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가 좋아 여친과 헤어졌다는 류현진 지금은
야구가 좋아 여친과 헤어졌다는 류현진 지금은
  • JBC까
  • 승인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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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사귄 여친과도 야구가 더 좋아 헤어졌어요”

류현진을 처음 만나 인터뷰를 한 것은 7년 전쯤이다. 2006년 7월4일. 그해 무척 더웠던 여름이다. 당시 류현진은 지금처럼 그렇게 유명세가 없어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었다. 그는 그저 평범한 한화의 신인이었다. 당시 일간스포츠 팀장이었던 필자가 야구 신인을 한페이지 할당 받아 인터뷰 한다는 것은 여간 눈치가 보이지 않았다. 당시 그에게 꽂힌 필이 “어, 이 친구 투수로 대형사고 치겠는데”였다. 필자는 마침내 그날 한화구장으로 내려가서 그를 인터뷰했다. 때마침 야구광인 정운찬 전 총리께서 메이저리그로 가서도 당장 통할 것 같은 선수로는 한화의 류현진을 꼽았다. 정 전 총리와는 뭔가 통하는 필이었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이모저모다.

도심 한복판에서 날치기가 여성의 지갑을 털고 달아났다. 만약 당신이라면? 두 가지일 게다. 전력 질주해 잡는다. 아니면 모른 척한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경찰에 신고도 하겠지.

한화 이글스의 열아홉 살 고졸 신인 류현진에게 물어 봤다. 일단 야구공을 꺼낸다. 그리고 날치기를 향해 공을 던져 잡는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야구 선수가 꿈이었던 이성재가 도심을 질주하던 폭주족 차를 향해 야구공을 던져 스톱시킨 것을 연상시키는 말이다.

■야구란 재미ㆍ멋ㆍ맛

왜 이런 생뚱맞은 질문이냐고? 류현진은 정의의 사도 같다. 든든한 체구, 반짝이는 눈빛, 여유, 그리고 시속 150㎞를 자랑하는 강속구. 그를 보니 날치기든 도둑이든 아마도 깨끗한 세상이 펼쳐질 것 같은 기대감이 묻어 나온다. `릴라` 류현진. 프로야구계에 혜성처럼 등장, 폭주족처럼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고졸 신인 류현진은 현재 다승.탈삼진.승률에서 내로라 하는 선배들을 제치고 올해 신인왕 0순위를 예약해 놓았다.

황사가 물러난 지난 2일은 구름 한점 없는 맑고 청명한 날이다. 음악을 크게 틀고 동해안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봄의 향기에 마음껏 취해지고 싶어진다. "이런 좋은 날이면 어디론가 가고 싶지 않은가?"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아뇨"였다. 왜일까? 오히려 이런 날 "야구가 더 하고 싶어진다"라고 말했다.

월요일은 프로야구 경기가 없다. 선수들에겐 `월휴일`이다. 류현진은 월요일인 1일 한화 선배 이도형의 아기 돌잔치에 갔다. 평상시 월요일은 뭘 하고 지내는가 물었더니 "한화 입단 동기생들과 어울려 논다"라고 했다. 그와 인터뷰하면서 느낀 점은 말을 무척이나 간단명료하게 한다는 것. 답변에 군살이 없다. "사실은요", "제 생각은요"라고 끝낼 뿐 좀처럼 이어지는 립서비스가 없다.

예컨대 이렇다. "여자 친구 있느냐?" "없는데요." "사귀고 싶지 않느냐?" "예." "왜?" "야구해야 하니까요." "담배 피니?" "아뇨." "왜?" "야구에 도움이 안되니까요." 마치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듯 그의 답변은 반 메아리쳐 되돌아온다.

야구 외적 대답은 모두 "예", "아니오"다. 그가 생각하는 야구란 뭘까? "야구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스포츠죠." 누가 그걸 몰라서 …. 이어서 "야구란 재미.멋.맛이 있는 스포츠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나의 꿈은 명품 투수

그는 야구가 너무 멋진 운동이고 재미있다고 한다. 그런 야구의 재미가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서 인천구장을 밥 먹듯 다녔다. 그곳에서 현대를 응원했다. 아버지와 함께 간 야구장. 그것이 오늘날 류현진을 탄생시킨 것이다.

당시 그가 동경했던 스타는 정민태. 투수 정민태 모습은 어린 그의 뇌리에 박혔다. `민태 형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아버지를 졸라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에 입문했다. 류현진은 투수만 고집했다. 미래의 정민태가 되기 위해서였다. 중.고교 때도 투수였다.

고교 3학년 때 국내 명문 대학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빗발쳤다. 하지만 거절했다. "제가 타자였다면 대학에 진학했을 겁니다. 하지만 투수인 제가 대학 가는 것이 싫었습니다." 4년 동안 어깨를 무리하게 쓰다 보면 손상이 올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에게는 시련 아닌 시련의 시절이 있었다. 고 2때였다. 왼쪽 팔꿈치인대 접합수술(일명 토미 존 서저리)을 받았다. 투수에게 팔꿈치 수술은 선수 생명과 직결된다. 그때 처음 글러브를 벗었다. 8개월이 흐른 뒤 다시 글러브를 잡았다.

그리고 지난해 청룡기 8강전서 성남고를 상대로 17탈삼진 완봉쇼를 펼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8개 구단 스카우트들의 리포트에 그에 대한 평점은 `왼손 특A급`이었다. 데리고 오면 `무조건 성공`이라는 것.

류현진은 신인 2차 1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인천 동산고 출신이라 SK로부터 1차 우선 지명을 받을까 싶었는데 2차 지명으로 밀려난 것이다. `명품`을 알아본 한화는 그를 찍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김인식 감독과 최동원 투수 코치의 조련을 거쳤다. 대성공이었다. 최 코치의 말. "난 칼을 안 대서 모르지만 칼 대면 대부분 투수 생명이 끝나는 것으로 아는데 현진이를 보니 그런 것이 아니구나란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뼈가 더 굳어 튼튼해진 것 같습니다."

그는 야구를 한 이후 한 번도 방황한 적이 없다. "재미있는 야구를 즐기는데 왜 방황합니까"라고 반문한다. 그가 국내에서 좋아하는 선수는 한화 선수들 전부다. 그 중에서 송진우. 나이가 들어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외국 선수 중에는 랜디 존스이다.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 선수다. 또 미국 프로야구 구단 중에는 보스턴 레드삭스를 좋아한다고 했다. 야구를 즐기면서 하는 것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가 빨리 가고 싶어요

내친김에 더 물었다. 앞서 "예스", "노" 답변에 막혀 진전을 못 봤던 신변잡기다. "취미는?" "야구요." "야구 이외 다른 취미는?" "PC 게임요." 어디서 PC 게임을 즐기는가 묻자 "PC방"이라고 했다.

류현진은 게임 중에서도 `총싸움`이 재미있다고 한다. "왜 총싸움이 재미있냐"고 했더니 "죽이는 거잖아요"라며 웃었다. 야구에서 죽이는 것은 삼진이다. 야구의 삼진은 `K`로 기록돼 게임의 `Kill`과 공통점을 지녔다.

그는 최근 갖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고 했다. 노트북이다. 이 대목에서 막내 티가 팍팍 묻어나는 답변을 했다. "저요. 아버지에게 노트북 하나 사달라고 했는데요, 아직 안 사줘요." "대스타가 된 후 노트북 CF에 출연하면 협찬받을 수 있을 텐데"라고 말하자 `픽` 웃고 만다. 돈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그의 한달 용돈이 궁금했다. 입단 계약금 2억 5000만원, 연봉 2000만원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용돈이 얼마일까? "몰라요. 필요할 때마다 엄마에게 말하면 부쳐 주거든요." 그 돈으로 PC방도 가고, 친구들이랑 영화도 보고, 좋아하는 삼겹살도 먹는다고 했다.

최근엔 한화 동기들과 영화 <왕의 남자>를 봤다고 했다. 이 영화 한 방으로 대스타가 된 배우가 이준기였다. 이준기 같은 스타일이 좋으냐고 했더니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웃고 만다. 그가 좋아하는 연예인은 누구일까. 1분여를 생각한 끝에 송혜교를 꼽았다. 청순하고 깜직한 것이 이유였다.

그는 고등학교 때 소개팅을 한 번 한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3~4개월 사귀다 헤어졌다. 야구 때문이다. "야구에 전념키 위해 헤어졌습니다." 류현진은 아직 여자 친구 사귀는 것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역시 야구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장가는 빨리 가고 싶다고 했다. 26~27세쯤 결혼하고 싶다는 것. 미래의 류현진 결혼 상대자는 송혜교 같은 스타일일까. 아니다. 좋아하는 이상형과 배우자가 될 이상형은 별개다. 그의 결혼 이상형은 야구 잘하도록 뒷바라지 잘해 주는 여자였다.

■20년 뒤 고교 감독

그에게는 누구보다 꿈이 많을 것 같다. 당장 올해다. 승수 18승이 목표다. 걸림돌은 슬럼프일 게다. 구단의 한 관계자는 "현진이는 참 행복한 투수다. 백전 노장 송진우와 구대성, 그리고 최 코치가 항상 곁에 있지 않는가" 그래서 설령 슬럼프가 온다고 해도 거뜬히 이겨낼 것이기 때문에 18승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3년 뒤 WBC에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땐 반드시 우승해 전 세계에 한국 야구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고 싶다는 것. 그러면서 "우승하면 군 면제도 받을 수 있잖아요"라며 농담 같은 진담도 할 줄 알았다.

20년 뒤 그의 모습은 어떨까. "아마 그때는 고등학교 야구 감독이 돼 있을 겁니다." 그는 꿈나무를 발굴 육성하기 위해 고교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육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교 감독이 20년 뒤 꿈이라 했다. 지금처럼 승승장구한다면 분명 미국과 일본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올 것인데 외국 진출에 대해선 "싫다"라고 분명히 했다. 한국에서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와 인터뷰하고 있으니 저 멀리서 구장으로 오는 선수들마다 "야 곰, 뭐 해"라며 농담 섞인 인사말을 툭툭 던졌다. 덩치가 크다고 해서 한화 선배들이 지어준 그의 별명이 `곰`이다. 하지만 그는 고릴라 같다. 믿음직스럽고, 배짱 있고, 누군가를 지켜 줄 것 같고, 마운드에 오르면 모두들 경계할 것 같다. 그래서 `고`자를 뺀 `릴라`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오후 3시. 그의 눈은 자꾸만 시계로 향했다. "인터뷰 끝낼까?" "야호!" 그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서둘러 라커로 달려갔다. 천진난만하게 뛰어가는 모습을 보니 마치 진짜 독수리가 날아오르는 듯했다. 야구가 그렇게 좋은 모양이다. 그의 무한 질주가 기대된다.

■류현진은 누구?

생년월일: 1987년 3월 25일(음력 2월 26일)

 출생지: 인천 남구 주안3동 730번지

 신장·체중: 188㎝·87㎏

 혈액형: A형

 가족 관계: 류재천(51)-박승순(48)씨 사이 2남 중 차남

 출신 학교: 창영초(00)-동산중(03)-동산고(06)

 취미: 컴퓨터 게임

 좋아하는 연예인: 송혜교

 좋아하는 가수: 버즈

 좋아하는 음식: 삼겹살

 술·담배: 못 마시고 못 핌

 가족이 밝히는 성격: 낙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