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프레임, 박근혜와 최태민 [제10화]
소설 프레임, 박근혜와 최태민 [제10화]
  • JBC까
  • 승인 201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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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세상이 소설 투성이다. 현실이 소설, 소설이 현실이다. 이글은 소설이다. 오로지 소설로만 읽어야 한다. 글 속에 등장하는 개인, 기관의 이름은 모두 소설적 장치일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언론과 좌파세력, 정치권, 사법기관이 한 통속이 된 겁니다. 국민들은 이같은 사실을 모릅니다. 단언컨대, 박 대통령이 기업으로부터 단 10원 짜리 라도 받았다면 저는 오늘부로 변호사직 그만둡니다.”

법조계에서 차분하고, 냉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태섭 변호사의 발언이었다.

이 변호사의 성품은 둘째치고 국민정서와 전혀 다른 말을 한 게 믿기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그의 말은 말 그대로 추리 소설보다 더한 추리 소설이었다.

그의 이런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의 외침을 대변하는 것으로 치부되었다.

그의 발언에 대해 보수 우파에서만 관심을 가졌을 뿐, 언론은 무시해버렸다. 문상철 기자가 이 변호사 발언을 단신으로 처리하겠다고 했을 때 정 팀장은 적지 마라고 했다. 그의 발언은 말도 안되는 억지 였다.

최순실 게이트는 다른 게 아니다. 박 대통령이 재단 두 개를 만들고 재벌들로부터 800억원 가까이 걷어 최순실 등에게 맡긴 사건이다.

국가를 위해 재단을 만들었다면 왜 공개된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고 최순실에게 맡겼는지 의문이다. 무자격자가 국가 스포츠 진흥을 이끌 수 있는가. 그래서 이 사건이 시작된 것이다.

최순실은 재단에 출연된 돈 중 처분이 제한된 기본 재산을 90%에서 20%로 줄이고, 처분할 수 있는 보통 재산은 10%에서 80%로 늘려놓았다. 돈을 빼돌리려 한 수작이다.

최순실은 별도로 기업들로부터 돈을 뜯기도 했다. 최순실은 장관과 청와대 수석을 임명했다. 대통령 연설문을 입맛대로 고치고 국무회의·수석회의 일정을 바꿨다.

대통령은 장관·수석을 잘 만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비서실장까지 일주일에 단 한 번도 만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알고 보니 주로 관저에 머물고 집무실엔 잘 나오지도 않았다. 모든게 최순실에 의지했다.

박 대통령의 문제는 무능이다. 내각과 비서진이 존재감을 가진 적이 없다. 이상한 사람, 자격 없는 사람들과 모여서 국정을 농락 해왔다. 그 뒤에서 최순실 같은 사람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돈을 챙겼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런 뻔한 사건을 놓고 이태섭 변호사의 거대한 음모론 발언은 오히려 비난만 키웠다.

그런데 일주일 뒤 박 대통령이 뉴스타와 인터뷰를 했다. 박 대통령은 뉴스타 정상대 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끔찍한 거짓말도 어지간히 해야지 그렇게 저질스러운 거짓말이 난무하는 이게 건전한 분위기인가 하는 회의가 많이 든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진행과정을 쭉 추적해보면 뭔가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 변호사가 밝힌 발언의 연장선상이었다. 아마도 공감대가 형성되자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식 발언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던 때와는 전혀 다른 입장이었다. 박 대통령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재 일고 있는 의혹의 대부분은 거짓말이며, 자신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음모론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피해자!

정 팀장은 박 대통령의 피해자라는 발언에 혀를 찼다. 최순실 게이트로 가장 심각한 정신적 타격을 입은 당사자는 박 대통령이 아니다.

그를 뽑아주었던 선의의 유권자들이다. 최순실 사태는 그런 그들에게는 날벼락이었다.

모두가 아연실색, 멘털 붕괴, 집단 우울증에 걸려있다. 자유·보수 유권자들은 길을 잃었다. 박 대통령에게 믿고 따라서 그 길을 찾겠다는 것은 이미 불가능 해졌다.

최순실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그를 뽑은 유권자다. 박 대통령이 피해자일까. 이런 정황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자신을 피해자로 규정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박 대통령은 왜 자신이 이 사태의 희생자가 되었다고 밝혔을까.

박 대통령이 추락한 것은 비선 조직에 휩싸여 불통을 하고 최순실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언론은 이런 사실을 연일 맹폭 보도를 했다. 이런 언론의 보도가 국민 공분을 쌓게 했고, 급기야 박 대통령 마녀사냥식으로 확대됐다.

그렇다면 언론에 보도되는 공격의 형태다. 국민들의 공분을 살만 한 다양한 메뉴들이 즐비하다. 누가 어떤 의도를 갖고 이를 언론에 흘렀을까.

방송에는 최순실 관련 자료들이 여과없이 그대로 공개됐다. 최순실의 외국 순방 일지와 계산서, 동향, 만난 사람 등 그 항목이 너무 세부적이었다.

훗날 밝혀졌지만 최순실 자료는 고영철이 흘렀다. 그가 왜 이를 흘렸는지 논란이 분분했지만 검찰은 왜 이를 흘렀는지에 대해 조사를 했는지, 아니면 모른척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정 팀장은 아마도 이 흘러간 파일들이 결국 알게 모르게 박근혜 죽이기의 연합군이 형성됐을 것으로 짐작했다. 한국의 진보와 좌파 매체들은 최대의 먹이 사냥감을 얻은 것이다.

이것은 누군가 기획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언론끼리 물꼬를 그렇게 틀었을 것이다. 작은 물결이 모여서 강을 이루듯, 이 강이 결국 거대한 폭로를 형성시킬만한 메가톤급으로 확대되었다.

여기에는 좌파와 진보 세력들의 결집이 한몫했다. 민노총 등 진보 좌파 노농권 단체는 물론 야당도 박근혜 죽이기에 앞장선 것은 보이지 않은 세력간의 카르텔이 이미 형성됐다.

현재 좌파 진보 매체들은 박 대통령의 금품수수를 밝히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언론은 의혹만 제기했을 뿐 이에 대한 어떤 물증도 확보하지 못했다.

대통령 스스로 10원도 수수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는 마당이다. 이것은 박 대통령 변호인의 주장이기도 하지만 현재 검찰과 특검도 이를 입증할 물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언론은 어떤 근거로 박 대통령이 금품을 제공받았다고 보았을까.

정 팀장은 이태섭 변호사를 만나고 싶었다.

이 변호사는 거대한 음모를 밝히는 것이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언젠가 때가 되면 최순실 사태와 관련 얽힌 이야기를 밝히겠다고 했었지만 그게 언제 인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그는 언론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정 팀장은 이 변호사를 안국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번 헌재 탄핵 심판은 기각될 것이 확실시 됩니다.”

정 팀장이 자리에 앉자 말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왜 죠?”

“국회가 죄안되는 것으로 탄핵을 했으니 당연히 기각 될 것입니다.”

이 변호사에게 박 대통령 근황을 물었다.

“박 대통령은 어떻게 지내십니까?”

“정말로 마음 고생 많이 했습니다. 저는 박 대통령이 그렇게 버텨 준 게 고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아마도 일반인이었다면 자살을 기도했을 지 모릅니다. 박 대통령이라고 그런 생각을 안가져져 겠습니까. 정말 상상을 초월한 마음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겠죠, 한 나라 대통령에서 졸지에 뇌물을 받은 무능 대통령으로 낙인 찍혔으니 그 마음 고생 오죽했겠습니까.”

“변호사님, 이번 사건은 어떤 이유에서 일어났다고 보십니까?”

정 팀장은 이 변호사가 밝힌 음모론을 상기시키면서 물었다.

“글쎄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박 대통령에 대한 진보 좌파와 정치권 및 언론들의 거부감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이태섭 변호사는 일상적이고 상투적인 대답을 하였다. 그가 분노를 하면서 공격적인 단어를 내뱉을 것으로 짐작했는데 차분한 대답만 했다.

정 팀장은 이 변호사가 직격탄을 날릴 수 있도록 분노를 자극시켰다.

“그런 거 보다 박 대통령의 무능 때문이 아닙니까.”

“역대 대통령 중 안 무능한 대통령 있습니까. 털면 모두가 무능했고, 비선 조직 다 뒀습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십원이라도 착복했나요---.”

“많은 국민들은 박 대통령이 아직도 상황 인식을 못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주변에 무작정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과 집단 때문이 아닌가요.”

“물론 시중에는 박 대통령을 향한 비난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비난을 일종의 음모로 엮고 있다는 것이죠. 언론의 보도를 보십시오. 전부가 카더라, 의혹 제깁니다. 사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싶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참고 있는 겁니다.”

“그래도 대통령이 한번 나서서 적극 해명 내지 반박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헌재가 진행중이기에 대통령은 거기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해서 꾸욱 참는 겁니다.”

이 변호사는 박 대통령 근황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박 대통령이 일본 대하 소설 ‘대망’을 읽고 있다고 했다.

소설 대망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중심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 오다 노부나가 등의 인물이 15세기 중엽에서 16세기 말엽에 걸친 일본의 전국난세를 평정하고, 통일을 이뤄내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뤘다.

“아, 이제야 그 소설을 읽습니까?”

“이제야 읽다니 뭔 소립니까?”

정 팀장은 대망과 박 대통령에 대한 얽힌 뒷 애기를 들려주었다.

“제가 10여년 전 골빈당 출입했을 때입니다. 당시 박 대통령이 골빈당 대표였는데 도무지 세상물정을 너무 몰랐습니다. 그때 기자들이 박 대통령에게 책을 선물해주자고 했었는데, 그 책이 대망 이었습니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정 팀장은 왜 박 대통령이 이제야 그 대망을 읽고 있다는 게 신기했고, 놀랐다.

소설 대망은 정치인, 사업가, 군인 등 다양한 사람들의 처세술을 위한 지침서와 필독서다. 다양한 사상과 이념, 종교들이 공존하는 사회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그리고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할지를 알려주는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책으로 인생에서 최소한 한번은 읽어볼 만한 책으로 손 꼽히는 몇 안 되는 책이다.

박 대통령이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점은 무엇일까.

아마도 오다 노부나가의 죽음이었을 게다.

일본 전국시대 100여 년의 혼란을 종식시킨 사람이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세 사람이다. 일본사에서는 드문 영웅으로 각각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노부나가는 일본의 중앙부를 거의 제압하고 전국통일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이때 쥬고쿠 지방의 강적 모리 테루토모를 지원하기 위해 출정했는데, 그 도중 교토의 절 혼노지서 가신인 아케치 미츠히데의 배신으로 통일사업을 이루지 못한 채 죽음을 당하였다.

그 때 나왔던 유명한 말이 있다.

“적은 혼노지에 있다.”

‘혼노지의 변’은 1582년 6월 2일 새벽 일어난 일본의 역사적 사건이다.

군웅이 할거하던 다이묘들을 제치고 일본 전국의 통일을 눈앞에 둔 전쟁의 천재였던 풍운아 노부나가는 죽음을 맞았다

“울지 않는 새는 결코 기다리지 않는다”는 불같은 성정을 가진 결단력의 소유자 였지만 부하인 이케츠 미츠히데에 암살되었다.

정신적으로 추존되는 노부나가의 죽음은 “적은 혼노지에 있다”는 내부 적을 일컬으며 일본 사회 관용구로 쓰이고 있기도 있다.

이 말은 ‘시저’에 칼을 겨눈 브루투스를 이야기 하기도 하고 1979년 10. 26 사태를 일으킨 심복 김재규를 거론한다.

이 변호사도 공감했다.

“어쩜 박 대통령은 내부의 적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겁니다.”

박 대통령이 꼽은 그 내부의 적은 누구일까?

이 변호사는 그 내부의 적은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적이다”고 말한다.

언론, 야당 정치인, 배신을 한 정치인, 그리고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좌파들---

이 변호사는 “아니다”란 말은 하지 않았다.

“최순실이 가장 내부의 적이 아니었습니까?”
정 팀장이 정곡을 찔렀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볼 수가 있겠지만 최순실은 박 대통령을 엮기 위한 휼륭한 메뉴에 불과합니다.”

이 변호사의 인식인지, 박 대통령의 인식인지 이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차이가 그렇게 컸다.

이 변호사가 언론을 거론할 때 ‘나라를 망친 집단’ 이란 표현을 썼다.

가재는 게편일까. 정 팀장은 언론을 향해 독설을 퍼붓는 이 변호사의 이야기를 듣기가 거북했다.

“이 변호사님!”

정 팀장이 이 변호사를 쏘아보면서 물었다.

“박 대통령의 불행 출발은 잘못된 만남에서 비롯된 게 아닙니까?”

이 변호사가 정 팀장을 쳐다보았다.

“최순실, 최태민, 문고리 3인방 등---”

이 변호사는 오늘은 그만 이야기 하자고 했다.

최태민 이야기가 나오자 그가 의도적으로 피하는 거 같았다.

그러면서 한마디 툭 던졌다.

“최태민요---?”

“그거 다 소설입니다.”

“소설이라고요?”

소설이란 말에 정 팀장이 따져볼 기세였지만 이 변호사는 다음 약속을 위해 자리를 떴다.

정 팀장은 최근 문상철 기자로부터 박 대통령과 최태민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문건을 받았다.

 

거기에는 소설과 팩트가 담겨져 있었다. 최태민은 젊은 시절 박근혜 대통령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통제했던 사람---<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