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의 108 번뇌
철도노조의 108 번뇌
  • JBC까
  • 승인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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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조계사서 '108 번뇌' 후 경찰서로 가길

산사는 육지의 섬이다.

중생들이 세상사에 힘들고 지치고 답답할 때 산사를 찾는다.

세상사에 짓눌린 몸과 마음을 쉬고 싶은 것이다.

산사에 가면 스님의 엄격한 수행자세, 염불과 목탁소리에서, 또 인연을 내치지 않고 보듬어 안는 인자함과 배려의 마음이 중생들을 변화시킨다.

새벽 예불의 장엄함과 속세를 떠난 스님들의 치열하면서도 청정한 수행자세, 각 사찰과 스님들은 산사의 공기처럼 맑고 깊다.

청아한 소리로 번뇌를 쫓고, 댓돌 위의 흰 고무신은 숱한 인연과의 단절을 선언한 듯 품새가 완강하다.

절(寺)이란 ‘절하는 곳’이라서 붙은 이름인 게 맞는 모양이다.

오체투지, 절하는 스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져 홀린 사람처럼 따라 하고 싶어진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죄를 짓고 살 수밖에 없는 존재가 인간인지라, 절을 하고 싶다는 것은 삶의 속죄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산속에 들어가 산과 일체가 된 절은 이렇게 오랜 세월 한국인에게 영혼의 안식처 역할을 했다.

하찮은 미물이라도 그 생명을 다치게 하지 말고, 남의 수중에 든 것을 뺏거나 훔치지 말라고 배운 바탕에는 삼국시대 이후 이어져온 불교의 가르침이 깔려 있다.

한국인의 마음속에 스님은 본받아야 할 사표요, 맑고 정(淨)함의 상징이다.

고요한 산사

이 고요한 절간이 요란스럽다.

불법 철도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박태만(55) 수석부위원장 등 노조간부가 경찰의 추적을 피해 서울 종로 조계사로 피신했기 때문이다.

박 부위원장은 23일 오후 8시10분쯤 일반 노조원 3~4명과 함께 이곳으로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2일 서울 정동의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있다가 경찰의 진입 작전을 어떻게 피해 빠져나왔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현재 이들은 극락전 2층에 머물고 있다.

박 부위원장은 25일 오후 조계사 경내에 나와 “경찰이 민주노총까지 침탈하는 상황에서 갈 수 있는 곳이 조계사밖에 없었다”며 “종교계가 나서서 파국으로 치닫는 철도 민영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중재에 나서 달라”고 말했다.

 

조계사 전경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누구든지 자신의 주장을 펴고 방어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들이 종교시설을 집단 이기주의나 정치적 목적을 관철하는 도구로 삼았다.

불법 파업으로 국민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법질서를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종교시설이 언제까지나 소도(삼한시대 죄인이 도피해도 잡지 않았던 신성지역) 같은 성소(聖所)가 되어줄 수는 없다.

철도노조 수배자들이 가야 할 곳은 조계사가 아니라 경찰서다.

이들이 조계사로 들어간 것은 성지를 이용하겠다는 계략이다.

경찰의 검거 과정에서 불교계와 마찰이라도 일어난다면 철도 파업의 원군(援軍)이 될 것이라고 믿는 모양이다.

아주 더럽고 치사하고 떳떳하지 못하다.

스님들은 이들을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보는가.

이들을 불법파업을 벌인 수배자다.

국민을 볼모로 자신들의 이득을 챙기려는 권력 노조.

대학을 나오고도 철밥통 귀족노조 행패로 인해 취업길이 막혀 80만원 세대라고 자조하는 청년층 앞에서 연봉 7.000만 원짜리 평생직장과 2세 취업 세습까지 보장 된 귀족노조.

20대 청년실업군상을 조롱하듯이 ‘사회적 약자’ 타령을 하는 것 자체가 가증스럽다.

명백한 불법파업에 종교계를 끌어들이려는 간교함까지 드러냈다.

철도노조가 불교계를 파업투쟁에 끌어들이려는 간계(奸計)의 일환으로 피신처를 조계사로 택했다.

조계사는 배부르고 등 따듯한 고액연봉자인 이들 귀족노조를 ‘사회적 약자’ 라고 두둔비호 하면서 자비니 뭐니 하면서 이들을 감싸주지 않았으면 한다.

조계사는 파업투쟁의 은신처가 될 수 없다.

수배중인 철도노조원                     출처=뉴시스

한국 불교의 총본산 조계사가, 중생을 계도하라는 부처님의 임무를 계속 수행하려면 불법을 저지르고 수배중인 이들을 당장 절 밖으로 내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본존불의 그 인자한 미소 앞에 엎드리는 것만으로도 죄는 사해지고 불안은 걷히고, 의심은 눈 녹듯 사라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절은 바로 이런 일종의 ‘마음치유’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타락한 이들이 속세와 단절된 절을 끌어 들였을 경우 절은 더 이상 지치고 힘든 사람의 넉넉함이 되지 못하다.

대웅전 추녀 끝을 빠져나온 독경이 이들 노조 귀에 박혀서

탐욕과 이기와 아집으로 결집된 이들의 분노와 증오를 깨부수어 산바람에 날려가길 바란다.

노조들이 미약한 인간이라면 이 절간에서 자신들이 행한 잘못과 처지를 성찰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고 그곳에서 계략을 책동한다면 부처님의 자비는 더 이상 사라질 것이다.

 

스님의 108 번뇌

인간이 겪게 되는 ‘모든 번뇌’. 그것은 크게 삼악, 또는 삼독인 탐욕, 분노, 어리석음이다.

108배는 인간의 108가지 번뇌를 내려놓기 위한 수행법이다.

108배는 절을 한번 할 때마다 108 번뇌도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자신의 어리석음을 속죄하고 뉘우치는 의미다.

조계사로 간 철도노조 간부들이 108 번뇌 한 후 경찰서로 떳떳하게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