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보수정치인 단골코스 서문시장 조원진은 가고, 윤석열이 피했다, 왜?
[현장에서]보수정치인 단골코스 서문시장 조원진은 가고, 윤석열이 피했다, 왜?
  • JBC까
  • 승인 2021.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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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진 희망 장보기 지지자 몰려 대선 출정식 방불
윤석열 측 우리공화당 비난 마찰 우려 방문 급선회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11일 오전 지지자들과 함께 대구의 가장 큰 전통시장인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장을 보고 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11일 오전 지지자들과 함께 대구의 가장 큰 전통시장인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장을 보고 있다.

조원진! 조원진! 조원진!”

11일 오전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51차 희망배달 추석 장보기 행사를 이어가기 위해 대구 중구 달성로에 위치한 서문시장을 찾았다.

이날 서문시장에는 조 대표를 보러온 손님들과 지지자, 유튜버들이 한 데 섞이면서 거의 마비 상태가 됐다. 조 대표가 장을 보기 위해 이동할 때 마다 지지자들이 조원진!”을 연호했다.

조 대표는 우리공화당 차기 대선 후보가 유력하다. 아직 출마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이날 조 대표의 장보기는 거대한 대선 출정식을 연상케 했다.

조 대표는 지난 6월 중순부터 문재인 정권이 빼앗은 서민경제를 살리고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희망살리기 민생투어 전통시장 장보기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조 대표는 50일여일 만에 재개한 전통시장 장보기 첫 방문지로 서문시장을 찾았다.

전국 최대 규모 서문시장은 늘 뜨거운 관심지역이다.

단순히 전통시장이라는 사실을 넘어 보수의 성지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기 때문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보수 정치인들이 즐겨찾는 코스다.

조 대표가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에서 비판을 감수하고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서문시장을 찾은 것도 대선 출마 워밍업과 보수 색채를 더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5년 9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5년 9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서문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향수가 짙은 시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적 고비가 있을 때마다 서문시장을 찾았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역풍이 불자 세 결집을 위해 서문시장에 방문했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도 이곳을 찾아왔다. 박 대통령이 탄핵이라는 정치적 최대 위기를 맞이했던 2016년에도 서문시장 화재 현장을 찾았다.

이날 대구는 정치적 이목이 집중됐다. 이른바 고발 사주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고발당한 윤 총장이 대구를 찾았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대구를 찾아 하루 동안 8개 일정을 소화했지만 서문시장은 방문하지 않았다.

지난 720일 대선 출마 선언 후 두 번째 방문지로 서문시장을 찾았다. 윤 전 총장의 대구행에서 서문시장 방문은 단연 하이라이트였다.

이날 윤 전 총장이 서문시장을 찾지 않은 것에 대해 의아했다. 조 대표 지지 세력이 워낙 많이 몰려와서 충돌과 비난을 우려해서 급히 일정을 조정했다는 후문이다. 윤 전 총장은 박 대통령을 구속시킨 핵심 인물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7월 말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 나누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7월 말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 나누고 있다.

19대 대선 출정식을 서문시장에서 열었던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는 10일 이곳을 다녀간 후 대구 경북에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보수의 성지 서문시장은 누구나 반겨 주지 않는다. 유승민 후보는 일부러 이곳을 피한다. 지난 대선 때 이곳을 방문했다가 상인들로부터 배신자, 역적이라는 호된 비난을 받았다. 박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유승민은 상인들에 의해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있다.

이날 대구에선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대구·경북 지역 경선이 열렸다. 여권 대선 후보들이 대구를 찾았지만 서문시장을 찾은 후보가 없었다.

대구가 고향인 추미애 전 법무장관도, 안동이 고향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찾지 않았다. 좌파 색채 정치인이 찾으면 환영대신 문전박대 당하기 때문에 방문에 부담스러워 한다.

이날 조 대표는 상인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다. 문어를 팔고 있는 한 상인은 유력 정치인이 서문시장을 찾으면 우리와 악수하고 사진찍기에 급급한데, 조원진이는 장도 봐줘서 다르네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영업하는 상인들의 볼멘소리도 나왔다. 서문시장에 지지자들과 유튜버들이 들이닥치는 탓에 왜 가게 앞을 막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들렸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11일 오전 지지자들과 함께 대구의 가장 큰 전통시장인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장을 보고 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11일 오전 지지자들과 함께 대구의 가장 큰 전통시장인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장을 보고 있다.사진제공=대박뉴스TV

조 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칠성시장과 달서시장까지 돌면서 장보기를 이어갔다. 조 대표는 대구 서문시장, 칠성시장, 달서시장 상인회 간담회에서 우리공화당은 전통시장을 살리고 자영업자분들께 힘을 내시라고 직접 장보기 행사를 50차례 넘게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려운 서민경제에 조금이나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장보기 행사를 하고 있으니 시장 상인분들과 자영업자 분들도 힘내시라고 화이팅을 외쳤다.

우리공화당 한 고위 당직자는 조 대표가 대선 출마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이날 서문시장 방문은 사실상 대선 행보 일환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