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주치의 재판, 한석주 교수 진정서
사모님 주치의 재판, 한석주 교수 진정서
  • JBC까
  • 승인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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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한석주 교수가 하양 부친 고발장 대필해줘"

한 교수 "정의감에서 진정서 써줬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 출연한 한석주 교수

서울 서부지법 303호 법정.

이곳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2시30분 제12형사부 김하늘 부장판사의 심리로  ‘여대생 하양 사건’ 윤길자씨(68)의 허위진단서 발급혐의로 구속기소된 주치의 세브란스 병원 박병우 교수 재판이 열린다.

지난 10월18일 시작된 재판은 6일 현재 일곱 번이 열렸다.

이 재판장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세브란스 병원 의사들이 법정 증언대 앞에서 선서를 한 후 증언 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지금까지 대략 25명의 교수 및 병원 관계자들이 증언대에 섰다.

다음주 13일은 세브란스병원장까지 증언대에 설 예정이어서 세브란스 병원 의사들이 몽땅 증언대에 섰다는 우스갯 소리도 들린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 10월 18일부터 시작된 재판에서 한차례도 빠짐없이 방청석을 찾은 의대 교수가 있다.

한석주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외과 교수이자 장기재원 환자관리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는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나영이에게 인공항문을 달아준 주치의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 교수는 자신이 늦거나 방청을 하지 못할 경우 그의 아내가 대신, 방청석에 자리를 잡은 후 각종 증언 내용을 모니터링 하기도 한다.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 작달만한 키에 뿔태 안경을 낀 그는 무슨 연유로 매주 금요일 마다 병실이 아닌 재판장을 찾아 방청을 하는 것일까.

 

한석주 교수

이날 공판에서 그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이날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후 검사와 변호사 심문을 받았다.

변호인은 그에게 “증언대에 설 것을 염두에 두고, 다른 동료 교수들이 어떻게 증언 하는지 듣기 위해서 방청석을 찾은 것이 아닌가”쏘아 물었다.

이에 대해 그는 “그런 것도 있지만 일반인으로 방청석에 앉아 재판내용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교수들은  법정에 섰다는 수치심으로 증언 후 곧바로 법정을 빠져나갔지만,

그는 이날 증언을 한 후에도 돌아가지 않고 방청석에서 재판 과정을 끝까지 지켜봤다.

한 교수는 왜 그토록 재판 과정이 궁금할까.

6일 변호인에 의해 비로소 그 이유가 밝혀졌다.

한 교수는 "교도소에 있어야 할 윤씨가 형집행정지를 받고 장기입원중이다"는 내용을 하양 부친 하모씨에게 최초로 알렸던 장본인이다.

이것이 빌미가 되어 결국 이번 사모님 허위진단서 논란 사건이 터진 것이다. 

법조인들은  "한 교수가 하양 사건 당사자 쪽에선 정의감에 불탄 영웅이다. 하지만, 박 교수측에서 보면 한 교수의 행위는 박 교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린 장본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이 사건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한 교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공판에서 박 교수 변호인은 한 교수의 행위에 대해 "의사의 본분을 망각한 행위"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한 교수는 "정의감에서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 이 사실을 알릴 수 밖에 없었다"고 맞섰다.

이 사건의 시작은 올초로 거슬러 간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한 교수에 따르면 이 사건은 올초 한 교수가 하양 부친인 하모씨에게 한통의 제보전화를 걸면서 시작됐다.

  방송화면 캡처

그는 하양 부친에게 전화를 걸어 “교도소에 있어야 할 무기수 윤길자씨가 장기 입원해 있다”고 제보했다.

그는 "왜 하필 하양 부친에게 제보했는가"라는 변호인 질문에 대해 "하양 부친만이 이를 바로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제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 교수는 하씨를 두차례 만나 윤씨에 대해 보다 더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했다.

변호인은 한 교수에게 "윤씨의 구체적인 내용이 의료 기록을 건낸 것이 아닌가"물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하양 부친이 나에게 병원 의료 기록을 달라고 요청했었지만 그것만은 거절했다"고 강조해다.

한 교수는 "윤씨를 고소하기 위해선 의료진료 카드 등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증거물이 필요했기 때문에 하양 부친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 교수는 하양 부친에게 “진료기록은 주지 않는 대신 진정서를 써주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그는 "윤길자 진료카드를 다 검토한 후 이를 토대로 진정서를 작성 한 후 하양 부친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3일에 걸쳐 진정서를 작성했고, 하양 부친에게는 우편으로 보내줬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이날 재판에서  “내가 이런 진정서를 써주면 공기총에 쏘여 죽을 수 있다는 하양 부친의 우려도 전달받았다”고 덧붙였다.

그후 그는 “가스분사기를 구입한 후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이같은 증언이 나오자 변호인은 어이없어 했고,

류원기 피고인은 눈을 지그시 감고 머리를 흔들었다.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하양 부친 명의로 접수된 고발장 곳곳이 고쳐진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한 교수가 써준 진정서를 고발장으로 둔갑시킨 후 은폐하기 위함이었는다 게 이번 재판에서 드러났다.

변호인측은 "한 교수가 하양 부친에게 ‘진정인’으로 써줬는데, 하양 부친이 ‘진정인’을 지운 후 ‘고발인’으로 고친 흔적이 고발장에 그대로 표기되어 있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재판부에 증거물로 제출했다.

하양 부친은 한 교수가 작성해준 진정서를 토대로 해서 MBC2580측에 제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이 사건이 지난 4월 최초 보도됐다.  

이날 재판에선  '박 교수 희생양'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박 교수가 윤씨 주치의이기 때문에 그런것도 있었겠지만, 한 교수는 “박 교수를 끌고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었다”고 증언했다.

한 교수는 하양 부친에게 진정서를 작성해주면서 '박 교수가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줬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하양 부친은 한 교수가 작성해준 진정서를 고발인으로 수정한 후 "박 교수가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줬다"고 사법당국에 고발장을 접수시켰다. 

 

사모님 주치의 퇴진 시위(위)장면과 안티 영남카페 홈피 창

이것이 국민적 공분을 폭발시켜 유방암 명의 박 교수가 졸지에 허위진단서 발급 교수로 국민적 지탄을 받으면서 구속기소 됐다.  

또 영남제분은 네티즌들의 공격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부도덕한 기업으로 전락 회사가 파산직전까지 몰린 상태다.

그동안 재판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세브란스 병원 의사 대부분은 "박 교수가 발급한 진단서는 허위진단서가 아니다"고 밝혀 한 교수가 말한 허위진단서 발급과는 배치된다.

변호인측은 "한 교수의 정의감이 결국 오버하면서 국민적 공분 사건으로 비화되고 이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섣불리 한 교수의 제보와 진정서를 문제 삼을 수 없는 지적도 나왔다.

오히려 형집행정지 개선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검찰도 심문을 통해 "진정서는 사법부에 알리는 공익성을 위해 써준 것이지 않느냐"고 묻자 한 교수는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이날 재판 과정에서 한 교수의 진정서 대필 관련, 뜻밖의 증언이 나오자 재판부도 왜 하양 부친에게 진정서를 써줬는지에 대해 캐묻기도 했다.

한 교수는 이에 대해 “무기징역 수형자가 교도소 밖에 있는 것에 대해 공분을 느꼈다. 이를 받아들 일 수 없었다.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박 교수에게 입원시키지 말 것을 권유했었지만 그가 받아들이지 않아 안타까웠다. 그래서 하양 부친을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고, 하영 부친을 수소문해서 연락처를 알아낸 후 전화를 해서 움직이게 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재판과정에서 병명을 삭제한 것을 놓고도 논란이 이어졌다.  

변호인은 "한 교수가 윤씨의 12개 병명중 7개만 넘기고 나머지 5개는 임의대로 삭제한 것이 사실이냐"물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세브란스병원 김 모 부원장은 “그 병명은 누구나 삭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교수는 “불필요한 병명은 삭제할 수 있다”고 맞서 두 사람의 증언이 각각 달랐다.

변호인측은 “소아 외과 전문의 한 교수가 다른 전공 의사가 작성했던 병명을 마음대로 삭제할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뇨병을 삭제한 것은 실수다”고 한발 물러섰다.

뇌물여부도 도마위에 올랐다.

한 교수는 또 이날 검찰 심문에서 “윤씨 남편 류원기 회장이 안과 전문의 고 모 교수에게 상상 할 수 없는 돈을 건내려고 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 증언으로 출석한 고 교수는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말해 이 부분도 큰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교수는 지난 6월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사모님 후속편에서 윤 모 씨의 입원과정에서 불거진 ‘거액’이 오간 의혹에 대해 “노코멘트” 라는 모호한 대답도 했었다.

한 교수가 지난 6월 방송에서 밝힌 "노코멘트"가 결국 "상상할 수 없는 돈을 건내려 했다"는 내용을 함축한 말이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선 변호인은 한 교수가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아 발표했던 문제로 인해 구설수에 오른 사실도 공개했다.

 

 

박원순 시장 아들 의혹 제기하는 한석주 교수(위) 허리 디스크 맞다는 세브란스 의료진들

한 교수는 지난해 2월 18일 감사원 게시판에 박원순 시장 아들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을 규명해달라고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당시 한 교수는 무소속 강용석 의원과 마찬가지로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 씨 등 부분의 피하지방층 두께 등을 문제삼아 MRI가 바꿔치기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교수는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 씨 MRI 판독 결과와 재검 결과 모두 조작이나 바꿔치기가 없었다는 결과가 나오자 박 시장에게 공식 사과했고, 강 전 의원은 의원직까지 사퇴했다.

변호인은 한 교수에게 "이같은 파문을 일으켰는데 병원으로 부터 윤리적 처분을 받았는가“라고 묻자 그는 ”그런 처분은 없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피고인 박병우 교수에게 발언권을 줬다.

박 교수는 윤씨를 입원시켰던 경위와 날짜 이유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의과대 1년 후배인 한 교수가 자신에게 “왜 쓸데없는 환자를 입원시키느냐 등 반말을 하면서 모욕감을 줬지만 한 교수를 탓하고 싶지 않다. 그는 열심히 하는 교수다”라고 추켜세워 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박 교수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선 한 교수가 형집행정지를 받은 무기징역자가 장기입원해도 타당한가와 박 교수측에선 설령, 무기징역자라도 몸이 아프면 입원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맞섰다.

한 교수는 “무기징역자가 세브란스 병원에 장기 입원해 있는 것이 못마땅했다”고 수차례 말했다.

의료계 한 인사는 “윤씨가 무기징역자라도 한 교수가 그의 개인 신상을 외부에 알리고 진정서까지 작성해줬다면 이는 통상적인 의료 행위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세브란스 병원측은 한 교수가 그같은 행위를 한 것을 몰랐다는 분위기다.

이날 증언으로 출석한 김 모 부원장은 “몰랐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병원측에 하양 진정서를 대필해줬다는 보고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 공판은 13일 오후 2시30분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세브란스병원장과 형집행정지를 허가해준 검사가 증인으로 출석, 증언대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