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우 교수를 위한 변명
박병우 교수를 위한 변명
  • JBC까
  • 승인 2017.1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병우 교수의 판결을 보고, 그 불편한 진실은?

나는 어차피 이 재판에서 피고인들이 무죄를 받을 것은 예상하지 않았다.

역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지난해 2002년 ‘여대생 공기총 청부살해 사건’을 주모한 모 중견기업 회장의 사모님 윤모씨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도 형집행정지 등을 이유로 병원 특실을 사용해 온 사실이 방송됐다.

이로 인해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면서 당시 진단서를 발급해줬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박병우 교수와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이 구속기속됐다.

7일 오전 10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김하늘)에서 이들을 상대로 한 선고가 열렸다.

이날 재판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증재 등 혐의로 기소된 류 회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허위진단서 작성·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 교수에게는 징역 8월을 선고했다.

다만 검찰이 기소한 3개의 허위진단서 가운데 2개의 진단서만 허위진단서로 인정하고, 류 회장이 박 교수에게 형집행정지를 청탁하며 1만달러를 건넸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직·간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국민적 분노가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잘 보여줬다.

두 피고인은 이미 기소되면서 재판도 받기 전에 국민여론이 유죄로 몰고 갔다.

여대생을 잔혹하게 죽여 놓고 감옥에서 평생 지내야 할 사모님이 병실에서 생활한 것만으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기에 큰 사건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역으로 무기징역자는 아파도 병실에서도 생활 못한다는 것인가.  

여기에 의사 박 교수가 자신은 허위진단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고 했지만, 국민여론은 허위진단서 발급으로 몰아갔고, 검찰도 박 교수가 허위진단서를 발급했기 때문에 사모님이 합법적 탈옥이 가능했다고 구속기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18일부터 시작된 이번 재판에서 재판부는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세브란스 병원 교수 및 병원 관계자 25명과 영남제분 계열사 대표 및 회계 관계자 등 10여명을 증언대에 세우기도 했다.

나는 이번 재판이 시작되면서 변호인이 ‘여론재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도 안다.

또 오직 정황증거로만 재판을 받게 됐을때 혹은 그 정황증거들이 합리적인 의혹이라는 중요한 법적 기준에 미치지 못했을 경우 판사는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변호인은 위 부분을 상당히 우려해왔다.

재판은 추측과 여론에 의한 예단은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우선, 이 재판은 증인들의 진술만으로 씨앗이 뿌려졌다.

그 씨앗이 재판의 울타리를 형성해서 피고인이 “허위진단서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진실의 외침이 전달되지 못했다.

여대생을 죽인 무기수에게 호화병실을 제공하고 허위진단서를 발급토록 해준 의사는 이미 의사가 아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미 범죄자로 낙인이 찍혀버렸다.

박 교수는 의사 윤리의 잣대와 상관없이 언론과 네티즌들에 의해 난도질 당하였다.

박 교수를 향한 비난이 거세다는 것은 결국 그가 “억울하다”고 밝힌들, 그의 억울한 항변은 진실성을 더욱 약화시킬 뿐이다.

국민들은 박 교수 항변에 더욱 광분했다.

언론과 네티즌들이 그를 난도질 하면서 결국 국민들은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박 교수를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준 의사’ 낙인찍어 버렸다.

사건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의 관계가 모순적인 것 처럼 보였지만 검찰도 법원도 국민여론에 휘둘렸음을 부인할 수 없다.

양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언론과 국민여론이다.

언론에 의해 국민적 공분이 형성되면 그 다음 여론재판을 할 수밖에 없다.

이날 재판부가 “이 사건은 ‘가진자의 합법적 탈옥’으로 전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고 양형 이유를 밝힌 대목에서 읽을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이 재판 양형에서의 실체적 진실과 국민적 공분은 무슨 상관인가.

이는 대개 말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분명히 재판부 뇌 속에 내재하고 있는 것에 따라 재판은 진행됐음을 드러낸 것이다.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할 뿐이다.

그렇지만 제 아무리 명판사라 해도 국민감정과 거슬린 판결은 하지못한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사람의 몸이란 아프고 안 아프고는 의사 진단만으로 알 수 없다.

아프고 안 아프고는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진료 기구를 이용한 병원에서의 진단은 참고사항이지 그것이 절대적인 병명을 밝혀내는 기준치가 못된다.

그렇다면 왜 병원에서 의사가 기구를 통해 진단을 했음에도 오진이 발생하는가.

오늘 아팠지만 내일은 멀쩡한 게 사람의 신체다.

또 잠만 자면 낫는 사람도 있다.

어제는 아파서 그 진단서를 작성해줬는데 내일은 그 몸이 아프지 않아 어제의 진단서가 필요없을 수 있다는 게 신체다.

사람의 몸이란 각 개체별로 판단되어선 안된다.

이는 인체가 손과 발, 상체와 하체, 외와 내가 따로 있는게 아니다.

 

인체는 합심일체이다.

이번 재판에서 드러났듯 요추가 안 좋다고 해서, 오늘 당뇨가 없다고 해서 내일 양호하다는 식으로 해석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당뇨는 평생병이다.

그런데 그 병명이 진단서에 들어갔다고 해서 그것이 허위진단서로 보는 재판부의 그 판단은 두고 두고 생각해도 납득이 안된다.

의사의 증언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자.

그 의사는 환자를 꾸준히 봐온 사람이 아니다.

단 몇 번의 진료만으로 그 환자 상태를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 의사는 신이 내려준 명의인가.

단 한 사람의 증인이라 해도 그 내용과 맥락, 정황과 의도를 살펴 진실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또 검찰에 면죄부를 준 것도 석연치 않다.

재판이 끝난 후 박병우 교수의 변호인은 “재판부는 검찰이 의학 전문지식이 없어 책임도 없다고 한다”며 “하지만 형집행정지 제도를 파행적으로 운영한 검찰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형집행정지를 신청할 때는 반드시 진단서와 의료기록을 첨부하게 돼 있다.

이후 검찰은 의사 여러 명을 자문위원으로 두고 형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에 따라 윤씨 측은 형집행정지를 신청할 때 매번 진단서와 함께 의료기록을 첨부했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자문위원에게 진단서만 보여주고 자문을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도 검찰에도 책임이 있음을 시사했다.

재판부는 “윤씨에 대한 비정상적이고 반복적인 형집행정지결정 및 연장결정이 단순히 박 교수가 작성한 허위진단서에 의해서만 결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그렇게 판단하면 뭐하는가 재판 과정에서 검사조차 증언대에 세우지 못했다. 

재판과정에 증인으로 채택된 검찰 관계자들은 공무 등을 이유로 모두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재판부에 관련진술을 서면제출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들이 하루에 4명씩 증인으로 출석해 밤 10시까지 심문을 받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결국 이 사건 책임과 관련해 검찰은 흐려지고 박 교수와 류 회장만 남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실형을 선고한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번 판결은 같은 법조 검찰 감싸기 또 국민여론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판결이다.

뭔가 명쾌하지 않아서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