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제분이 무슨 죄인가
영남제분이 무슨 죄인가
  • JBC까
  • 승인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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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영남제분과 죄와 벌

지난 2002년 3월 여대생 공기총 피살 사건이 발생했으니 11년이 흘렀다. 최근 이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사건의 가해자였던 윤모씨가 검찰로부터 형집행정지 허가를 받은 후 수차례에 걸쳐 연장 처분을 받아 병원 특실에서 생활해 온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2004년 5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났다. 윤씨가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병실 생활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면서 ‘여대생 살인 사건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칼럼을 적기 전에 주변에선 ‘영남제분에 대해 우호적으로 적으면 큰일 난다’면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어 네티즌들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이 사건은 대법원에 의해 ‘죄’와 ‘벌’의 명확한 구분이 이뤄졌다. 또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까지 완료됐다. 따라서 법률적으로 이미 종결된 사건이다.

그런데도 이 사건이 끝나지 않은 것은 이 사건만큼 흥미와 관심을 끈 사건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 등장인물만 놓고 볼때도 눈길이 쏠린다. 살인 교사했다는 중견기업 회장 부인 윤씨, 그 사위 김모 판사, 그 판사가 사귀었다고 의심받아 살해당한 이종사촌 이화여대생 하모양. 잊혀질만하면 이 사건이 리바이벌 확대 재생산 되는 까닭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이 사건이 새로운 각도로 주목받았다. 교도소 안에 있는 줄 알았던 윤씨가 형집행정지를 받고 서울 세브란스병원과 경기 고양시 일산병원에서 지내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였다.

윤씨는 2007년 7월 유방암 수술을 받았고, 그후 2008년에는 망막시신경 악화 황반변성 으로 인해 수술도 받았다. 암수술은 끊임없이 항생체 치료를 받아야 하고, 황반변성도 한번만에 끝나는 수술이 아니다. 전문의들은 끊임없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작고한 전 서방파 두목 김태촌씨를 보더라도 병이 악화되고 치료가 필요하면 극한 범죄자라도 검찰은 형집행정지를 통해 치료토록 해준다.

형사소송법(제471조)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볼 때 수형자에게 형의 집행을 계속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보여지는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검사의 지휘에 의하여 형의 집행을 정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형집행정지는 종합병원측의 진단서가 영향을 미친다. 이 진단서를 발급한 연세대 박모 교수는 “의사로서 환자가 수감 중인 죄수라고 하여 거부할 수는 없었으며 치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사에게 환자는 불쌍한 약자일 뿐이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또 “어떤 상황에 처한 환자이건 측은지심을 가지고 환자의 어려운 점을 잘 돌보는 것이 의사의 기본 책무 중의 하나라고 배워왔고 그렇게 실천하라는 것이 우리 의료원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현재 피해자측 가족은 “이 사건은 전형적인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며 검찰에 세브란스 주치의와 일산병원 주치의를 고발했다. 또 청와대, 법무부, 검찰청, 경찰청 등에 진정서를 냈다.

법률적으로 종결된 현재 이 사건의 또다른 팩트는 ‘윤씨가 병실에서 생활 할 수 있도록 병원측이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줬느냐, 아니냐’다. 검찰은 현재 이 사건을 조사 중에 있다.

그런데도 이 사건을 대하는 일반인들의 분노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의 불똥이 급기야 영남제분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는 ‘안티 영남제분’ 카페까지 개설됐다.

영남제분의 한 젊은 직원의 목소리가 이목을 끈다. “저희 회사가 불량품을 만들어 피해를 끼쳤다면 얼마든지 비난 여론을 달게 받겠는데, 이 사건과 영남제분은 무슨 연관이 있냐”는 것이 그의 항변이다.

그는 이 사건에 연루된 윤씨가 영남제분 회장의 아내였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이 공격당하고 영남제분 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난하는 것은 전형적인 ‘연좌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한 사건이 터지면 우리 사회는 냉철한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정적 분위기가 더 앞선다. 이것이 마녀사냥식 되어 개인이든 기업이든 삼킬 태세다. 죄와 벌을 받았지만 복수와 과잉처벌의 반시대적 지성에 사로잡혀 있다.

사회적으로 민감하거나 반기업적 요소가 강한 현안일수록 특정 행위를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욱 증폭된다. 이미 죄와 벌의 균형이 실종되었다. 미움, 불신, 갈등, 대립, 복수가 넘쳐난다.

씻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후 병실에서 생활했다는 윤씨를 향한 사회분노에 공감한다. 윤씨가 병명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병실에서 생활한 것이 드러난다면 유족을 두 번 죽인 꼴이 된다.

그러나 윤씨가 각종 질병으로 인해 더 이상 수감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면 그를 향해 죄와 벌을 따지기 전에 인권적 측면으로 한번쯤 냉철하게 봐야 한다.

참 논리적으로나 감성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말지만, 굳이 들먹인다면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