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속 전날 류원기 회장 인터뷰
[단독] 구속 전날 류원기 회장 인터뷰
  • JBC까
  • 승인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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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무기징역자지만 아픔을 외면할 수 없었다”

“나 류원기요. 잘 지냈습니까”

지난 2일 굵직한 경상도 사투리가 휴대폰을 타고 흘러나왔다.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이었다.

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류 회장이 전화를 걸어올 줄 예상하지 못했다.

류 회장은 “서울 서초동 한 설렁탕집에서 점심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필자는 만사 제쳐놓고 류 회장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사진 출처=아시아경제

류 회장은 검찰조사에서 아내 윤씨 형 집행 정지를 위해 주치의에게 청탁해 허위 진단서를 받아낸 것으로 드러나 3일 저녁 구속됐다.

영장실질심사 하루 전날 류 회장을 만났는데 의외로 담담했다. 하지만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부담감 탓인지, 류 회장은 설렁탕을 비우지 못했다.

검찰에 따르면 류 회장은 2007년 6월 이후 10여 차례에 걸쳐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그는 검찰의 공소 사실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 했지만 고개만 가로저었다.

류 회장은 “내일 영장실질 심사에서 소상히 밝히겠다”고 했지만 결국 그의 혐의가 인정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그는 주변의 우려를 뒤로하고 왜 아내의 치료를 위해 적극적이었을까.

그는 “집사람은 2007년 7월 유방암 수술을 받았고, 그후 2008년에는 망막시신경 악화 황반변성 으로 인해 수술도 받았다. 암수술은 끊임없이 항생체 치료를 받아야 하고, 황반변성도 한번만에 끝나는 수술이 아니다. 전문의들은 끊임없이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후 아내는 파킨슨, 당뇨 등 12가지 병명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건장한 사람도 교도소에서 생활 못하는 데 하물며 나이 칩실이 넘은 아내가 병까지 얻었는데 정상적인 수감생활이 가능했겠는가” 반문했다.

류 회장은 무기징역자 아내가 호화병실에 생활토록 해줬다는 이유만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류 회장은 굳이 따지자면 죽은 여대생 하양과는 직접 연관이 없다.

그는 당시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중이었다. 하양 사건은 그가 구속됐을때 일어난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의 아내가 연관된 사건이라 그 역시 도의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웠다. 그는 교도소 출감 이후 “아내가 교사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결국 그의 아내는 2004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법원에 출두하는 류원기 회장.                      출처=뉴스1

류 회장은 왜 무기징역 아내를 위해 불속으로 뛰어들어갔을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 집안의 가장이 아내가 무기징역자라고 아픈걸 외면하고, 아내가 억울하다고 외면하는 것은 가장으로서 비겁한 짓이 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힘들고 어려울때 지켜주는 게 바로 가장이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아픈 아내 치료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는 지금도 의사 금품제공설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이 부분 혐의를 밝혀냈다. 따라서 향후 재판과정에서 이 문제를 둘러싸고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그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고 류 회장을 보면 전형적인 촌부형의 지고지순한 노인이다. 씻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아내를 위해 허위진단서를 발급받도록 했다는 사회적 지탄도 이해된다.

또 돈 있으면 죄가 없고 돈 없으면 죄가 있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전형적인 사건이라는 국민적 분노도 이해된다.

하지만 그와 만나면서 “아픈 아내를 외면할 수 없었다”는 그 말을 남긴채 설렁탕 집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차디찬 인생무상이 느껴졌다.

이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면 그는 부산의 중견기업 회장으로서 경제발전에 이바지 하고, 대한역도연맹 회장으로 국가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의 나이 예순일곱. 그는 3일 오전 법정에 출두하면서  어떤 것이 떠올랐을까.

자신이 타서 죽는 것을 뻔히 알지만 무기징역 아내를 위해 불나방처럼 불속으로 뛰어든 그를 보면서 ‘죄는 미워하되, 그는 오또꼬(대장부)였다’는 모습이 교차했다.

그는 어쩜 아내 때문에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신세였지만, 끝까지 원망하지 않았다.

인생 사막장은 진짜 오또꼬로 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