다.

현재 학교에서 슬픔과 고통이 뭔지 모른 채 즐겁게 즐겨야 하는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전 국민의 우울한 감정을 전이시켜서는 안 된다.

학교생활은 늘 하던 대로 하면서 두 번 다시, 절대로 그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학습 안전교육을 철저하게 시킬 수 있는 매뉴얼을 개혁해야 한다.

대충, 적당히 하던 안전교육을 실전처럼 철저하게 해 어떤 재난 속에서도 아이들이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수학여행 전면금지보다 단체 여행에서 오는 여러가지 폐단을 시정하고 체험학습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나는 방송과 이 블로그 글을 통해 제발 교육부가 성급하게 금지령 안 내려 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기우'였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실종자 가족들이 바닥에서 울부짖는 진도 체육관 현장에서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다 곤욕을 치렀다. (사진)

희생자 빈소에 조문할 땐 수행원이 “교육부 장관이십니다”라고 ‘의전’을 하는 바람에 유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사고 학생·학부모의 상처를 어루만져야 할 주무 장관이 오히려 상처를 들쑤신 꼴이다.

이런 수장이 있는 교육부, 이런 데서 그들이 내놓는 '원더풀한 금지령',

현재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수학여행을 취소한 초중고교가 위약금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

교육부는 나몰라 한다. 또 봤는가, 교육부 말만 듣고 일선 학교가 취소했지만 "우리가 언제 위약금---"발뺌하는 '개한민국 공직자'들의 책임의식 수준을.

정부는 정부 스스로 정부 말을 믿으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 꼴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 말 믿어 발등 찍힌 거나 뭐가 다른가.

그런데 그건 그렇다치고 긍금한 게 있다.

금지령으로 소나기는 피했다 치자, 그런데 장마가 오면 어떻게 할 것인지····

혹시나 기대했는데, 역시나 땜질 금지령 시리즈를 내놓는 교육부.

그들의 발상에서 나온 그들의 정책. 박수를 보낸다.

‘개~한민국, 깨깨갱 껭껭!’

이 개한민국 학생들이 참으로 불쌍하다.

추억의 수학여행을 따난 중년                           출처= 연합뉴스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데, 수학여행 추억은 학창시절 앨범의 환한 미소인데.

2014년 개한민국 학생들에게 먼 훗날 추억은 ‘사(死)지의 교실’에서 너 죽고 나 살고 공부만 했던 기억만 떠올리거다.

한 네티즌 지적이 걸작이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공주가 물레바늘에 찔려 죽을것이라는 말에, 물레를 다 태워 없앤 왕이랑 똑같은 짓. 결국 공주는 어딘가 짱박혀있던 물레에 찔림. 머리 다들 희끗희끗하시고 연세 꽤나 먹고 공부좀 했다는 양반들이 유치한 동화에서 정말이지.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함. 이마에 동심들 가득했는지 소름 돋음. 멍청한건지 무식한건지 진짜 뭔지 애들보다 못함. 아 화나”라고 꼬집었다.

어른들에게 의해 수학여행도 빼앗기고, 추억도 빼앗기고, 학교 운동장도 빼앗기고, 오직 학생들을 집과 학원만 오가도록 길들게 하고.

좋다. 이 딴 현실이 개한민국에 사는 학생들이 먼 훗날 떠올릴 추억의 상자라면 백번 이해한다.

그러나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300여 명의 아이들이 죽었다. 그것만은 이해해주면 안되고, 이해 해서도 안되고, 먼 훗날 두고 두고 그 때의 어른들을 욕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5일 어린이 날이다.

‘5월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우리들 세상이라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어른들에게 추억과 죽음을 뺏아긴 피눈물 나는 세상이다.

부탁인데, 추억만은 금지령 내리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