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김일성 주석이라 부르면서 전두환 씨라니 상식에 어긋난다"
전여옥 "김일성 주석이라 부르면서 전두환 씨라니 상식에 어긋난다"
  • JBC뉴스
  • 승인 20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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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논리'에 따른 호칭 논란 비판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경험담 토로
전여옥 前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사진=월간중앙]

전여옥 前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여권 인사들과 언론 등에서 서거한 전두환 前 대통령을 '전두환 씨'라고 호칭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전 前 의원은 2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저의 20대, 전두환 대통령을 저주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유고로 찾은 민주화의 기회를 짓밟았으니까. 그 시기 제 가슴은 참담했다"라고 말했다.

전 前 의원은 "KBS 기자시절, 그래도 지금의 KBS와는 달리 동료 기자들끼리는 속에 있는 말을 숨기지 않았다."며 "취재를 갈 때는 저, 촬영기자, 오디오맨 그리고 운전기사까지 늘 4인조였는데 하루는 처음 보는 운전기사와 함께했다. 취재현장으로 가는 40분여간 당시 우리는 전두환 대통령을 비난하고, 욕하고, 저주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게 '권위주의 정권'아래 기자들의 스트레스 풀기였다. 그런데 일행인 운전기사분이 '듣기 불편하다'고 정색을 하며 '기자님들이 그리 볼 수도 있지만 제가 군대에서 그 분을 모셨다. 군 급식(고춧가루, 닭) 빼돌리는 것 그 분이 오셔서 싹 없어졌고, 집에서 먹는 것보다 푸짐한 식사가 나왔다. 아랫사람이 잘못하면 본인이 다 책임지고 감싸주셨고, 리더십이 끝내줘서 그 밑에 있는 군인들이 일하기도 편했다'고 말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전 前 대통령과 관련하여 전해 들은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전 前 의원은 "권력이란 참으로 엄중하고, 허망하고 그리고 비참한 것"이라며 "쿠데타, 체육관 선거, 대통령 취임, 백담사 유배 그리고 법정에서 사형언도까지 전두환 대통령의 삶은 파란만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두환 대통령의 죽음은 제게,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학살자 전두환 사망', '전두환 씨 사망', '전두환 전 대통령 별세'까지 언론은 그들의 '진영논리'로 전두환 대통령의 죽음을 표현한다"면서 진보학계의 원로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말을 인용해 "(저는) '선인도, 악인도 죽음 앞에서는 말을 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前 의원은 "저는 권력을 놓친, 마감한 전직 대통령들을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면서 "그들은 우리 보통사람들보다 더 나약하고, 불안하고, 황망해 보였다. 정말 권력이 무엇인지 찾아오는 사람만 보면 같이 잡담이라도 나누고 싶어하는 동네 할아버지 같은 전직 대통령을 통해 뼛 속 깊이 알게 됐다"고 씁쓸해했다.

전 前 의원은 끝으로 "저는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전두환 대통령의 명복을 빌기로 했다. '김일성 주석', '김정은 위원장', '이설주 여사'라고 부르는 이들이 '전두환 씨', '이순자'라고 부르는 것은 예의가 아니고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면서 "고통의 현대사 속에 저도 젊은 날을 보내며 '한개의 점'으로서 있었다.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여러 역사학자의 평가속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아있는 인간으로서  죽음의 강을 넘은 한 인간, 전두환 前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며 서거한 전 前 대통령에게 애도를 표했다.

한편, 전 前 의원은 언론인, 작가로 활동하다가 2004년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변인을 지내며 노무현 정부와 여당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서 '독설가'로도 이름을 떨치는가 하면 '원조 친박'에서 '박근혜 저격수'에 이르기까지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계에서 은퇴한 현재는 작가, 방송인, 유튜버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