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댓글 뭐가 어때서
국정원 직원 댓글 뭐가 어때서
  • JBC까
  • 승인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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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을 위한 변명 아닌 변명

참 쪽팔립니다.

국가정보원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요즘 국정원이 '동네북'이 된 듯 합니다.

툭 하면 두들겨 맞습니다.

오피스텔에 숨어서 허접한 인터넷 댓글을 달다가 야당 당원에게 꼬리가 밟힌 이른바 ‘국정원녀’, 선거 개입뿐만 아니라 별도의 개인 비리까지 들춰져서 구속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국정원 압수수색에 이어 직원 긴급 체포 등.

이로 인해 요즘 국정원은 '비밀'과 '대의'라는 이 두 매력 포인트를 모두 잃은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렇다치더라도 이 문제가 지난해말부터 불거져 나와 지금까지 이어져 오면서 국정원이 두들겨 맞는 것을 보니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과거 국정원 하면 '나르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할 정도로 그 위세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습니다.

언론과 야권에서도 감히 국정원을 건드렸다간 큰 코 다쳤던 시절입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국정원의 전신은 5.16쿠데타 세력이 만든 중앙정보부(1961)입니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부훈을 내세웠던 중정은, 용공 조작 등을 통해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와 조직을 무력으로 탄압하고, 국내 정치에 개입하기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유학생 간첩단 사건(1967), 최종길 교수 고문살해사건(1973), 민청학련 및 인혁당 사건(1974), 장준하 선생 의문사 사건(1975)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됩니다.

이후 신군부는 중정의 간판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1981)로 바꿔 달았습니다.

10.26 사태로 실추된 이미지를 쇄신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안기부가 과거 중정과 다를 리 없었습니다.

국가정보원으로 바뀐 건 김대중 정부는 '작고 강력한 정보기관'을 내세우며 안기부를 국가정보원(1999)으로 개칭했습니다.

국정원 핵심 업무는 뭐니 뭐니 해도 대공파트와 국내외 정보 파트입니다.

국정원은 이번에 국정원 개혁안을 마련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국내 파트는 대공, 대정부 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 등 국내 보안정보로 규정돼 있습니다.

국정원은 이 같은 기본 골격은 유지하면서도 남북 대치 상황에서 새로운 안보 위협과 반체제 활동 대응, 국익 보호, 통일 대비, 경제안보 및 사이버안보 강화 등으로 기능을 재편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추구한다'는 국정원 직원 업무가 워낙 다양하고 은밀해서 댓글도 국정원 고유 업무중 하나인가라는 의문점을 들게 하지만, 분명 국정원 개혁안에 따르면 직원 댓글업무가 없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국정원 직원 댓글 말 나온김에 몇마디 거들겠습니다.

 

이번 국정원 수난 이유는 직원 댓글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보는 관점은 이렇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현재 대통령은 박근혜이고, 지난 대선때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그런데 검찰로선 어쩔수 없지만 이유야 어떻든 국정원 직원 댓글을 문제 삼았습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수사를 착수했고, 급기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구속됐습니다.

두 가지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검찰 입니다.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를  했습니다.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얻은 동시에 이것은 역으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칼겨루기입니다.

즉,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로 비쳐졌던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권력의 실상을 쥐고 있는 마당에 국정원 수사는 결국 박 대통령이 국정원 직원의 부정으로 당선된 것이나 다름없음을 검찰이 밝힌 꼴입니다.

살아있는 권력을 쥔 입장에서 이를 밝히는 검찰이 뭐가 좋겠습니까.

뭐든 적당한 선이 있습니다.

적당한 선을 넘아가면 '탈'이 나게 되어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날아간 것은 무엇때문일까요.

채 전 원장은 원칙하에 국정원 수사에 앞장섰습니다.

그래서 시중에선 "채동욱 넌 얼마나 깨끗하게 살아왔나. 어디 맛 좀 봐라"는 의미에서 채동욱 신상털이를 한 게 아닙니까.

이번에 '국정원 댓글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렬 여주지청장이 교체됐습니다.

이번 경질은 어제 국정원 직원의 긴급체포가 그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제 그만하라는 메시지를 윤 팀장이 거부한게 아닙니까.

윤 팀장은 윗선에 보고하지 않고 국정원 직원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집행한 것입니다.

윤 팀장은 당초에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미리 구두로 국정원 직원 체포 조사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추가 혐의 적용이 필요하다고 보고하면서, 검찰 지휘부에서 허락을 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법무부와 대검에는 알리지 말자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지검장이 난색을 표했고 윤 팀장이 단독으로 영장을 집행해버렸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절차상 윗선 전결을 받지 않고 수사 한 것은 잘못됐습니다.

더욱이 윤 팀장은 얼마전 '혼외아들 의혹'으로 물러난 채 전 검찰총장의 핵심 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이른바 '청와대 기획설'을 검찰 내에 전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팀장의 행위는 수사의지와 그 동기가 이해됐지만 그렇다고 혼자서 치고 나간 것은 검찰 조직을 흔든 꼴이 됐습니다.

살아있는 권력이 이번에 검찰에 던진 메시지는 "이제 그만하라"는 것이 아닐까요.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검찰이 그걸 간파하지 못했을까요.

그렇게 수사가 멈추지 않으니 현재 검찰과 국정원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는 듯 합니다.

검찰 조직이 흔들리고 국정원이 다 까발려지면 결국 국민만 피곤해집니다.

검찰이 흔들리면 나라 치안이 문제 생깁니다.

국정원이 흔들리면 나라의 안보가 위험해집니다.

막말로, 국정원 직원이 그깐 댓글 좀 달았다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고요.

지난 선거에서 보듯 박 대통령 절대지지 세력들은 40대 이후 층입니다.

그들이 인터넷 댓글 영향을 받아서 문재인 후보를 외면했을까요.

역으로 생각해봅시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직자와 단체조직원 중 문재인을 위한 댓글, 이정희를 위한 댓글을 단 사람이 없나요.

그럼 검찰은 그들도 찾아내서 수사를 다 해보는 게 어떻습니까.

만약, 그 댓글이 대통령 당선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면 지금 야당과 일각에서 외치는 '박근혜 당선 무효'에 대해 공감이 형성될 수 있지만, 이것이 대통령 선거 근간을 흔든 이유가 아닙니다.

국정원 직원 댓글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국정원 간판을 내리게 하고 조직 구석구석이 다 까발려지면 춤을 추는 집단이 있습니다. 북한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스라엘 최고 정보 기관 메이어 다간 전 국장의 말이 생각납니다.

이는 국정원과 국정원을 비난하는 자들이 같이  새겨 들어야 할 말입니다.

이스라엘 모사드가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인정받는 이유가 그들의 활동이 철저하게 '외부의 위협'에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민간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는 민주적인 행동과 반대되는 일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가장 위험하고 지저분한 일은 가장 정직한 이들에게 맡겨져야 합니다."

조국을 위해 가장 위험하고 지저분한 일을 처리한다는 자부심이 그들의 존재 이유인 셈입입니다.

국정원이 부끄러워해야 하고 거듭 태어나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판기에 댓글 달다가 압수 수색, 직원 체포로 개망신 당하는 국정원.

글쎄 영 보기 안좋고, 쪽팔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