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꿇은 정운찬 총리를 위한 변명
무릎꿇은 정운찬 총리를 위한 변명
  • JBC까
  • 승인 2017.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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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릎꿇은 일본인 아내

 5년 전 입니다. 일본 아오모리 하치노헤시에 있는 한 일본인 지인 집을 방문했습니다.
 현관문이 열리자 그의 아내가 달려 나왔습니다. 그는 현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우리 집 방문을 환영한다”며 반겼습니다. 
 그의 아내가 무릎을 꿇고 인사하자 순간 무척 당황했습니다. 저는 그냥 서서 목례로 인사 했을 뿐입니다. 
 왜 저렇게 무릎꿇고 인사할까 궁금했습니다. 한 지인은 “일본인들이라고 다 무릎 꿇고 인사하지는 않지만 대개 그렇게 한다”고 얘기하더군요.
 실제로 일본인들은 무릎 꿇고 인사하고, 또 앉을 수 없는 상태에선 90도로 머리 숙여 인사를 하더군요. 이제는 그렇게 인사 하지 않는 일본인이 더 이상하게 보입니다. 

添付画像

정운찬 총리가 무릎 꿇고 사죄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유족도 무릎꿇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뉴시스


2. 무릎꿇은 국회의원

2년 전이었습니다. 일본의 한 식당에서 국회의원을 소개 받았습니다. 그는 명함을 갖고 제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곤 제 앞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 국회의원은 무릎을 꿇고 정중히 명함을 건넸습니다.  그 국회의원은 저에게만 무릎 꿇은 게 아니었습니다. 다른 일본인과 인사를 나눌때도 무릎을 꿇었습니다.
 한국 국회의원들이 명함 줄 때 무릎을 꿇습니까?  짧게나마 국회 출입 경험이 있는 저는 본 적 없습니다. 만약 한국의 국회의원이 무릎꿇고 명함 주는 장면을 목격했다면 제 눈을 의심했겠죠. 허나 일본에선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기업 총수도 무릎을 꿇어 인사하는 경우가 많아 그리 놀랐거나, 더이상 신기하지도 않습니다.

3. 무릎꿇은 일본 기업 회장

올 3월이었습니다. 일본의 한 기업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그 회장과 동행한 일행들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식당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평소 가까웠던 그 회장에게 한국의 지인도 소개시켜 줬습니다. 제 지인을 소개시키자 그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곁으로 갔습니다. 저는 그 회장이 악수하기 제 지인 곁으로 가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의 곁에 가더니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누구 누구 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했습니다. 그의 머리는 방바닥에 닿을 뻔 했습니다.
  제 지인은 무척 당황해 하며 어쩔 줄 몰라 하더군요. 명색이 수조원 매출을 올리는 기업 총수인데요.  저 역시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 측 시각에서 보면 인사의 오버, 친절함의 오버, 지나친 배려 등으로 해석할 수 있겠죠. 그러나 일본측 입장에서 보면, 해석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게 일본이니까요.
 지난주 일본 천황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의 90도 인사도 화제였습니다. 미국 언론과 네티즌들은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저자세’ 인사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듯, 오바마는 일본에서 일본식 인사를 했을 뿐입니다. 오바마는 상대 문화와 전통을 배려할 줄 아는 대통령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4. 무릎꿇은 정운찬 총리

지난주 부산 일본인 화재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양산 부산대병원 장례식장에서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 무릎을 꿇고 사과의 말을 전했습니다. 

添付画像

사실 당시의 상황을 반추해보면 정 총리가 현장을 찾아 무릎꿇고 정중한 사과를 했다는 점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워낙 희생자가 많았으니 외교적 문제가 걸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일본인 유가족 앞에서 총리가 어정쩡한 모습으로 조의를 표하는 것 자체가 무례일 수 있었습니다.  
 이러자 논란이 확산됐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정 총리가 추석 직전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만난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총리가 무릎 꿇고 일본인 유족들에게 사과한 것에 대해 일부 언론과 네티즌까지 가세 비난 했습니다. 
 야당도 공격했습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총무는 "왜 용산참사 유족에는 하지 않았느냐" 따졌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과연, 정총리가 질타 받을 행위를 한 것인가. 당시 상황은 이랬습니다. 정총리가 유족들에게 다가가자 유족들은 무릎을 꿇고 정 총리를 맞았습니다. 그리고 일부는 머리를 숙인 채 슬픔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유족들이 무릎꿇고 총리를 맞이하는 상황에서 좋습니다. 일국의 재상을 떠나,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자세를 취했을까요. 양반 자세로 앉을까요? 서 있을까요? 
 더욱이 정 총리는 일본인 유족들에게 사과하러 간 것입니다. 유족들에게 사과하러 간 총리가 양반자세로 앉아서 사과 했다면, 사과의 진정성에 의심 했을 것입니다. 
  반문하고 싶습니다. 정 총리가 그렇게 잘못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