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평당 7천만원, 해운대가 무섭다
해운대 평당 7천만원, 해운대가 무섭다
  • JBC까
  • 승인 201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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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엘시피 터샵 전경

인간의 탐욕 끝은 어디일까. 인간은 무엇을 얻고 싶어서 하늘까지 탑을 쌓을까. 도대체 인간 욕망의 끝은 어디까지이고 어느 정도 만족해야 내려놓을 수 있는 걸까?

인간의 오만한 욕망은 비록 미완이지만 그 결과물로서의 바벨탑의 세로축이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는 곧 신이 인간의 허영과 허무에 들뜬 행위를 호되게 경고한 것이다.

나는 오늘 아침 해운대 개발의 절정체 뉴스를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부산 해운대에서 분양에 들어간 한 아파트 최고급 펜트하우스 분양가가 3.3 제곱미터당 7천만 원을 넘겨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는 내용이다.

'해운대 엘시티 더샵' 주거 타워 2개 동은 85층, 높이는 무려 399m와 333m에 달한다. 320㎡ 펜트하우스의 분양가는 무려 67억 6천만 원. 많은 언론들이 엘시티 최고급 펜트하우스 가 평당 7000만원을 넘어서 역대 최고 분양가 기록을 갈아치운 것에 주목하고 있다.

해운대 동백지구

그러나 나는 이 딴 것에 관심이 없다. 나의 편견일 수 있지만 개발에 따른 '우려' 때문이다. 그 우려는 '재앙'이다. 그 자연의 위력이 해운대에 높이 치솟은 빌딩을 하루아침에 쓰러뜨리게 하는 재앙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부산 해운대서 나고 자란 나는 어른들로부터 '사라' 태풍 이야기를 종종 듣곤 했다. 1959년 9월 15일 부산을 덮친 사라 태풍. 당시에 39.2m/sec에 이르는 바람이 불었다고 한다. 이 바람은 승용차가 뒤집어진다. 사라로 인해 해운대 70%가 파괴되었다고 들었다. 지금의 부산 벡스코까지 물에 잠겼다. 바닷물까지 덮쳐 동네사람들은 ‘장산’으로 피신을 했다.

그리고 내가 직접 목격한 태풍은 수없이 많다. 2002년 8월 30일 발생한 태풍 루사. 이어 2003년 9월 12일 발생한 태풍 매미는 부산을 숙대밭으로 만들었다. 고층 아파트가 흔들렸고, 베란다 유리창이 와장창 깨졌다. 

최근 들어선 해운대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와 건물은 이런 위력적인 태풍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물론 이런 대형 주상 복합 아파트와 빌딩들은 강력한 태풍에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갖췄다. 그러나 이보다 더한 태풍이 올 경우 '과연 버틸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영화 해운대 한 장면

기상 전문가들은 엘리뇨 현상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머지 않아 한반도에 초살인적 태풍이 휘몰아 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그럴 경우 해운대가 태풍의 눈 속으로 들어간다. 해운대 초고층 빌딩들은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아마도 그런 태풍은 해운대 해안가를 사라지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상 해운대는 해변의 기능이 상실되었다. 해운대 해변가 모래 유실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만 해도 해운대 바닷가 모래가 유실되어 430억원 어치 모래를 백사장에 퍼부었다. 해운대 모래는 수만년에 걸쳐 조개알이 파도에 휩쓸려 깨진 조개 가루 모래다. 

때문에 입욕 후 모래가 몸에 묻더라도 털면 그냥 털린다. 그런데 지금의 해운대는 그 모래가 아니다. 진흙형이다. 충청도 서해안 어디선가 싣고와서 퍼부은 '족보' 없는 모래다. 일각에선 중국산 모래라는 설도 들린다. 물로 씻어내도 몸에 딱 붙어 씻어내려가지 않는다.

더욱이 바람이 강하게 불면 해운대 백사장엔 뿌연 모래 먼지가 발생해 사람들이 입과 코를 막고 다닌다. 문제는 모래 유실이 계속되어 이런 모래를 매년 수백억원어치 퍼부어야 한다. 해운대 모래는 해운대 바닷가에 적합형 모래다. 때문에 족보없는 모래가 해운대 백사장의 숨을 이미 멈추게 했다. 

 유실된 모래를 해운대 백사장에 퍼붓고 있다

파도는 바람의 양향을 받는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해운대 상징인 장산에서 역풍으로 바다로 돌아온다. 문제는 그 바람이 장산이 아닌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와 빌딩에서 역풍을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 역풍현상으로 인해 바람이 파도를 밀쳐내는 힘이 상실되고, 대신 끌어내리는 효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해운대가 구석구석 개발되고 있다. 결국 그 부메랑은 누가 맞을까. 나는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해운대가 개발되고, 어느덧 부의 상징이 되었다는 사실에 허무감이 밀려온다.

너무나 아름다운 해운대. 그 해운대가 부의 논리에 파괴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이렇게 글 몇자 두드리는 거 뿐이다.

모든 인류 지성의 실체는 가식과 욕망의 바벨탑이란 것을 절감하고 허무주의자가 되고 만다.

분명한 것은 너무나 해운대를 모른다. 자연을 모른다. 태풍을 모른다. 해운대 자연이 성난 바람과 파도를 일으킬지 무서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