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 논객 정재호의 시국진단] 쫓기는 권력의 말기현상, 정치후진국의 민낯
[92세 논객 정재호의 시국진단] 쫓기는 권력의 말기현상, 정치후진국의 민낯
  • 정재호
  • 승인 2021.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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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필자는 세월과 작별하고 시간을 벗삼고 있는 92세 상노인이다. 나라 돌아가는 낌새가 하수상하여 잔뜩 헝클어진 가슴을 달래려고 몇 줄 글을 띄운다.

녹슬은 노필(老筆)이어서 이심전심(以心傳心)의 효능이야 어림없겠지만 내친김에 두꺼운 돋보기 힘입어 육필(肉筆)로 꾹꾹 눌러쓰고 있다.

연로(年老)가 섣불리 나서면 꼰대라는 야멸찬 시선이 쏠리는 세상이다. 못된 시류(時流)를 익히 눈치채고 있지만 나라 걱정의 권리는 남녀노소 우리 모두의 몫이 아닌가.

꼰대의 오발타으로 치부해도 좋다.

꼰대란 말이 불쑥 나왔으니 한두 줄 수다를 떨어야겠다. 오늘날 꼰대란 낱말은 변두리 헌책방 국어사전 한 귀퉁이에 간신히 턱걸이한 시쳇말로써 노인네를 싸잡아 비아냥거리는 비속어로 통한다.

어쨌든 오늘을 사는 꼰대 특히 산업화시대 꼰대는 결코 공밥먹고 세월을 허송하지 않았다.

차라리 영혼이 부서져 가루가 되고 말고 수수백년 대물림의 빈곤에 마침표를 찍고자 몸부림쳤던 사람들.

()과 욕()이 모질게 부딪히는 가난의 벌판에서 함께 부둥켜안고 울부짖었던 대한민국 현대사 한복판을 관통한 사람들. 마침내 세기적인 담론으로 우뚝 선 한강의 기적그 속의 빛과 그림자를 두루 삼킨 사람들. 그들은 진정한 민족중흥의 일꾼이었거늘...

분하고도 서러운 자격지심은 여기서 접자.

거두절미하고 의젓했던 나라의 풍채가 어찌하여 졸지에 볼품없이 쪼그라졌는가?

나이를 유세(有勢) 삼아 함부로 대들고자 함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작심하고 묻는다.

김정은 세습 독재 권력의 무도한 겁박과 능멸 앞에 묵묵부답하는 까닭이 웬말인가.

더더군다나 우리의 생존권을 담보하는 한·미 연합훈련을 트집잡아 원색적인 막말을 쏟아내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끼어들어 내정간섭 농간을 꾀하는 모습이 아니꼽지 않는가.

중국 앞에서는 자꾸만 작아지는 꼴불견은 벌써부터 눈에 익은 우리네 몹쓸 풍경이 아니던가.

집권당이 앞장서서 훈련중단 연판장을 돌리자 통일부가 맞장구치고 청와대는 가타부타 말문을 담고 묵시적 호응을 넌지시 흘러는 시늉이 되레 국민의 분노를 솟구치게 했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변곡점이 어지럽게 연출되고 있다. 정녕 나라의 수치와 인민의 치욕이 맞물린 국치민욕(國恥民辱)의 현장이다.

끝내 한·미연합훈련은 대폭축소된 채 체면 치레에 끝일 모양새다.

북쪽은 한술 더 떠서 주한미군 철수를 들고 나왔다. 피아가 묵시적으로 금기(禁忌)의 상자에 가두었던 민감한 사안을 보란 듯이 북쪽이 뚜껑을 열어재킨 셈이다.

그들은 남쪽의 배신을 핑계삼아 강공책을 구사할 요량이다. 청와대는 여전히 말이 없다.

오금저린 구석이 있는가?

별의별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10여 차례의 친서교환 끝에 성사됐다는 남북통신 연락선 복원이 14일 만에 또다시 끊어졌다. 김여정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했던 남쪽 조야(朝野)의 체신머리사나운 모습이 새삼 낯뜨거워진다.

하나같이 김정은 눈치 살피기와 비위 맞추기에 매달린 결과다.

유책(有責)은 전적으로 국정통치권자인 대통령 리더십의 몫이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에게 본질적인 또 하나의 질문을 보탠다. 대통령의 이념적 좌표는 어디인가? 집권초 헌법개정시안을 발표하면서 국가의 정체성을 명시한 자유민주기본질서중에서 굳이 자유를 삭제한 것을 놓고 나라가 들썩인 탓에 없었던 일로 덮어버린 사실을 상기하면 꼭 묻고 답을 들어 마땅하지 않겠는가.

특유의 A4용지를 통해 출구되는 대통령의 언어 중에서 자유라는 낱말은 끝내 만날 수 없는 말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말끝마다 촛불을 앞세운 광장의 광기(狂氣)는 선무당의 굿판을 닮았고 적폐청산의 깃발은 문명(文明) 속의 야만을 과시했다.

나라가 니꺼냐는 성난 삿대질이 증거하듯 권력의 사유화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삼권분립의 칸막이는 단숨에 헐리고 문재인 권력의 진폭(振幅)은 가히 무소불위의 한계를 가볍게 넘나드는 형국이다. 법치의 타락을 목격하는 오늘이다.

문재인 치세 4년 임기 마감 8개월남짓. 국세(國勢)는 하향평준화로 내리막길이다. 민심은 경제불안과 코로나 계엄령으로 일상생활의 규제가 겹쳐 무겁게 가라앉았다.

여기에 정치권력의 용렬한 편가르기 탓에 도처에 분열의 씨앗이 마구 뿌려져 나라가 두동강 나는 또 하나의 슬픈 초유’(初有)를 강요당하고 있다.

정권 말기 문재인 지지율이 40%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알쏭달쏭한 수수께끼 풀이의 대상이다.

여론조사의 설문기법에 따라 지지율 오르내림이 요동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묻는 말도 다르고 다른 법.

여기에 요사스런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전문가의 증언이다.

107~8은 용문어천가(龍文御天歌)라는 표심이 자리잡는다는 이른바 호남현상을 참작한다면 아마도 정권지지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통하는 30%대에 걸터앉았다고 봄직하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문 대통령이 궁리하는 유종(有終)의 하이라이트는 임기막판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초점 맞추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시진핑을 졸라 20222월 베이징 동계올릭픽을 전후한 남북정상회담의 현지 개최를 밑그림 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바탕 껍데기 평화이벤트의 나비효과를 39일 대통령선거로 연결시키려는 설계도면이다.

또 하나 비장의 카드는 여권 일각에서 부지런히 군불때고 있는 개헌론이다.

국민이 식상하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 축소 책임 총리제 도입 지방분권 강화 등을 뼈대로 하는 이원집정제는 박근혜 탄핵 전후에도 여야 간에 산발적으로 논의한 적이 있었다.

대선과 개헌을 동시에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전략이다.

어수선한 분위기의 확산은 집권세력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에 눈독을 들인 권력의 속셈이 반영되고 있다고 봐야 옳다.

정권 말기에 나타나는 유별난 특징 가운데 하나는 그 무엇에 쫓기는 강박감을 꼽을 수 있다. 강박감은 귀찮은 존재를 달래거나 압박하는 것으로 표현되기 십상이다.

절대권력이 막바지에서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사나운 사자(Lion)가 되거나 간사한 여우(Fox)가 되거나 둘 중 하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오늘 이 나라의 좌파운동권 권력은 성가신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방법을 골라잡은 꼴이다.

뜨거운 논란에 휩싸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제하려는데 맞서 국내는 두말할 나위없고 세계의 권위 있는 언론단체가 일제히 들고 일어나 민주주의 역행을 철회하고 외치고 있다.

경제선진국반열에 가까스로 턱걸이한 대한민국이 정치후진국의 민낯을 드러내는 모습이 안쓰럽다.

다음 연재는 下山길 문재인의 뒷모습

민족중흥회 회장 鄭 在 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