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사건 ‘유죄’냐 ‘무죄’냐
사모님 사건 ‘유죄’냐 ‘무죄’냐
  • JBC까
  • 승인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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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최종 선고, 재판결과 따라 한쪽은 치명타

지난해 전국적인 국민 공분을 일으킨 여대생 청부살해 사모님 주치의 세브란스 박병우 교수와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에 대한 검찰 구형 및 법정 변론이 종결됐다.

3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하늘)로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윤길자씨(69)가 ‘형집행정지’'를 받을 수 있도록 도운 혐의(배임증재 등)로 구속기소된 남편인 영남제분 류모(66) 회장에 대해 징역 4년6월을 구형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3일 윤씨의 형집행정지를 도운 혐의(허위진단서 작성 등)로 구속 기소된 윤씨 주치의  신촌세브란스병원 박 교수에게 징역 3년에 추징금 1천53만5천원을 구형했다.

#7일 최종 선고 그 결과에 따라

이에 따라 다음달 7일 재판부의 최종 선고만 앞두고 있어 이 사건의 판결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0월18일부터 시작된 이번 재판에서 재판부는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세브란스 병원 교수 및 병원 관계자 25명과 영남제분 계열사 대표 및 회계 관계자 등 10여명을 증언대에 세우기도 했다.

다음달 7일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리느냐에 따라 이 사건은 적잖은 파장이 일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가 두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할 경우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역풍에 치명타를 입을 것이고, 또 피고들이 혐의 사실을 줄곧 부인하는데도 유죄를 선고할 경우 재판부가 “증거주의가 아닌 심증만으로 유죄를 선고했다”는 변호인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형집행정지에 쓰인 박 교수 진단서 허위 유무 ▲진단서를 두고 박교수-류회장 간 금품(1만 달러) 거래 유무 등이 있었는지 여부다.

검찰도 지난해 9월 16일 박 교수와 류 회장에 대해 이같은 혐의을 적용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박 교수와 류 회장은 검찰의 공소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3일 재판에서도 이 내용이 핵심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이날 최종 결심 공판을 앞두고 류 회장을 상대로 직접 심문을 펼쳤다.

앞서 지난달 13일에도 박 교수를 상대로 직접 심문했었다.

따라서 재판부가 류 회장과 박 교수를 상대로 한 직접 심문 내용이 결국 이번 사건 판결의 ‘바로미터’일 가능성이 높다.

 

출처=뉴시스

#재판부 류 회장 상대 직접 심문

다음은 3일 재판부가 류 회장을 상대로 한 심문 내용이다.

재판부는 박 교수 상대 청탁 여부와 관련, 류 회장에게 “박 교수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윤씨를 치료해 줬고, 서른몇번에 걸쳐 진단서를 발급해준 것도 이례적이다. 돈을 주지는 않았을지라도 피고는 사업하는 사람이라, 인간적으로도 ‘고맙다’고 선물 식사를 대접해 줄 수도 있지 않는가. 그런데도 박 교수를 ‘전혀 모르는 관계다’고 딱 잘라 말하는게 납득이 안간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류 회장은 “박 교수를 개인적으로 만난 사실이 없다. 그 분은 환자에겐 괜찮은 의사인데, 집사람이 사건에 연루되어서 의도적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접근 자체가 어렵고 모욕을 줄 정도다. 그래서 만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정신과 의사 윤모씨에겐 돈을 줬지 않았느냐”고 묻자, 류 회장은 “정신과 의사가 출장을 가야하기 때문에 시간, 거리 등 규정에 근거 50인지, 100만원지 모르겠지만 줬다”라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또 윤씨가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안과 수술을 받은 것과 관련, “성모병원은 어떻게 알게 되었고, 평소 친분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류 회장은 “성모병원은 안과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 병원에서 집사람 수술을 시킨거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류 회장이 집사람과 딸 그리고 자신이 진단서 발급을 요청한 사실이 있지만 진단서 내용을 보지 못했고 자신이 직접 찾아온 적이 없다 주장한 것과 관련, “진단서는 형집행정지의 중요한 단서인데 발급 부탁만 하고 그것을 보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류 회장은 “진단서는 운전기사가 변호사 사무실에 갖다줬고,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본을 보내오면 읽은 적은 있었지만 청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류 회장이 2007년 12월쯤 세브란스 병원 이모 내과 교수와 안과 전문의 고모 교수와 만난 이유에 대해 캐묻기도 했다.

류 회장은 “고 교수님으로부터 눈 수술을 받은 집사람이 워낙 심하게 아프다고 해서 재수술을 해달라고 하기 위해 만났지 다른 이유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류 회장은 “고 교수님이 수술은 성공적인데 왜 재수술을 요구하느냐고 아주 불쾌하게 말해 만약 아내가 무기수가 아니었다면 항의를 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 공소장에는 박병우 교수와 이모 교수 함께 식사를 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런 사실이 없는가”라고 묻자 류 회장은 “식사조차 한적이 없다. 식사는 이 모 교수와 고 모 교수 뿐이었다”고 강조했다.

 

출처=뉴스1

#재판부 박 교수 상대 직접 심문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13일 박 교수를 상대로 한 심문에서도 이같은 쟁점 내용에 대해 심문을 펼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박 교수가 류 회장과 사적인 만남이나 친분이 없었는지를 주목했다.

박 교수는 “류 회장을 만난 사실도, 식사조차 한 사실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만난 사실도 없는데 류 회장의 부탁으로 윤씨의 입원을 도와주고 진단서를 발부해주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류 회장이 박 교수의 개인전화를 통해 연락을 취했다는 것은 둘의 관계에 의문을 들게 한다. 만약 잘 알지도 못하는데 의사인 박씨가 어느 누구나 입원을 도와준다면 그것도 문제 아닌가”라고 말했다.

윤씨가 형집행정지를 연장하기 위해서 몸상태를 가장했다는 의문도 박 교수의 해명을 요했다.

이점에 대해서는 박 교수는 새로운 자료를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이것에 대한 오해가 있을까봐 객관적인 자료를 오늘 재판에서 보여준 것이다. 애초 이것을 증명할 때 검찰 쪽에 유리한 자료를 제시하며 심문했기에 진술이 이쪽으로 흘러간 듯하다. 틀린 진단을 한 것이 아니라고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최종 심리에서 류 회장과 박 교수가 밝힌 내용을 종합해 보면 두 사람은 검찰이 제기한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두 사람은 허위진단서를 부탁한 적,도 발급해준 적도 없다.

또 만난적도 없고, 돈을 주고 받은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재판부가 두 사람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유·무죄 여부에 상당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모님 사건 진정서 대필해준 세브란스 한 모 교수

#변호인들 무죄주장

이번 재판과정에서 변호인측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박 교수 변호인측의 반발이 심했다.

박 교수 변호인 측은 “합법적인 진료만을 감행한 박 교수가 여론과 언론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피력했다.

변호인 측은 “의사에게 환자 신분은 문제되지 않는다. 적군이라도 다쳐서 찾아오면 치료해주는게 의사다. 윤씨가 무기징역수라고 해서 대충치료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박 교수는 애초에 윤씨가 무기징역수인지도 알지 못했고 그를 환자로 치료만 해줬다”라고 지적했다.

변호인측은 윤씨의 형집행정지를 결정한 주체는 검찰이며, 합법적 탈옥을 주도한 검찰이 주치의인 박 교수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인측은 이 사건의 발단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변호인측은 “세브란스 소속 한모 교수의 빗나간 정의감에 의해 박 교수가 피해를 입게 됐다”며 “아무 문제없는 형집행정지를 놓고 한 교수가 근거없는 의혹을 품었고 살해당한 하모 양의 부모를 부추겨 방송 제보, 검찰 고소 등으로 사건이 왜곡 보도된 상황이다”라고 피력했다. 이어 “여론과 언론의 집중포화와 검찰측 모순된 행태로 박 교수가 대역죄인이 됐지만 실상을 파헤쳐보면 박 교수의 진료행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류 회장 변호인측도 피고인 검찰의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측은 “윤씨가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개인, 집안, 사업까지 막대하게 타격을 받았지만 류 회장은 아내를 모른척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류 회장은 언젠가 감옥에서 죽을 수 밖에 없는 아무런 희망도 없는 아내가 그래도 후회는 없도록 최고의 의료진으로부터 치료를 받아 고통을 덜고 조금이라도 생명을 연장시켜주자는 일념으로 윤씨를 입원시켰다는 게 변호인 설명이다.

이어 변호인측은 “이 사건은 허위진단서가 작성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받아내기 위해 돈을 주었느냐가 쟁점인데 류 회장은 박 교수에게 돈을 준 일이 없다. 허위진단서 작성을 요구한 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

지난 10월18일 첫 공판부터 줄곧 참관한 필자는 검찰과 변호인의 유·무죄 공방 여부를 떠나 이 사건은 여전히 그 프레임(틀)속에 갇힌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중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 프레임은 윤씨가 12년 전 여대생을 청부 살해한 친인공노할 사건을 일으켰다는 씻을 수 없는 의식이 아직도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미국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어떤 사람에게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면 그 사람은 코끼리를 떠올릴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는 프레임에 갇힌 상태에서 진실을 외친들 그 프레임에 갇힌 상대의 진실 고백은 이미 듣지 않고 코끼리만 떠올릴 뿐이다.

한 여대생을 청부살해 했다는 이유만으로 일흔살의 윤씨가 십여가지 병명으로 형집행정지를 받은 후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우리 사회는 그것을 ‘유전무죄, 무죄유전’식 분노했고, 용납하지 못했다.

류 회장 변호인측은 모두진술을 통해 “무고한 여대생이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에 집착한 나머지 윤길자라는 여자를 또 다른 무고한 희생양으로 만든 것은 아닌지. 무고한 여대생의 죽음에 대해 윤길자라는 여자는 돈 많고 힘이 있다는 이유로 오히려 역차별을 당한 것은 아닌지”라고 반문했다.

이번 판결을 앞두고 재판부의 고민이 깊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무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겠지만 모두가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하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