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 논객 정재호의 생각] 문재인 정치의 ‘시작’과 ‘끝’
[92세 논객 정재호의 생각] 문재인 정치의 ‘시작’과 ‘끝’
  • JBC까
  • 승인 2021.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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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와의 단호한 결별
‘오늘’의 권력도 내일이면 ‘어제’의 권력, 업보가 어디로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 20대 대선 D-171.

권불오년(权不五年) ‘문재인의 시간끝자락이 무엇인가에 쫓기듯 헐레벌떡거리는 모양새다.

신물이 나도록 우려먹은 촛불의 약발이 시들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른 탈원전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운 문재인 정치의 역주행이 도마에 올라 상처투성이가 된 오늘이다.

문 대통령이 큰 소리쳤던 부동산정책은 25번이나 주물러 짜깁기를 거듭했으나 모질게 실패한 정책으로 천덕꾸러기가 됐다.

삶의 둥지 구하기가 까마득하니 민심불안은 정한 이치다. 사회안정의 기둥인 중산층의 허리는 가늘어졌고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귀족노조는 철옹성같은 권력으로 진화했다.

문재인이 지난 2017년 5월 커피를 들고 청와대 소공원을 걷고 있다. 왼쪽부터 조국 민정수석, 권혁기 춘추관장, 문 대통령, 이정도 총무비서관, 조현옥 인사수석, 송인배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일정총괄팀장, 윤영찬 홍보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문재인이 지난 2017년 5월 커피를 들고 청와대 소공원을 걷고 있다. 왼쪽부터 조국 민정수석, 권혁기 춘추관장, 문 대통령, 이정도 총무비서관, 조현옥 인사수석, 송인배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일정총괄팀장, 윤영찬 홍보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 권력독과점에 취한 586운동권

586운동권 주체가 판을 좌지우지하는 세상이다. ‘대깨문이란 희한한 낱말은 권력실세의 대명사다. 딱히 245년 전 조선 정조(正祖) 시대 권신들의 패거리 세도정치(勢道政治)가 오늘에 되살아난 꼴이다.

밑바닥 고단한 삶이 비탈진 벼랑으로 내몰린 가운데 설마했던 사회주의의 그림자가 어슬렁거린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역겨운 냄새를 맞닥뜨린 저잣거리의 한숨이 뭉개구름처럼 쌓였다. 형형했던 대한민국의 영혼이 신음한다.

쥐락펴락 권력의 오만과 독선, 무능은 가뜩이나 벌겋게 달아오른 백성의 가슴팍을 아프게 들쑤셨다. 마침내 나라가 니꺼냐는 전대미문 칼날같은 삿대질이 권력의 목덜미를 겨누었다.

짧은 촌철살인의 목청에 농축된 노기(怒氣)는 화끈했다. 4·7 서울·부산시장 선거 표심에 고스란히 옮겨붙은 민심은 차라리 불기둥을 닮았다. 역대급 참패에 주눅된 거대여당은 잠시 주춤했으나 이념의 밧줄로 동여맨 운동권의 태생적 속성인 독주본색은 금세 되살아났다.

야당과의 협치 따위는 사치스런 말장난에 불과했다.

문재인이 취임식날 공정과 정의를 외쳤지만 지금은 특권과 반칙 불공정 뿐이다.
문재인이 취임식날 공정과 정의를 외쳤지만 지금은 특권과 반칙 불공정 뿐이다.

#말끝마다 공정과 정의

문재인 시대 5년에 두 개의 단어에 함축된 시대정신은 이념의 잣대에 떠밀려 기지개도 펴지 못한 채 슬그머니 실종됐다. 조국(曺國) 사태를 에워싼 광란의 세대결은 공동체 해체의 출발점이었다. 분열의 씨앗이 마구 뿌려졌고 나라는 두동강났다. 하나의 명백한 진실을 놓고 흑백으로 짝 갈라진 것은 과거팔이 전매특허에 매달린 문재인 리더십의 편협한 한계를 상징하는 현장이었다.

우리공화당이 언론중재법을 반대하며 국회앞에서 1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우리공화당이 언론중재법을 반대하며 국회앞에서 1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언론의 손발 묶어 재갈

정권 말기 조바심과 강박감이 어지럽게 교직(交織)된 문재인 권력이 노심초사 추구하는 초점은 오직 하나다. 모든 수단을 통틀어 정권 재창출 완성의 마침표를 찍는데 있다. 언론의 손발을 묶어 재갈 물리려는 언론중재법 여차하면 언론사의 기둥뿌리를 뽑겠다는 결기가 묻어있다. 여기에 돈을 풀어 표심을 사로잡는 재난지원금투입. 딱히 장기판에서 외통수인 양수겸장(兩手兼將) 전략이다. 국민세금을 허리춤 쌈짓돈 풀어 재키듯 뿌릴 요량이다.

문재인 씨 부부가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만찬을 하며 파안대소 하고 있다.
문재인 씨 부부가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만찬을 하며 파안대소 하고 있다.

# 난세에 난언이 춤춘다

난세(亂世)에 난언(亂言)이 춤춘다고 했던가. 옛 선현의 훈시에 토를 달 수는 없는 노릇. 정권 막판 어수선한 분위기의 틈새를 헤집고 고약한 패륜의 막말들이 가로세로 정치판을 휘젓고 있다. 막말의 출구는 하나같이 문재인 권력에 빌붙어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화상들이다.

두루 진한 먹물께나 마셨다는 지체 높은 나리들의 말투에서 식자우환(識字憂患)이란 경구가 떠오른다. 치졸한 언어들이 밀물처럼 사회 한복판으로 번지면 필시 국가기강을 좀먹는 해악이 될 것이 분명할진대 나라 다스림의 총수(總帥)인 대통령의 엄한 일갈이 떨어졌으면 하는 청원과 함께 대통령 특유의 침묵이 매우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따갑다.

문재인과 김정은 평화협정 쇼
문재인과 김정은 평화협정 쇼

#문재인 집정대미 남북종전 협정체결

문재인 집정 대미를 장식할 목표는 남북종전 협정체결이다. “문재인 정치가 가장 잘한 정책 하나를 꼽는다면?”이란 질문에 그쪽 울타리 실세들 입에서 나온 반문을 겸한 답변은 이렇다.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잘 관리하지 않았느냐?” 노무현 정신의 상속자를 자부하는 문재인은 20175월에 펴낸 자서전 책 제목을 운명으로 박았다.

문재인 정치의 행로는 큰 틀에서 노무현정치의 아바타로 봐야 옳다. 노대통령은 2002520일 인천의 한 정당연설에서 깊숙이 간직했던 정치신념을 털어놨다. 특유의 격렬한 몸짓과 더불어 둔탁한 말투였다. “남북대화 하나만 성공시키면 나머지는 깽판쳐도 괜찮다. 나머지는 대강해도 괜찮다는 말이다

2018년 4월말 판문점에서 만난 후 정상회담 쇼를 하는 김정은과 문재인.
2018년 4월말 판문점에서 만난 후 정상회담 쇼를 하는 김정은과 문재인.

#남북정상 쇼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대북평화프로세스에 집착한다. 한반도 위기의 본질인 북핵(北核)은 아예 뒷전이다. 명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맞춘 남북정상회담 현지 개최는 북한의 올림픽 참가자격 상실로 물건너갔다.

임기말의 정상회담은 서두르는 쪽의 위험부담이 크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문 대통령이 익히 숙지하고 있다. 10·4 노무현 김정일 회담의 남쪽추진위원장의 경험을 체화’(體化)하고 있지 않은가. 평화 쇼 한마당의 나비효과를 3·9대선으로 연동하고픈 문전략’(文戰略)의 허실은 두고볼 일이다.

알맹이없는 껍데기 보여주기 이벤트에 식상한 민중의 매서운 눈썰미가 초롱초롱하거늘. 한가지만은 확실하다. 민심의 도도한 흐름은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와의 단호한 결별을 다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공화당이 지난 3월 문재인 퇴진 집회에서 죄수복을 입힌 문재인 씨 부부를 끌고 다니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우리공화당이 지난 3월 문재인 퇴진 집회에서 죄수복을 입힌 문재인 씨 부부를 끌고 다니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오늘의 권력도 내일이면 어제의 권력

퇴임을 앞두고 마무리와 마주앉은 문 대통령의 선택과 집중은 제한적이다. 촉 빠른 시간에 쫓기면서 끝매듭짓는 게 쉽지만은 않을 거다. 그러나 기어이 짚고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적인 사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오늘날 동맹없이 자주국방을 성취할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문 정권 들어 과거 어느 때보다 껄끄럽고 느슨해진 한·미동맹을 조이고 굳히는 일이야 말로 초미의 급선무다. 또 하나는 이땅의 대통령 잔혹사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일이다.

두 전직 대통령이 옥에 갇혀있다. 그 전후 사정을 길게 늘어뜨릴 필요는 없다. 그 중심에 문대통령이 떡하니 버티고 있지 않는가.

문 대통령은 사면의 전재조건으로써 공감(共感)을 들먹인다. 사통팔달 광화문대로를 막고 길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라. 공감은 이미 차고 넘친다. 결자해지는 바로 당신의 몫이 아닌가.

적폐청산을 빙자한 칼춤에 상처입은 영혼들의 신음소리가 멈추지 않고 있다. ‘오늘의 권력도 내일이면 어제의 권력이 된다.

하야(下野)의 길섶이 아스라이 눈에 밟힌다. 3·9대선이 성큼 다가선다. 업보(業報)의 돌개바람이 어디로 향할지 아무도 모른다. 눈이 시리도록 맑은 감성으로 포원진 사람들을 달래는데 집중해야 할 문재인의 시간은 바로 지금 응답해야 한다.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정재호

-1930년 대구 출생. 경향신문 정치부장 역임.

-호는 두암(斗岩), 문전(文田), 동남(東南).

-1971년 백두진 국회의장의 비서실장으로 정계에 입문

-1973년부터 1980년까지 제9, 10대 국회에서 유신정우회 국회의원을 역임.

-현 민족중흥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