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C의 단상]‘전두환 전 대통령 별세’와 ‘전두환 씨 사망’…죽은 자 호칭도 진영논리
[JBC의 단상]‘전두환 전 대통령 별세’와 ‘전두환 씨 사망’…죽은 자 호칭도 진영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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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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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이 23일 별세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페이스북 글을 두 번 고친 끝에 삭제했다. 처음에는 전 대통령이라고 불렀다가 로 고쳤고, ‘애도를 표한다는 부분을 뺐다.

전 전 대통령 별세를 두고 언론도 전 대통령’, ‘사망으로 엇갈렸다. 보수우파에 가까운 매체들은 대부분 전두환 전 대통령’, ‘별세로 표기했지만 KBS 등 대부분 언론은 전두환 씨’ ‘사망으로 표기했다.

자유 우파 측에선 어떻게 집권 여당과 언론이 전() 대통령에게 ’ ‘사망이라 표기할 수 있느냐고 발끈했다. 사실 는 그 사람을 높이거나 대접하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직위가 높거나 윗사람에게 사용하면 실례다. 전직이든 현직이든 대통령을 로 표기하는 것은 비꼬거나, 비하 내지 깐죽거리는 호칭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전직 대통령의 공과 사를 떠나서 진영의 논리에 따라 대통령이 엇갈린다. 대한민국 언론이 전두환 전 대통령만 씨 호칭으로 표기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박근혜 씨로 표기했다.

지난 22일 박 대통령이 서울 삼성병원에 재입원했을 때 언론들이 박근혜 씨 재입원이라고 썼다. 좌파진영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씨로 호칭하는 것은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직에서 쫓겨났기 때문에 전 대통령 호칭으로 표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2.12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했기에 그렇다는 논리와 같다.

그 동안 전직 대통령이 사망하면 그 공과를 떠나서 언론과 정치권에선 서거내지 별세로 표기했거나 불렀다. 서거(逝去)죽어서 세상을 떠남의 높임말이다. 윗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별세(別世)로 표기했다. 서거와 별세는 그 차이가 없지만 전직 대통령이 작고했을 때는 예우적 차원에서 서거로 표기해왔다.

일부 보수진영 언론은 전 전 대통령보다 한 달 앞서 작고한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는 서거란 표기를 썼다. 앞서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좌우 진영 논리를 떠나서 서거로 썼다. 전 전 대통령만 사망이라고 썼다.

전 전 대통령은 살아생전에도 지탄과 분노의 대상이었다. 80년대 재임시절 전 전 대통령 호칭은 살인마 전두환이었다. 80년 광주사태를 피로 물들인 것을 빗대어 부른 국민적 분노 호칭이었다. 재야 집회 현장에서 대통령 호칭을 쓴 경우가 단 한차례도 없었다.

횟수에 대한 통계는 없지만 집회현장에서 전 전 대통령 처럼 화형식이 많이 거행된 역대 대통령은 없었을 것이다. 학생운동권과 재야의 타깃이 된 전 전 대통령은 툭하면 집회현장에서 화형식에 처해지곤 했었다.

전 전 대통령은 죽어서도 별세내지 서거 아닌 사망과 씨로 대접받았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좌우 대립 갈등이 이어져왔지만 죽음 앞에선 모두가 경건하고 엄숙해왔다. 그러나 문재인 좌파 정권 들어서 죽음을 두고도 좌우진영으로 나누어져 버렸다.

23, 좌파학계의 원로인 백낙청 서울대 영문학 명예교수가 전 전 대통령의 별세와 관련해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선인의 죽음이든 악인의 죽음이든 죽음 앞에서는 우리가 삼가는 게 있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백 명예교수의 말이 묵직하게 들리는 이유가 죽음마저도 이분화 혐오와 극단으로 치닫는 한국 사회의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 씁쓰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