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 논객 정재호의 한탄]5·18 원형질(原形質)무엇이관데 이토록 분하고도 슬픈가
[92세 논객 정재호의 한탄]5·18 원형질(原形質)무엇이관데 이토록 분하고도 슬픈가
  • JBC까
  • 승인 202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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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전두환 전 대통령 영정사진과 관이 발인식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27일 전두환 전 대통령 영정사진과 관이 발인식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서거를 둘러싸고 줄지어 빚어진 모습들은 한국사회 깊숙이 뿌리박힌 이념편중 분열증후군의 악성(惡性)을 자백하는 슬픈 초상이 아닐 수 없다.

28일 전에 유명을 달리한 노태우 전 대통령과 더불어 1980년대 영욕의 시간을 누볐던 두 주역의 귀천(歸天)은 우리 현대사 한 가운데를 뜨겁게 관통한 5공화정의 종언을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역사의 현장이다.

전두환 시대의 빛과 그림자는 너무나도 상극적이다. 12·12군사변란, 5·18광주유혈진압사태, 철권통치는 어두운 장()에 무겁게 갇혀있다. 고도경제성장, IT강국기반구축, 88올림픽유치, 중산층 저변확대는 단연코 빛나는 대목이다.

무릇 역사 전개의 굽이마다에는 공()과 과()가 어지럽게 점철되는 법. 엄정하고도 냉철한 객관적 시선으로 가려야 한다.

물론 후세 사가의 몫으로 치부하고 유구무언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가지만은 못 박아야 한다. 권력에 빌붙은 어설픈 식자우환(識字憂患)의 필설(筆舌) 따위에 놀아나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게 깊은 위로를 표한다는 대변인 담화와 함께 조화를 보내거나 조문할 계획은 없다고 야멸찬 토를 달았다. 푸른기와집 비위 맞추기에 이골이 난 집권여당은 팔짱 낀 채 침묵모드다.

국민의힘은 당 대표 조화를 보냈고 윤석열 대선후보는 조문간다고 운을 뗐다가 잠시 뒤 일정을 취소했다. 윤 후보의 어색한 엉거주춤은 일부 언론의 입방아에 시달렸다. 보수시민단체가 매섭게 쏴붙였다.

상식을 중시한다면서 전직 대통령 문상 안가는 것이 당신의 상식이냐.”

언론의 시각은 야릇한 차이를 보였으나 밑바닥에 깔린 보수 진보의 색상은 확연히 갈렸음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약간의 온도차를 나타냈지만 조중동(朝中東)은 균형을 잡으려고 애쓴 흔적이 완연했다. 5·18에 관한한 끈끈한 점도(粘度)의 힘을 곧잘 드러내는 호남민심을 의식한 듯 컬럼 사설의 마무리 끝자락에서 붓놀림이 들쭉날쭉했다.

필자의 과민 탓일 수도 있다.

좌파 성향이 뚜렷한 활자매체와 권력의 입김에 잽싸게 반응하는 방송은 시종 대통령대신 씨()로 일관했다.

서거란 높임말은 숫제 외면 사망을 고집했다. 어떤 신문은 거두절미 큼직한 활자로 1면 머리에 학살자라고 박았다. 알량한 이념집착증이 흩뿌린 금도를 넘어선 만용인가?

정권의 유난스런 흘대가 눈에 선한 가운데 보수 단체가 광화문 종각에 천막 시민분향소를 설치했다. 뒤쫓은 당국이 금새 철거하는 옥신각신이 있었다.

국가보훈처가 내란죄로 수형한 사실을 들어 국립현충원 안장을 불허한다고 서둘러 밝힌데 맞서 현충원 안장을 청하는 글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달군 사실을 황망한 들녘에 한그루 상록수가 솟은 느낌이라고 노래한 무명인사의 글줄 하나가 카톡에 떴다. 시원한 막걸리 한잔 들이키고 싶은 신선한 시어‘(詩語)가 아닌가.

5일 간의 가족장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영결식장 안팎은 때마침 밀려온 초겨울의 한파와 권력무상을 곱씹는 허허탄식이 맞물려 무거운 침묵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가신 님의 넋을 달래는 진혼의 목탁소리가 이따금 정막을 깨고 있을 뿐. 식장 밖에 진을 친 5·18유관단체 구성원 쪽에서 별안간 앙칼진 중년 아낙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전두환은 사죄하라맞은 편에서 쩌렁쩌렁 굵은 남정네의 목소리가 맞불을 놓았다. “전두환대통령은 구국의 영웅이다이쪽 저쪽에서 똑같은 고함이 마구 튕겨 나왔다. 사납게 부딪친 아우성의 여운속에서 흔들리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본다. 광주땅에서 서로 피흘린 결과가 이것인가. 대관절 5·18의 원형질(原形質)은 무엇이관데 우리를 이토록 슬프게 하는가.

하늘 우러러 묻고 싶다. ‘문재인치하두동강 난 나라의 잔인한 민낯이 아닌가.

한걸음 먼저 떠난 노 전 대통령은 북녘땅을 바라보는 통일동산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전대통령은 화장한 백골을 전방고지에 뿌려달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살아생전 통일을 염원하면서 전선에서 싸웠던 장군출신 두 국가원수의 포원(抱冤)을 풀어주는 것은 마땅히 우리의 몫이 아니겠는가.

죽음은 용서와 화해를 완성하는 종점이라는 이끼 낀 고언(古諺)이 있거늘.

대통령 문재인은 끝내 두 전임 대통령의 빈소를 찾지 않았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별꼴을 우리는 목격했다.

아무리 지독한 폭군도 죽음 앞에서는 망가진 양심의 수리(修理)를 다짐한다는 또 하나의 경구를 여적(餘滴)으로 덧붙인다.

영결식 전날. 빈소를 찾은 박근령 여사(박근혜 전 대통령의 여동생)가 기자에게 한 말을 여기에 옮겨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님 두 분께서 하늘 나라에서 저의 아버님과 함께 정담 나누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박 여사는 빈소가 차려진 첫날 영전에 놓인 박근혜라고 적힌 조화를 어루만지고선 눈을 지긋이 감았다. 까치발로 조용히 식장을 벗어나는 뒷모습이 언니를 빼닮았다.

, 박근혜 대통령.

거짓선동과 광장의 광기에 짓눌려 옥살이 1705일째 집권대통령의 삐뚤어진 인성(人性)이 투영된 문명속의 야만언제까지인가. 분하고도 슬프다.

2021. 11. 29.

민 족 중 흥 회

회 장 鄭 在 虎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정재호

-대한민국 언론인, 정치인이다.

-호는 두암(斗岩), 문전(文田), 동남(東南).

-1930년 대구 출생. 경향신문 정치부장 역임.

-1971년 백두진 국회의장의 비서실장으로 정계에 입문

-1973년부터 1980년까지 제9, 10대 국회에서 유신정우회 국회의원을 역임.

-현 민족중흥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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