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사냥과 루저 사냥
여대생 사냥과 루저 사냥
  • JBC까
  • 승인 2017.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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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가수 유니·탤런트 장자연···. 자살한 연예인들입니다. 이들이 자살한 이유는 말 못할 개인 사정이 있었겠지만 네티즌들의 마녀사냥도 한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한국인 비하’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2PM ‘재범 사태’를 기억하시죠. 네티즌들은 그가 내뱉은 앞뒤 정황의 발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무조건 마녀사냥을 했습니다. 결국 그는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어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그게 불과 2개월 전 입니다.
 그런데 지금 인터넷 공간이 또다시 ‘마녀사냥터’로 변했습니다. 지난 9일 KBS 2TV ‘미녀들의 수다(미수다)’에서 여대생 이모씨가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패배자)”라고 표현한 데서 비롯된 ‘루저녀 논란’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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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다의 한 장면

 그 발언 때문에 그녀는 네티즌들 마녀사냥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학교 게시판에 장학금을 신청한 글, 졸업사진과 성형의혹설 등 사소한 행적부터 친구, 교수, 가족 등 주변 사람들에 대한 정보도 속속 인터넷에 올라왔습니다.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이씨의 퇴학 청원 서명이 진행 중입니다. 한 남성은 KBS를 상대로 1000만원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씨는 12일 학교 홈페이지에 “인터넷에 떠도는 많은 사적인 정보와 루머, 악성댓글로 저는 물론이고 죄 없는 가족과 친구들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그런데도 네티즌들은 더욱 그녀에 대한 공격적 마녀사냥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개인의 사사로운 발언은 진실과 사실여부를 떠나 인터넷을 타는 순간 ‘믿고 싶은 진실’로 둔갑해 버립니다. 그 진실은 집단 지성을 마비시킨 채 ‘사실’로 공인됩니다.
 수백, 수천개의 댓글이 달린 후 “그게 아니야”라고 외쳐도 이미 때는 늦었습다. 사를 공으로 만드는 것은 오로지 그저 비방을 즐기는 정체불명의 집단적 숫자일 뿐입니다.  
그녀는 대본에 써있는 대로 말했다는 해명은 먹히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녀는 지금 '마녀사냥'의 두려움에 떨고 있을 것입니다. 
 2007년 6월입니다. SBS TV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출연했던 여고생 이모(16)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줬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양은 3개월만에 몸무게를 87㎏에서 47㎏으로 40kg이나 줄였다는 사연으로 '스타킹'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살했습니다. 경찰은 그녀가 자살한 원인은 인터넷 악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무한대에 가까웠던 인터넷 댓글의 자유는 ‘불순한’ 인신공격성의 거센 반격을 받고 있습니다. 스스로 생마저 마감해야 했던 유명 연예인들은 희생양이 돼 그 방종에 대한 경고를 보냈습니다.  
  그녀를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녀가 대본대로 발언 했다고 하지만 사실 그 여대생은 애초부터 남성에 대한 삐뚤어진 인식을 갖고 있었지 않았을까요.  그녀가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지만, 그 여대생도 자신의 외모에 취해 있지 않았을까요. 
 나아가  ‘여대생 특집’을 통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 제작진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이것은 시청률을 의식한 방송사의 뻔뻔한 의도가 숨어 있는 게 아닙니까.
 제작진은 이번 사태에 대해 발뺌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다가 뒤늦게 사과했습니다. 비겁한 사과입니다. 그래서 성난 루저들을 잠새울 수 있을까요. 
 저도 루저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4cm 모자랍니다.  
 암튼 세상은 골 때립니다. 만사형통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