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수는 애초부터 자사고 폐지론자다
서남수는 애초부터 자사고 폐지론자다
  • JBC까
  • 승인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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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교육 공약과도 전면 배치, 대통령 후보 시절 자사고 폐지 부정적

                                     출처=뉴스1

11일 오후 카톡 문자가 날아왔다.

‘전국자사고 학부모 연합회에서 2차 집회를 갖습니다.’

날짜는 12일, 시간 11시. 장소 종로 보신각 앞.

왜 이날 2차 집회를 개최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온 톡이다.

그러면서 ‘위 내용에 대해 꼭 취재해서 글 좀 적어주세요.’라는 문자도 곁들여져 있었다. 이 문자를 본 순간, 그냥 흘러 지나갔다. 박근혜 정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폐지한다 발표하니, 자사고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이 학부모 연합회를 결성해서 폐지를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하구나 생각했다. 흔한 말로 또다른 ‘님비현상’쯤으로 받아들였다.

이날 순진한 학부모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오게 한 것은 교육부가 지난달 13일 자사고 학생 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다.

이날 발표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시안)’에 따르면 평준화 지역에 속하는 39개 자사고는 2015학년도부터 성적 제한 없이 ‘선지원 후추첨’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

그런데 이건 또 무엇인지. 폐지한다면 다 할 것이지, 단 비평준화 지역에 있는 하늘고, 용인외고, 북일고 등 자사고 5개교와 하나고, 현대청운고, 민사고 등 구(舊) 자립형 사립고 6개교는 기존의 학생 선발권을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출처=연합뉴스

요즘 흔한 말로 뭐는 되고 뭐는 되지 않는다는 ‘참 골때리’는 발상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시절 강조했던 공약과 전혀 달랐다.

지난해 대선때를 보자. 박근혜‧문제인 후보에게 “자사고 폐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질문을 던졌다.

문재인 후보가 단계적 폐지를 공약한 반면, 박 후보는 “수월성과 평등성을 함께 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명박 정부의 자사고 정책을 옹호하는 입장을 취했다.

그랬던 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생각이 바뀌었는가. 박 대통령이 내세우는 키워드는 정직과 신의다.

만약 박 대통령이 대선전 문재인 후보처럼 자사고 폐지 입장을 당당히 밝혔다면 지금처럼 학부모들의 원성은 듣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당선 후 입장이 바뀌었다면 이는 분명 화장실 갈 때와 나갈 때가 다르다.

                                     출처=뉴스1

지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많은 상당수 학부모들의 걱정은 ‘결혼을 하지 않고, 애도 길러보지 않았던 박 후보가 과연 교육정책을 잘 할 수 있을까’였다.

강남에 사는 한 학부형은 “애들 학교 보낸다고 박 대통령이 새벽에 일어나서 밥을 해봐겠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변화되는 입시정책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이 대학 저 대학 기웃거려봐겠느냐고도 했다.

그렇지만 많은 학부형들은 박 대통령만은 역대 정권이 추진해온 교육정책보다 더 나은 정책을 펼칠 수 있을거라 기대를 했었다.

한 자사고 학부형은 “믿는 도끼에 발이 찍힌 것 같다”고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난했다. 그렇다면 누가 왜 박 대통령의 자사고 옹호 입장을 바뀌게 했을까.

교육부장관 서남수다.

                                출처=연합뉴스

서 장관은 이미 자사고 폐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수차례 밝혔다. 서 장관은 20년 넘게 교육청, 교육부의 주요 요직을 맡아온 전형적인 교육관료 출신이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시절, 부교육감을 지내면서 국제중 설립 및 고교선택제 추진준비를 진행했었다.

노무현 정부시절, 교육부 차관을 지낼 때는 국제고 및 특목고를 확대 추진하려던 공정택 전교육감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교육관료직에서 한발 떨어져, 자사고 확대 등 고교다양화 정책을 서열화 정책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21세기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교육 및 학교모델 탐색’ 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이명박 정부는 자율형사립고 정책 등 명백히 성적 우수자와 부유층 학생들에게 유리한 교육정책을 강화했다”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 장관은 장관 취임 이후에도 자사고 폐지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사실 교육부가 지난달 13일 자사고 폐지를 발표했지만 사실상 서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폐지로 가닥을 잡은거나 다름없다.

‘교육관료 출신의 첫 교육부장관’이라고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서 장관이 오랫동안의 교육청 및 교육부의 행정경험이, 잘못된 고집 교육정책으로 이어진다면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국민과의 소통에선 교육부는 점점 멀어질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정권의 변화에 따라 5년에 한 번 씩 교육정책이 변화하는 현재의 상황엔 분명 문제가 있다.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 입시전형엔 수 백 만 학생과 학부모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다.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도 교육정책은 절대안정이 필요하다.

잘못된 교육정책에 대해 바로잡고 고쳐 나가야겠지만 또다시 급작스러운 변화가 생긴다면 학부모와 수험생 혼란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공약대로 ‘행복교육’을 이루려면 기본 원칙을 잊어선 안 된다. 교육정책만큼은 다소 더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천천히 가야 한다.

서 장관의 고정관념 때문에 자사고 폐지를 무작정 발표할게 아니라 교육이야말로 당장 눈앞의 생색용 성과를 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미래를 책임지는 엄중한 일이기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교육당국자에게 쓴소리 한마디 던지고 싶다.

 속된 말로 교육정책 그냥 내버려둬라.

당신들의 입에서 나오는 ‘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해 교육정책 바꾼다.

그딴 소리 이제 정말 신물이 난다.

애들이 마루타도 아니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