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거래 MOU에 웃고 울지마라. 어차피 MOU는 쇼다.
일본 거래 MOU에 웃고 울지마라. 어차피 MOU는 쇼다.
  • JBC까
  • 승인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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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기업 해외영업 파트에 근무하는 A씨는 한숨으로 나날을 보낸다. 지난해 3월 일본의 한 기업과 MOU를 맺었는데 여태까지 본계약 체결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계약 체결은 둘째치더라도 회사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일본 사업 자체가 브레이크 걸리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이 기업이 일본의 업체와 특정 제품을 놓고 업무 교류를 시작한 지 1년6개월째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일본에 이미 진출했거나 진출 예정인 기업들에게 “1년6 개월 동안 일본과 한 것은 MOU 계약서 한 장뿐이다”고 말하면 아마도 피씩 웃을 것이다. 이들은 MOU 체결한 것만도 진일보 한 것으로 평가할지 모른다.

일반적으로 일본과 거래를 하기 위해선 세월을 버텨야 하고 여기에는 인내력과 치밀함을 무기로 무장해야만 한다. 국내 기업이 일본에 아무리 우수한 첨단 제품을 선보여도 일본 바이어들은 단숨에 문을 열고 호감을 갖고 덤비지 않는다.

국내 기업인들은 일본인과 대화 시 착각할 때가 많다. 일본 바이어들은 특정 제품에 대해 설명을 들은 후 한결 같이 내뱉는 단어가 있다. “와까리마시다”(알겠습니다)다.

이는 제품의 설명을 알아들었다는 의미이지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도 국내 기업인들은 마치 일본이 제품에 큰 호감을 보이고 곧 계약을 체결 할 건냥 호들갑이다. “와까리마시다”는 계약 성사를 위한 전초단계가 절대 아니다.

또 국내 기업인들이 일본 바이어로부터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소데스까?”(그렇습니까)다. 제품 설명에 대해 ‘놀랐다’는 반어문 표현이지 역시 제품 자체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일본인은 오랫동안 사귀어도 속마음을 보여 주지 않는다. 일본어에는 속마음 또는 본심을 뜻하는 혼네(本音, ほん-ね)라는 말이 있다.

겉으로 내세우는 말, 즉 겉마음을 뜻하는 다테마에(建前, たてまえ)란 말도 따로 있다. 마음에 속마음과 겉마음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 바이어끼리 거래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 기업인들은 “스바라시이(素晴·매우 훌륭하다)” 혼또 데스까"(정말 입니까)를 연발하면서도 정작 계약서엔 사인을 하지 않는다.

일본 바이어들은 관심 표명은 하지만 하루아침에 본심의 문은 열지 않는다. 본심의 문을 열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전략으로 무장해야 할까. 거미줄 보다 더 꼼꼼한 체크와 면도칼 같은 엄중한 잣대가 비로소 갖춰진 후 시작된다.

국내 기업들이 일본 기업과 본계약을 체결한 것은 일본 시장의 폐쇄성과 본심과 겉심을 파악하며 10여 년의 긴 세월 동안 버티며 신뢰를 쌓아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내 기업들이 일본에 새롭게 진출해서 제품을 팔기 위해선 한국인 특유의 은근과 끈기가 필요하다.

이제 일본기업과 MOU 한 장으로 일본 진출 성공이란 샴페인을 터뜨릴 수 없다. 좀 과장하자면 MOU(양해각서)가 겉심이라면, 본계약이 본심이다. 본계약 체결 후 얼마든지 샴페인을 마실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이런 일본도 본심을 열면 그 다음부터 기업 간 거래는 만사형통이다. 신뢰가 깨지지 않는 전제하에서다. 기업들의 대박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