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서울 마비, 아오모리 거뜬
폭설 서울 마비, 아오모리 거뜬
  • JBC까
  • 승인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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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사상 최대의 '눈 폭탄'을 맞은 서울과 수도권 일대는 출근길이 교통지옥이었다. 끊임없이 내리는 눈이 쌓여 주요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인파가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에 한꺼번에 몰려 혼잡이 극심했고, 일부 전동차의 고장사태까지 빚어져 2010년 첫 출근길에 대규모 지각사태가 속출했다.<조선일보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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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차는 오지 않고/연합뉴스 

이런 뉴스를 접할때 마다 떠오르는 도시가 있습니다. 일본서 가장 많은 눈이 내리는 도시 중 한 곳인 혼슈(本州) 최북단 아오모리(靑森)현 입니다. 
 왜 느닺없이, 아오모리 얘기냐고요. 한국의 폭설과 비교하기 위해서 입니다. 4일 한국은 25.8cm 눈이 내렸습니다. 서울에 기상 관측 사상 최대의 '눈폭탄'이라고 하네요. 그러나 아오모리에서 25.8cm 눈은 그야말로 소설(小雪)에 불과합니다.
 겨울 이곳에 여행 갔다온 관광객들은 알겠지만 아오모리는 눈이 내렸다 하면 1m는 기본 입니다. 한국이 25.8cm 눈에 대혼란이 빚어지자 4일 저녁 아오모리 후배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현재 그곳 날씨가 어떻냐고 물었습니다.  1일 이후 바람과 눈이 휘날려 앞을 볼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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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덮인 자동차/연합뉴스

 아오모리의 추억이 새삼 떠오르네요. 겨울철 제가 찾았던 아오모리는 1m 이상 눈이 내린 것은 기본이었습니다. 1m 이상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이상 기후로 여길 정도입니다. 
 아오모리를 가보십시요. 아오모리 공항에 내리는 순간, 공항이 눈 속에 파묻혀 어디가 활주로이고 어디가 건물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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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오모리 공항/다음이미지 캡처 
 
이곳에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 즈음 창밖을 통해 밖을 보면 온통 하얀색 입니다. 
  그런데 공항 전체 활주로가 다 눈에 덮였는지 알았는데, 알고보니 비행기가 착륙하는 한 가운데 활주로는 눈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열선이 깔렸다지만 활주로가 그토록 깨끗할 순 없습니다. 
 저의 이동 코스는 하치노헤(八戶)시 였습니다. 공항서 두시간 걸리는 곳이죠. 눈속을 뚫고 갈 수 있을까 걱정했습니다. 아오모리 공항에서 하치노헤시로 가기 위해선 한국의 지리산만큼이나 험준한 하코다산(八甲田山)을 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항을 빠져나와 아오모리 시내로 진입하면 도로 양쪽에는 2m 높이의 눈벽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광경을 처음 보는 사람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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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도로를 시속 60km 달립니다./다음 이미지 캡처

그러나 이런 광경은 아오모리 어디서든 볼 수가 있습니다. 왜 이런 눈벽이 형성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국은 제설차량이 밀어서 눈을 치웁니다. 그러나 이곳은 제설차량이 양옆으로 눈을 날려 치우기 때문에 도로는 항상 그대로이고 도로 옆으로 눈벽이 쌓이는 것입니다.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코다산을 넘을 수 있을까. 더욱이 공항으로 차량을 몰고온 일본 친구는 바퀴에 체인을 감지 않았습니다. 폭설에 산을 넘는 것도 의아했지만 체인을 감지 않은 채 어떻게 산을 넘을 수 있을까?
  일본인 친구는 픽 웃으며 "괜찮다"고 했습니다. 일본 눈은 미끄럽지 않은가 별 생각을 다했습니다. 하코다산 진입로에 도착하자 산을 넘는 차량이나, 내려온 차량 모두 체인을 감지 않았습니다. 차는 커브길을 제외하고는 시속 60킬로로 달렸습니다. 속도계가 의심스러웠습다.   일본 눈은 미끄럽지 않은가란 희한한 생각이 들만도 하죠. 
 2m 이상 눈 덮인 하코다산 중턱에 도착한 후 차에서 내려 직접 눈길을 걸었습니다. 눈은 역시 눈이었습니다. 미끄러웠습니다. 차가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스노 타이어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스노우 타이어라지만 그렇게 달릴 수 있었는지 의구심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숙소에 도착 TV를 켰습니다. 아오모리 방송은 눈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워낙 눈이 많이 내리는 도시라 시민들에게 폭설은 더이상 뉴스가 아니었습니다.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 시민들은 제설작업을 재빨리 해 눈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거의 없는 편이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눈으로 인해 교통사고가 났다는 소식은 거의 들을 수 없었습니다.
     다시 서울로 돌아올까요. 이번 폭설에 서울시 대응책을 보십시요. 하루 전날 예측됐음에도 불구하고 교통대란이 발생한 것이나, 눈에 허둥거리는 서울시---
 서울시 관계자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아오모리와 서울시의 도시 규모가 다르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 아오모리로 가보세요. 그 도시가 눈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직접 보세요. 시민까지 가세하는 눈과의 전쟁. 그들은 겨울 내내 그 전쟁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은 눈을 즐겼습니다. 밑에 청담동 스키맨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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