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프레임, 특검 이재용 회장 구속 [제2화]
소설 프레임, 특검 이재용 회장 구속 [제2화]
  • JBC까
  • 승인 201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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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소설이다. 현실이 소설, 소설이 현실이다.이 글은 소설이다. 오로지 소설로만 읽어야 한다. 글 속에 등장하는 개인, 기관의 이름은 소설적 장치 일 뿐이다.

 “차 한잔 드시겠습니까?”

“아, 네~”

이재영 오성그룹 회장은 18일 오전 9시 10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했다.

이 회장은 자신을 조사했던 이재식 특검보 방으로 향했다.

강 특검보는 이 회장에게 따뜻한 녹차 한잔을 건넸다.

특검 사무실은 후덥지근 했다.

긴장한 이 회장은 손수건을 꺼내서 입술 주위를 닦았다.

뜨더운 공기가 얼굴을 후끈 거리게 했다.

이 회장은 10여 분 전 특검 사무실 입구에 도착했다.

다소 내성적 성격의 소유자인 이 회장은 공개적인 장소를 기피한다. 특히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린다.

이 회장은 공개적인 장소에 모습을 드러낼때마다 늘 기자와 맞닥뜨려야만 했다.

오늘도 어김없었다. 이 회장이 특검 사무실에 도착하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카메라 셔터가 쉴새없이 눌러졌다.

“뇌물죄 인정하는가”

“도의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가?”

“한 말씀 해주세요?”

기자들의 질문은 거칠고 직선적이었다.

일선 기자들이야 어쩔 수 없다.

상대가 좋은 싫든 그런 질문을 해야 한다.

최소한 대답에 대한 한 팩트만으로 소설같은 기사를 적는 게 작금의 기자들 현실이다.

이날 특검에 도착한 이 회장을 향해 날린 질문은 정도를 넘어섰다.

기자들의 질문은 이 회장의 범죄 사실과 구속을 정당화 하고 인정한 질문이었다.

이 회장은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걸어갔다.

묵묵부답이었다.

이 회장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8층으로 올라갔다.

강 특검보가 이 회장에게 물었다.

“이 회장님 오늘 10시 30분 영장 실질 심사 받는 거 아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이 회장의 입술은 타 들어갔다.

이 회장과 동행한 문천일 변호사가 거들었다.

“영장실질심사 잘 받도록 하겠습니다.”

문 변호사 말투는 그래 한번 붙어 보자는 식이었다.

“네 당연히 그래야겠죠.”

강 특검의 눈빛이 번뜩였다.

특검 창과 이 회장 방패의 대결을 예고하는 듯 했다.

“여기서 10분 뒤 출발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특검과 이 회장은 이런 형식적 대화만 나누었다.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마당에 괜한 이야기를 더 나누었을 경우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도 이 회장을 경계하는 눈치였다.

이 회장의 출석을 TV를 통해 지켜본 정호윤 팀장은 영장실질심사가 이미 짜놓은 각본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방송들은 이 회장 구속을 기정사실화 시켰다. 구속영장은 도주나 증거 인멸 등에 대한 합당한 의심이 제기될 때에 한해 청구하는 것으로 유무죄 판단과는 직접적 상관이 없다.

어느 수사가 됐건 구속 수사는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특검 수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현직 기업 총수나 CEO들은 우리 사회에서 도주 우려가 가장 낮은 집단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모든 기반을 국내에 둔 그들이 도망갈 곳이 따로 있을 리 없다. 앞서 검찰과 특검은 수사 선상에 있는 기업들에 대해 수차례 강도 높은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채증 가능한 증거는 이미 확보됐을 것이고 아직까지 증거 인멸을 우려한다면 그건 수사 부실을 자인하는 것이다.

특정인에 대한 ‘꿰맞추기 수사’ ‘표적수사’라는 지적을 듣지 않도록 매사에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특검 수사가 서두르고 있었다. 서두른다는 것은 빨리 끝내겠다는 것이었다. 특검은 이 회장 구속영장발부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정 팀장 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과거 알고 지냈던 판사 출신 이재문 변호사였다.

“어쩐 일이십니까.”

“별일 없으시죠.”

“별일은 너무 많아서 어떤 게 별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정 팀장 특유의 농섞인 목소리가 폰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나 저나 이 변호사님 어쩐 일십니까?”

“정 팀장, 법조인 한 사람으로서 이런 말을 해야는지 말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특검이 후진적 수사 관행으로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게 안타깝네요.”

“잘하고 있지 않습니까. 발목을 잡다뇨?”

정 팀장은 역설적으로 물었다.

“특검이 거침 없습니다. 구속영장 청구는 도주나 증거 인멸 등에 대한 합당한 의심이 제기될 때에 한해 청구하는 것인데, 유무죄 판단과는 직접적 상관이 없습니다. 어느 수사가 됐건 구속 수사는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특검 수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지 않습니까.”

현직 기업 총수나 CEO들은 우리 사회에서 도주 우려가 가장 낮은 집단이다. 기반을 국내에 둔 그들이 도망갈 곳이 따로 있을 리 없다.

앞서 검찰과 특검은 수사 선상에 있는 기업들에 대해 수차례 강도 높은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채증 가능한 증거는 이미 확보됐을 것이다.

이 변호사의 말은 이어졌다.

“아직까지 증거 인멸을 우려한다면 그건 수사 부실을 자인하는 것입니다. 이번 특검은 박근혜대통령과 최순실간의 국정농란을 밝혀내는 게 목적입니다. 그런데 특정인에 대한 ‘꿰맞추기 수사’ ‘표적수사’라는 지적을 듣고 있으니 특검이 제대로 굴러갈지 걱정입니다.”

이 변호사는 23일 점심을 먹자는 말을 한 후 전화를 끊었다.

뉴스속보가 떴다.

영장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이 회장이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는 내용이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55분께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피의자 신분이었다. 이 회장은 수사관들과 동행하기 위해 특검 사무실에 들렀다가 오전 9시 30분께 법원으로 출발했다.

법원에도 기자들이 붐볐다.

취재진이 가득 모여 대기하고 있었다.

심문은 오전 10시 30분 조대식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특검팀은 오성그룹이 최씨 모녀 측에 지원한 자금이 사실상 박 대통령에게 준 뒷돈이고, 최종 결정권자인 이 회장이 지원을 결정했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피고인석 법정 의자에 앉았다.

입이 바싹 타들어갔다. 물을 마시고 싶었지만 갈증을 참았다.

긴장을 풀기 위해 이 회장은 양손을 비볐다.

조 부장 판사가 법정으로 출입했다.

모두가 일어서서 목례를 한 후 자리에 앉았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하루전. 이 회장은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이미 아내와 이혼한 이 회장은 내조도 받지 못했다.

과거에 대한 회한과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는 했다. 한밤중에 잠이 갰을 때 이 끔찍한 상황이 결코 끝날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 때가 가장 끔찍했다.

어둠속을 헤매다가 빛을 찾지 못하고, 영영 갇혀 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어둠속을 더듬거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의지가 점점 약해지는 듯했다. 어둠이 집어 삼킬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

언론은 마구 추측성 기사를 쏟아냈다. 검찰, 국회 특감, 특검까지 불려나와 수사를 받았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거래 관계를 집중 케물었다. 자백을 받아내려 했다.

이 회장은 “돈을 준 것이 사실이지만 대가를 바란게 아니다”는 진술만 되풀이했다.

검사는 회유하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증거를 갖다댔지만 이것은 직접적인 증거가 아니었다.

이 회장의 답변은 한결 같았다. 특검은 이 회장을 상대로 22시간 조사를 했다. 인권을 유린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검은 다른 피의자들도 그렇게 조사를 했다. 밤샌 조사는 오전 8시나 아침 9시까지 이어졌다. 잠을 재우지 않고 철야 조사를 했다.

건강이 대단히 나쁘다는 진단서를 제출해도 심야 조사를 강행했다.

이런 검찰의 잘못된 수사는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재판에서 이기는 것보다 일단 사람을 잡아 넣는 일에 공명심을 느낀다.

이 회장을 향한 수사도 거침없었다.

이 회장은 때론 특검 앞에서 답답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똑같은 진술을 했다.

판사에 대한 나름대로 한 가닥 희망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도 ‘판사마저 자신의 주장에 귀기울여주지 않는다면…’이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었다.

이 회장이 가장 두려워한 것 중 하나는 ‘유전 무죄, 무전 유죄’의 논리에 희생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과거 돈과 힘 있는 사람들의 잘못으로 생긴 그 말은 이 회장으로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언론에 따라 다르지만 진보적인 매체는 구속에 초점을 맞추었다. 사설도 그렇게 몰고 갔다. 여론도 재벌 회장의 힘으로 몰고 갔다.

그 표현들에는 더 엄격한 처벌을 촉구하는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이미 여론재판은 진행형이었다.

진실보다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실에 근거해 수사하고 판단했다.

이 회장 변호인마저 이번처럼 사건의 성격이 특정한 촛불 대중심리 논리의 틀에 갇히면 벗어나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토로했다.

그러나 인간은 때때로 아주 단순하고, 희한하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 힘을 얻는다.

이 회장의 영장 청구가 잘못되었다는 주장들이다. 그에겐 위로였다.

JBC까는 그의 구속이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그리고 이런 수사라면 대하민국 모두를 범죄인으로 만드는 거라 지적했다.

법정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언론은 특검과 오성그룹이 창과 방패의 싸움을 벌인다는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정의의 여신’ 앞에서 한판의 피 말리는 승부가 벌어질 참이었다.

방청석에는 특검과 변호인, 이 회장, 법정 기록인과 경위가 있었다.

실질심사는 방청 허용이 안된다.

변호인석에는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법무법인 청마 소속 문천일 변호사 등 4명이 자리를 잡았다.

특검 수사관들은 자료를 챙기고 있었다.

검찰은 구속 사유를 읽어나갔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