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하지혜 괴소문과 루머
11년 전 하지혜 괴소문과 루머
  • JBC까
  • 승인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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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양지혜 사회기동팀 기자가 블로그에 ‘영남제분 사모님’ 청부살해 여대생은 엄친딸 ‘의리의 하지혜’란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혜’ 이름이 같네요. 아마도 나와바리(구역)가 마포라인(세브란스 병원, 서부지청, 마포서 등)이어서 이 사건의 중심에 취재를 하고 있겠네요. 건투를 빕니다.

요즘 하양 사건이 화제가 되자 양 기자처럼 많은 블로거들이 이 사건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을 블로그에 쏟아내고 있습니다.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보면 섬뜩할 정도로 가해자에 대한 ‘증오’가 가득합니다.  한 전직 형사는 방송에 출연 역대 살인마중 윤길자씨가 가장 악랄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윤길자씨가 정말로 인육까지 먹으면서 스물 세명의 여성을 죽였던 유영철보다 더 나쁜 교사자인지, 타고난 살인마 사이코패스 강호순, 김길태 보다 더 증오의 대상 범인인지, 그럼 이들은 덜 악랄한 살인마입니까. 참 웃기는 역설입니다.

 저는 최근 하양 관련, 블로그에 올라오는 다양한 글을 보면서 몇자 적을볼까 하다가 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확정판결과 피해자 가족과 민사상 합의까지 한 11년 전 사건을 들먹여서 뭐가 좋을까요. 

 저는 11년 전 현장에서 이 사건을 취재했었던 기자였습니다. 당시  여대생을 공기총으로 쏘아 살해 한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워낙 충격적이어서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 취재를 통해 확보한 수사기록물과 재판기록, 하양 관련 이모저모 문서들이 아직도 제 서랍장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지금 이 사건이 이슈가 되었지만  저는 11년전 사건이라 지금까지도 서랍장에서 굳이 당시의 사건 수사 기록과 재판기록 등을 들춰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양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 눈에 확 들어와서 또다시 11년전 당시로 돌아가게 하네요.  양 기자 블로그에 따르면 당시 변사체로 발견된 지혜 양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경찰서로 몰려든 기자들에게 “숨진 여대생이 원래 사촌 오빠를 좋아했고, 남자를 밝히는 날라리였다”는 괴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양 기자는 루머의 근원을 확실하게 취재하는 대로 독자 여러분께 전해드리겠다고 자신의 블로그에서 밝혔습니다. 이 루머를 그대로 받아 써 ‘여대생 치정 살인’으로 보도한 언론 매체도 있었습니다.

 당시 현장에 출입했던 기자들은 이 루머와 괴소문이 나돈 것을 대부분 알고 있었습니다. 이 루머가 나돌기 시작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 하양 남자친구가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것이 원인중 하나였습니다. 

하양 가족들은 하양을 ‘두 번 죽이는’ 이 루머 때문에 크게 고통받았습니다.  당시 기자들은 이것을 보도 못한게 아니라 안했다고 봐야 합니다.(일부 언론은 치정으로 보도) 자칫 하양 사생활 팩트를 보도할 경우 사건의 본질을 오도하고 진실이 묻힐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었습니다. 

또 루머의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식의 보도는 하양을 두 번 죽이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딸을 잃어 비통함에 잠긴 부모에게 비수를 꽂는 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보도는 ‘사 자에 대한 명예훼손’일 가능성도 높았습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양 기자가 블로그를 통해 선배기자들이 밝히지 못했던 루머의 근원에 대해 밝히겠다고 하니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사실 이 취재는 특별히 어려운 게 아닙니다. 당시 경찰 수사 및 재판 자료,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던 하양 남자친구를 통해 확인만 하면 그 루머와 괴소문 진원지를 금방 알아낼 수 있습니다. 

네티즌들도 루모와 괴소문의 진원지를 밝혀내십시요. 그래서 하양을 둘러싼 그 더러운 루머가 다시는 나돌지 않도록 하셔서 비록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지만 하양을 우리 시대 진정한 '참여성상'으로 기억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다시는 우리사회가 “돈 위에 법 있고, 법 위에 사람 있는”가 아닌 법앞에 만인의 평등사회로 가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하양 루머와 괴소문 진원지 찾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