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프레임, 박근혜와 언론 [제7화]
소설 프레임, 박근혜와 언론 [제7화]
  • JBC까
  • 승인 201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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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세상이 소설 투성이다. 현실이 소설, 소설이 현실이다. 이글은 소설이다. 오로지 소설로만 읽어야 한다. 글 속에 등장하는 개인, 기관의 이름은 모두 소설적 장치일 뿐이다.

정노천 시인의 입은 거침없었다.

시(詩)는 글로 표현한다. 이날 시국을 향해 던진 일침은 글이 아니었다.

입으로 내뱉는 하나 하나의 단어들이 ‘독설’에 가까웠다.

그의 입에선 극좌, 극우, 종북 등 극단적 단어 조합들이 쏟아졌다.

현 시국은 지리산에 틀어박힌 그마저도 가만히 두지 않았다.

물을 한잔 벌컥 들어 마신 정 시인이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한 잔의 물도 꽉 막힌 그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지 못하는 듯 했다.

한잔 더 마셨다.

그는 언론 쪽으로 물꼬를 틀었다.

“대한민국 언론 모두 썩어서요. 언론이 나라를 죽이고 있습니다.”

“언론이 나라를 죽여요?”

정 팀장은 그의 말에 놀라 얼굴을 쳐다보았다.

“왜 언론이 나라를 죽인다고 봅니까?”

정 팀장은 그가 언론을 향해 다소 직설적인 돌직구를 날리는 것이 못마땅했다.

특정 언론을 콕 짚어 말하는 게 아니라 전 언론과 나라를 죽인다는 그의 표현이 못내 거슬렸다.

“왜 언론이 나라를 망하게 하고 다 썩었다고 봅니까?”

그는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지금 나라를 망하게 하고 있으니 썩은 것이고, 썩었으니 나라가 망하고 있는 게 아닙니까.”

“정 팀장 이거 함 보소. 지금 언론의 작태를? 정 팀장도 한 언론인으로서 지금 언론이 올바르다고 보요?”

“정 시인님, 원래 언론은 비판을 하는 집단 아닙니까. 매사 좋게 보는 게 있습니까?”

“물론 언론의 기능이 비판이란 건 압니다. 그러나 비판과 비난 그리고 마녀사냥은 달라야 한다고 봅니다.”

“마녀사냥요?”

“지금 나라를 위기로 몰고 가고, 박근혜 대통령을 마녀사냥하는 것은 언론이요. 물론 언론이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데 일정 정도 기여는 했지만 너무 합니다. 정치 사회 법조 집단 등 모두가 언론이 정한 프레임에 따라 춤추고 날뜁니다.”

박근혜 탄핵 정국으로 촉발된 대한민국이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제대로 돌아가는 게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경제 위기를 가속화 되고, 계층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만 갔다. 언론은 이런 갈등을 풀지 않고, 오히려 위기를 더 조장했다.

“언론이 대청소 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더 위기가 들이닥칠 겁니다.”

언론을 말하는 정 시인은 입에서 한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그는 언론 청소를 부르짖었다.

“지금 언론이 저지르는 의혹 보도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매일같이 상처를 입히는 지 알까요? 전두환 정권의 언론 통폐합 이후 방치된 언론의 권력화가 나라를 말아 먹을 정도로 안하무인이 됐다는 사실이요.”

그의 독설은 이어졌다.

“대한민국은 지금 왜곡되고 독선적이고 파렴치한 언론의 곡필에 의해서 빠르게 죽어가고 있다. 나라가 망가지건 말건 언론은 눈에 보이는 게 없소.”

신문은 인터넷 신문까지 합세해 정보의 홍수를 이루고 있다. 방송은 종편까지 생겨나 일방적 여론몰이에 앞장서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 모두가 언론 본연의 사명과 책임을 방기한 채 국민의 눈과 귀가 아닌 말기 암 덩어리가 되다시피 했다.

언론의 객관적 비판이 아닌 일방적 좌편향 된 저질 신문들과 방송들이 자명한 진실과 거짓을 분간치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언론은 사실을 사실 그대로 보도만 하여야 한다는 것, 언론의 기본적 사명은 공명정대함에 있다는 것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정 시인은 박 대통령 탄핵도 결국 언론이 앞장선 거라 단언했다.

“지리산에 쳐박혀 있는 저가 세상을 알면 얼마나 알겠소. 저도 처음에는 언론 보도를 믿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언론은 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을 접근하는 게 아니라 가십만을 다루었소. 나도 그 가십에 울분이 생긴 건 사실이오. 가령, 대통령이 근무시간에 주름 펴는 주사를 맞고, 세월호 터진 날 머리 손질을 하고 등 아니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아니 이런 건 누구나 다하는 게 아닌가’ 순간 제가 잠시나마 대통령을 증오했었던 게 창피하더라고요. 이게 국민들이 알고 싶은 건교. 나는 그 따위 언론 보도는 알고 싶지 않소.”

정 팀장이 한마디 했다.

“그 역시 언론 보도의 한 영역 아닐까요.”

“글쎄요. 저는 그런 보도를 보면서 왜 기자들이 기레기란 소릴 듣는지 알거 같소.”

정 시인의 말이 이어졌다.

“문제는 그 딴 보도들이 본질을 덮고 나아가 국민 분노를 일으키게 하는 역작용을 일으키는 말이죠. 국민들이 이유없이 박 대통령을 비난하고 욕하고, 이젠 그의 얼굴은 물론 이름 조차 듣기 싫어하고 아주 저주를 보이고 있는데 그건 가십 기사 영향을 받아서 아닌교.”

그의 말이 차분해졌다. 입에서 ‘문디자슥들’. 앰병하네‘ 등 막말이 수그러들었다.

“정 팀장은 그런 식 보도는 하지 마소. 했는교---?”

정 팀장은 그의 질문에 즉답을 할 수 없었다. 사실 정 팀장이 지리산에 온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팀원들에게 본의 아니게 그런 취재 지시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타지에 물을 먹지 않기 위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더 자극적이고, 호기심 가득한 기사로 채워나가야만 했다. 최순실 관련, 그 어떤 증언도 <단독>이라는 제목을 달게 했다. 애초 반론권 보장은 사라졌다. 누가 빨리 단독이란 타이틀로 기사를 내보내는 것이 언론의 영향력이요, 사명으로 보았다.

처음에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었던 취재 방향이 점점 이상한 쪽으로 향하고 있음을 직감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이런거다. 다른 매체들도 경쟁적으로 그런 가십성 기사를 취재하고 적으니, 우리도 아무 생각이 없이 한다.

이젠 멈출수가 없다. 국민들은 모두 이런 언론에 길들여졌고, 이들을 위해 보다 더 쇼킹적인 뉴스를 쏟아낼 수밖에 없다.

정 팀장이 지리산에 내려온 것은 이런 저질적인 폭로가 정점에 달했을 때다. 지리산에서 새로운 것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산에 오염이 되지 않도록 머릿속의 찌꺼기들을 버리고 싶었다.

정 팀장은 찻잔을 가볍게 들었다. 차는 촉촉한 그의 입술을 적셨다.

“정 시인요. 제가 그런 기사를 적는데 앞장섰습니다. 어쩔 수 없는 거 아닙니까. 국민들이 워낙 분노해 있어, 최순실 관련, 모든 뉴스가 먹히더라고요.”

“당연하겠죠. 그게 언론 아닌교, 아니면 언론이 아닌거죠.”

정 시인의 박 대통령 탄핵 찬반이 궁금했다.

“탄핵을 찬성합니까?”

정 팀장이 물었다.

“하이고 정 팀장 기자아니랄까봐, 이런 질문 굳이 하고---”

“저는 탄핵 찬반의 문제가 아니요. 잘못하면 물러나야 하고, 벌을 받아야 하고, 탄핵을 당해야 하는 거 맞소.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탄핵 사유가 오도됐고, 왜곡되었다면. 그 왜곡을 놓고 찬반을 묻는다면 그야말로 넌센스 아닌교.”

그의 이 말은 여전히 언론이 못마땅했다.

“정 팀장, 만약 박 대통령과 엮인 최순실이가 국내 최고 명문 대학과 미국 유학파였다면 언론이 그렇게 저주스럽게 조졌을까요.”

“글쎄요, 그 정도까지는 적지 않았겠죠.”
“맞소, 그 정도는 보도하지 않았을겁니다.최순실이란 여성이 누굽니까. 사이비 종교 최대민의 딸입니다. 이혼녀이고, 천박하고, 그런 여성이 박 대통령과의 친분설을 내세우고 연설문을 고치고, 각종 이권에 개입했으니 기가 찰 거 아니겠소.”

“당연히 국민들이 열받죠.”

“정 팀장, 최순실 사태로 가장 심각한 정신적 타격을 입은 당사자는 그를 뽑아주었던 선의의 유권자들입니다. 친박이야 자동으로 박근혜 후보를 찍었겠지만, 그 밖의 많은 유권자는 문재인 후보에게 정권이 갈까 봐 차선책으로 그를 찍은 사람들이었소. 이들의 생각은 순수하오. 대한민국이란 나라 만들기, 그 과정의 산업화·민주화·세계화·정보화 족적에 대한 애정과 긍지,입니다. 그런데 최순실 사태는 '야청하늘의 날벼락'이었습니다. 지금 저같은 사람은 아연실색, 멘털 붕괴, 우울증이 걸릴 지경이요.”

그는 다시 언론을 들먹였다.

“이렇게 까지 오게 한 것은 최순실 사태의 본질이 있지만 결국 언론이 의혹과 카더라를 무자비하게 폭로한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

“정 시인님, 그게 언론 폭로가 원인이라는 것에 대해선 동의를 할 수 없네요.”

최순실의 본질적 잘못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정 팀장의 판단이다.

“정 팀장 생각이 맞습니다. 그러면 좀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해드릴까요.”

“촛불집회 생중계, 언론이 지난 3개월 간 매일 매시간 최순실이 어쩌도 저쩌고 그러니 국민들이 들끊을 수 밖에 없지 않고 탄핵이란 말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소. 문제는 언론의 보도행태와 증거 수집 절차입니다. 언론이 수사기관 입니까?”

“아니죠. 요새 기자들 수사관이냐는 소리 많이 듣습니다.”
“그렇죠, 기자는 수사관이 아닙니다. 그런데 영장도 없이 마구잡이로 집, 사무실 등에 침입하고, 허가도 없이 남의 물건을 압수하고, 불법녹음은 기본입니다. 검찰에 불려갔든, 특검에 갔던 진술은 흥미위주로 편집되고 기자가 묻고 답하면 그게 팩트로 변질되어져소. 사진은 기획이요, 그럴듯한 제목이 눈길을 쏠리게 하고, 기자의 추측, 의견, 1인칭 기사가 주를 이룹니다. 반론권은 없습니다. 기사는 그렇다칩시다. 외부 필진 글, 사설도 철저하게 저주의 글로 가득합니다. 이게 무슨 언론입니까.”

정 팀장이 이날 언론에 대해 거침없는 이야기를 쏟아낼 때 즈음, JBC가 한 우파 세력 변기훈 씨를 고발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변씨는 JBC가 보도했던 최순실 테블릿PC가 조작되었다고 폭로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다.

정 팀장의 핸드폰이 울렸다. 검찰을 출입하는 손상철 기자였다.

“팀장님 지리산에 계셔 웬만하면 전화 안드릴라고 했는데---”

“뭔데?”

“테블릿PC조작건인데요.”

“우리가 간여할 게 뭐 있냐---”

“그게 아니라, 누가 제 한테 제보를 해왔는데 테블릿PC가 왜 조작되었는지 등 자료까지 줬는데 이것을 적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야, 그걸 우리가 왜 적니. 적지 마라. 우리는 고발했다는 팩트만 적으면 된다.”

정 팀장과 손 기자간의 대화를 들은 정 시인이 말문을 열었다.

“JBC가 테블릿PC 조작한 거 아닌교?”<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