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스케치] 빨갛게 잘 익은 석모도 노을
[노을스케치] 빨갛게 잘 익은 석모도 노을
  • JBC까
  • 승인 2021.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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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저녁 노을이 인천 강화 석모도 갯벌 바다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5일 저녁 노을이 인천 강화 석모도 갯벌 바다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노을빛 석양이 사뿐히 내려앉는다. 갯벌 바다에 햇살이 내려 비추니 석양에 내리는 낙조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새들이 날아오르고, 노을이 물아래로 스민다. 자연에 풍경화를 입힌다. 바다와 노을, 환상의 궁합이 곳곳에 물들어 있다.

세상이 온통 벌겋게 보인다. 노을 바다 저 너머 아름다운 석양을 뽐낸다. 바람이 구름을 걷어내면서 붉은 선명함이 눈 속으로 파고든다. 오롯이 사는 인생에 이 노을이 없었다면 삭막함만 더했을 것이다.

지는 해가 그 주변에 나타나는 자연의 거대한 숨결마저 멈추게 한다. 빠알간 해가 눈 속에 담겨진다. 노을은 지친 삶에 위로가 된다. 인생의 큰 위안이 노을이다.

일상을 훌훌 털고 너무 힘들 때 노을을 마주하고 앉으면 노을은 말없이 안아준다. 잘 익은 과일처럼 노을에는 달콤함이 묻어있다. 하루를 어떻게 살았기에 저렇게 노을이 빨갛게 잘 익었을까. 어떻게 살면 저리도 잘 익을 수 있을까.

5일 저녁 노을이 질 무렵, 인천 강화 석모도 갯벌 바다에 배가 떠 있다.
5일 저녁 노을이 질 무렵, 인천 강화 석모도 갯벌 바다에 배가 떠 있다.

인생의 고개를 저만치 넘긴 사람들은 서쪽 하늘가를 붉게 물들이는 저녁노을 같은 끝자락을 살고 싶어한다.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저녁노을 같은 황혼의 부부사랑이 더 격조가 높다.

노을을 바라보는 두 부부가 붉게 타올랐던 지난 시절을 떠올린다. 노을이 두부부 등을 토닥여주는 듯 하다. 붉게 물든 눈가에 그윽한 미소가 흐른다.

젊은 시절 단순히 아름답게만 보였던 노을이 눈에 들어온 것은 나이가 익어왔다는 것이다. 익어감은 노년에 노을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극치에 와 있다는 것이다.

서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장엄함을 드러내며 온몸을 불태우듯 빛나는 석양을 보는 내내 노년도 먹먹함이 더해왔다. 석양 길, 저 황홀하고 장엄한 석양처럼 생의 마지막을 장식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사뭇 인생은 진지해진다.

5일 저녁 노을이 인천 강화 석모도 갯벌 바다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5일 저녁 노을이 인천 강화 석모도 갯벌 바다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아침 동녘에서 떠오른 태양이 서녘 하늘로 오기까지 얼마나 고단했을까. 노년은 석양처럼 붉고 장엄해야 하는, 생의 최절정이다.

노을은 소유권이 없다. 주인도 없다. 오직 자연 것이다. 보는 데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 발길로 가서 눈과 가슴만 있으면 누구나 눈에 담을 수 있다.

노을은 매일매일 반복된다. 우리는 멀어졌던 그 반복의 노을에 멈추어 서 있다. 노을은 일출이 되어 다시 반복된다.

일출과 석양은 영원히 지지 않는 해다지는 해가 더 아름답다. 뜨는 해가 더 곱다. 고운 해야, 모든 어둠 먹고 앳딘 얼굴 솟아라.

-5일 해질 무렵 인천 강화 석모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