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마린시티를 삼켰다고? 천만에
파도가 마린시티를 삼켰다고? 천만에
  • JBC까
  • 승인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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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각 언론 SNS 

그래 그곳은 원래 너희(파도-바다)들의 고향이었다. 너희들은 수 천년 부터 그곳에서 무리를 이루고 살았다. 

시퍼런 파도가 으르렁대고, 때론 잔잔한 비단결 파도가 수평선을 이루면서 살았던 곳이 너희들 안식처였다. 

너희들은 힘찬 태풍이 성난 파도를 일으켜야 마침내 고향에 올 수 있다. 너희들이 태초부터 살았던 마린시티와 해운대 일대로.

그 액체 무리를 이루면서 살았던 너희들은 인간에게 허파와 같은 존재였다. 또 그 바다 물속 깊은 곳에 풍부한 먹거리를 저장해 두었다. 그 먹거리가 인간의 생명과 삶을 지탱해준 해안가 사람들의 생명이요, 뿌리였다. 

어느날 너희들은 영문도 모른 채 산산히 부서졌다. 너희들은 살았던 그곳에 수천톤의 흙이 뿌려졌다. 너희들은 미처 도망가지도 못한 채 진흙속에 갇혀 버렸다. 숨이 멈추었다. 옹기 종기 모였던 각각의 무리들은 강렬한 태양이 쬐이면서 메마른 대지가 되었다. 

어느날 너희들의 안식처에 빌딩이 솟기 시작했다. 그곳은 허황찬란한 부의 도시가 되었다. 너희들을 죽이고, 죽인 너희들을 '뷰' 삼은 인간은 자본에 만끽하고 그곳에서 그렇게 살고 있다. 

너희들을 파괴한 그 대가가 언젠가 되갚음으로 다가올지 모른 채 인간들은 살아가고 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지만 인간은 그 자연의 눈을 피한다. 외면한다. 인간의 무식함은 덫칠되어 웃는다. 

오늘(5일)태풍 ‘차바’가 마린시티를 강타하면서 너희들이 그 위로 무섭게 쳐들어왔다. 태풍이 무서워서 오갈 데 없어 피할 수 없었던 너희들은 태초에 너희들이 살았던 그 아스팔트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너희들은 초고층 건물에 스며 들어갔다. 

인간은 너희들이 부촌 마린시티 덮친 것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인간은 인터넷이란 공간을 통해 너희들의 그 성난 모습을 화제로 떠올리고 있다. 너희들이 살았던 마린시티가 실시간 검색 상위에 랭크되었다. 인간은 너희들을 괴물로 쳐다본다.

고향 잃은 산산히 부서진 파도들이여. 인간의 두눈을 놀라지 마라. 애초 그곳은 너희들이 살아 숨쉬었던 고향이었다. 마음껏 방파제를 넘어서 너희가 살았던 그곳에서 잠시나마 고향의 향수를 느껴봐라. 애초 너희가 주인이었다. 그 파괴자들이 너희를 몰아냈다.   

너희들이 안식처였던 그곳은 '태풍의 룰'이 있었다. 제 아무리 강한 태풍이 몰아쳐도 너희들은 그 라인을 넘지 않았다. 

그 성난 파도도 해운대 백사장 앞에서만 이상하게 멈추었다. 모든 것을 삼켜 듯 한 파도가 동백섬 바위 돌에 부디 친 순간, 거센 물보라를 일으킨 후 수명을 다했다. 그게 너희들의 법칙이었다. 

너희들은 같은 자연을 파괴하지 않았다. 인간마저 보호해주었다. 그래서 너희들의 세계와 법칙을 아는 자들은 너희들의 선을 존중해주었다. 

너희들은 집채만한 파도를 일으켜 방파제를 넘어 아파트를 덮쳤다. 너희들은 마린시티 도로에 주차돼 있는 승용차 몇 대를 파도에 휩쓸려 화단가로 밀려나가게 했다. 파괴로 인해 막혀 있던 너희들의 숨통는 태풍이 와야만 그 갑갑한을 내뱉을 수밖에 없다.  

매립지 위 마린시티. 자본과 부가 결합된 인간 욕망의 보금자리. 바다 물이 스며들고, 지진이 땅을 갈라지게 하고 그렇게 그곳은 또다른 알쏭달쏭한 도시로 쭉 가고 있다.  

'파도여 슬퍼 말아라. 파도여 춤을 추어라. 끝없는 몸부림에 파도여 파도여 서러워마라. 솟아라 불어라 바람아 드높아라 파도여 파도여 솟아라~~~'

 나는 안다. 거기의 주인이 바로 너희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