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우 재판 1년 취재기록
박병우 재판 1년 취재기록
  • JBC까
  • 승인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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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에 갇히 사건, 항소심 최후 판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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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여름부터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여대생 청부살해 주범 주치의 박병우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교수 허위진단서 발급 관련, 항소심 최종 결심 공판이 19일자로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용빈)가 다음달 18일 오전 10시 선고다.

다음달 선고공판이 끝나면 윤길자 주치의 피고인 박병우가 돈을 받고 허위진단서를 발급했는지, 안했는지 가려진다.

검찰은 지난 해 8월 연대 세브란스 병원 유방암 외과 과장 박병우 교수를 허위진단서 발급 및 뇌물 수수죄로 구속 수감했다.

그후 이 사건을 놓고 지난 해 10월 18일부터 법정에서 검찰과 변호인간 다툼이 시작되었다. 검찰은 1심에서 피고인 박 교수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지만 1심 법원은 올 초 징역 7개월을 선고됐다.

이에 검찰과 변호인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를 했고, 마침내 다음달 18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6월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 할 당시부터 현장에서 취재를 했었다. 아마도 국내 언론인 중 유일하게 1심과 항소심 재판 전 과정을 한번도 빠지지 않고 취재해왔다.

필자는 이 취재를 하면서 피고인 박병우가 허위진단서를 발급했느냐, 안했느냐는 그 진부한 논쟁보다 모두가 <프레임>에 갇혀서 이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목격했다.

사실 이 사건은 출발부터가 '이가 빠진 동그라미'였다. 이것은 검찰의 수사가 아무리 순수성과 사회 정의차원이었지만 형집행정지 허가권자였던 검사가 수사권에선 벗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모든 행위는 ‘순수’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것이 어떠한 의도를 갖고 행동을 할 경우 그것은 훗날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간다는 사실은 경험상 우리사회에서 비일비재 해왔다.

필자는 이 사건이 터졌을때 직감적으로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같이 직장이 안정되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명의 의사가 단돈 1천만원을 받고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줬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즉, 범행을 저지르려면 목적이 뚜렷해야 하는 데 범행의 이유와 그 목적성이 없어 보였다.

입장을 바꿔서 연봉 몇억 받는 사람이 단 돈 1천만원에 인생을 담보로 걸었을까. 만약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주고, 그댓가로 돈을 받았다면 '의사면허'가 취소된다. 의문점은 여기서 출발했다.

아마도 여기에는 박 교수를 둘러싼 굉장한 음모 내지 병원내 암투 등 헤게모니를 둘러싼 결탁과 이해관계, 그 속에 '정의'라는 명목이 자리잡고 있었지 않았느냐는 의문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어떻게 해서 왜  이 사건이 불거졌는가 매우 궁금했다.

분명 그 특별한 원인이 있었을 것인데, 살해된 여대생 피해자 아버지 하 모 씨가 '무기수 윤길자 장기간 병원 입원' 사실을 언론에 제보하고, 검찰에 고발했다는 거 외, 알 길이 없었다. 

윤길자가 무기수이지만 어떻게 해서 환자의 진료기록이 통째로 사망한 여대생 아버지에게 넘어가고 환자의 모든 병력이 다 까발려져서 언론에 보도됐을까.

이것은 누군가 윤길자 진료기록 등을 하씨에게 은밀히 제공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필자는 당시 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세브란스 병원측을 상대로 취재를 했었다.

병원측은 “윤길자 환자의 진료 기록이 어디서 넘겨졌는지 자체 조사를 했었는데 우리 병원이 아니다. 환자의 진료기록은 검찰도 갖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 자연스럽게 언론에 흘린게 아닌가”라고 답변했다. 

필자는 이것이 세브란스 병원의 공식 입장은 아니었지만 아마도 언론에서 취재하면 내부적으로도 그렇게 말을 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의학 출입 기자를 통해 환자의 기록이 어떻게 유출되었는가를 확인했었지만 역시 “세브란스 병원은 아니다”라는 비슷한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환자의 의료 정보 전부를 누가 건넸을까.

병원측 주장대로 우선 검찰이 건넸을거로 짐작 했었지만 검찰이 형집행정지를 허가 해주는데, 그런 검찰이 언론에 자신들의 발등을 찍는 행위를 했었을까 의문이었다. 검찰에 확인해보니 펄쩍 뛰었다.

그래서 필자는 그 진료일체가 아마도 세브란스 병원의 양심적 인사가 건넸을 것으로 추정했다.

필자는 그 양심적 인사가 누군인지 무척 궁금했다. 그를 찾고 싶었다. 정의냐, 비정의냐. 이 자의 행위가 이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정의냐 비정의냐 다르게 해석할 수 있었지만 필자는 그가 생각했던 '정의' 그 끝자락이 궁금했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 정의의 화두를 던졌던 미국 하버드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정의가 무잇인가'라는 무거운 명제를 푸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윤길자가 무기수라지만 윤길자에게 인권이 있다. 참고로 환자의 동의없이 진료기록부를 유출한 것은 의료법 제67조, 제20조 제1항에 의해 처벌받는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법이 명시하는 것 뿐이다. 그런데 진짜 이런 법마저 무시내지 초월, 처벌에 대한 두려움도 뒤로하고, 그 진료 일체를 건넨 사람은 분명 정의를 추구하는 자였을 것이다. 

왜냐면, 정의로운 자의 관점에선 여대생을 청부살해 했던 주범이 대학병원에서 장기간 입원해 있다는 것은 국민들의 관점과 상식에선 절대 납득할 수 없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의가 포장되어 있다면 법을 위반해도 괜찮다는 의식이 이 사람의 의식을 지배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필자가 이 취재 후 윤길자 의료 일체를 유출한 정의로운 자를 아는데까지 걸린 시간이 약 5개월이었다.

필자는 정확히 지난해 12월 6일 그 사실을 알았다. 지난해 10월 18일부터 서울 서부지법 303호 법정에선 매주 금요일 오후 2시 30분이면 제12형사부 김하늘 부장판사의 심리로 ‘여대생 하양 사건’ 윤길자씨의 허위진단서 발급혐의로 구속기소된 주치의 세브란스 병원 박병우 교수 재판이 열렸다.

12월 6일은 일곱 번째 재판이 열리는 날이었다. 재판장 맨 뒤 좌석에 앉아서 취재를 했었던 필자는 재판이 열리면 어김없이 방청석 앉아서 재판내용을 메모 하는 사람을 확인했다.

그는 지난 10월 18일부터 시작된 재판에서 한 번도 빠짐없이 재판장을 찾았다.

그가 바로 세브란스 병원 장기재원환자관리위원회 위원장인 한 모 교수였다.

그는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나영이에게 인공항문을 달아준 주치의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 사회정의 차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기피 진단서 의혹을 제기했다가 물의를 일으킨 후 공식 사과 했었던 그 교수였다.  

한 교수는 자신이 늦거나 방청을 하지 못할 경우 그의 아내가 대신, 방청석에 자리를 잡은 후 각종 증언 내용을 모니터링 하기도 했다.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 작달만한 키에 뿔태 안경을 낀 그는 무슨 연유로 매주 금요일 마다 병실이 아닌 재판장을 찾아 방청을 하는 것일까.

그날 공판에서 그 사실이 밝혀졌다.

그가 바로 피고인 박병우를 고발 진정토록 했고 윤길자 진료일체를 제공했던 그 정의로웠던 장본인이었다.

지난 19일 최종 결심공판에서 나온 구충서 변호사의 최종 변론이다.

구 변호사는 이날 최종 변론에서 이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피고인 박 교수가 구속되고, 1년에 걸친 법정 공방이 펼쳐진 원인 제공자로 한 모 교수를 꼽았다.

한 교수는 이 사건을 보도했던 한 방송에 출연, 마치 '허위진단서 발급' 커넥션 모든 것을 다 안다는 식의 엷은 미소를 머금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변호인이 최종 변론에서 한 특정인을 지목하며 그의 정의로운 행위(?)를 반박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다음은 구 변호사의 최종 변론중 한 교수 관련 부분이다.(구 변호사의 발언을 그대로 옮긴 구어체다.) 

“한 교수의 삐뚤고 이상한 성격이 이 사건의 진상이다. 윤길자가 왜 입원을 장기 했느냐. 그것은 박병우 책임이 아니다. 그런데 한 교수는 박병우로 판단했다. 한 교수는 이 사실을 살해된 여대생 아버지 하모 씨에게 알려줬다. 하 씨가 의학용어를 모르니 진정서를 대신 써줬다. 진정서는 3일 걸쳐 써줬다. 하 모 씨는 한 교수에게 ‘팩트를 잘 모르겠다. 의사 박병우가 허위진단서를 작성했다고 하지 않으면 죄가 성립되지 않으니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한 교수가 ‘제가 협조 해드릴테니 대신 박병우 교수에겐 보안을 유지 해달라’고 부탁했다. 하 씨도 처음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가, 뒷날 하 씨가 ‘박병우가 허위진단서를 작성해줘 윤길자가 형집행정지를 받았다는 것으로 사실 관계를 들고 가여만 죄가 성립된다. 그래서 윤길자 진단서를 박병우가 작성해줬다’고 썼다. 한 교수가 진정서 작성시 진료기록을 함께 송부했고, 그것을 하 씨에게 줬다. 하 씨는 그 내용을 갖고 MBC·SBS 방송에 제보해서 일이 커졌다. 방송 보도 후 그런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윤길자 무기수에 대한 비난이 걷잡을 수 없도록 쏟아지자 검찰은 굉장히 난감했다. 무기수 윤길자에게 형집행정지를 허가해줬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비난이다. 난감한 처지에 놓인 검찰은 검찰 조직을 지켜야겠다. 검찰은 그 상황을 모면해야만 했다. 검찰은 스스로 형집행정지 자체를 부정했다. 이것은 형집행 정지 관련, 검찰의 마지막 기록이다. 방송보도 후 비난 여론이 일자 검찰 수뇌부는 ‘윤길자 형집행정지 적절한지 알아봐라’라는 지시를 했다. 검찰은 서부지청 자문의원 있는데도 그들이 아닌 다른데 즉, 삼성 큰 병원과 제 삼 병원 의사에게 ‘윤길자 상태 어떻냐’는 조사를 먼저했다. 이 조사에 참여한 댓명 의사가 ‘수감 생활 감당 안 됨’ 이라는 회신을 보내왔다. 그럼에도 검찰은 형집행위원회를 소집하여 윤길자 형집행정지 금지 가결 처분을 내린 후 교도소에 수감시켰다. 따라서 박병우 교수가 작성한 진단서 중 ‘수감 생활 어렵다’는 것은 허위가 아닌데도 검찰은 허위로 판명했다. 그러던 중 하 씨의 고소장이 검찰로 접수됐다. 검찰은 ‘아 이게 뭐냐. 잘 됐다.’고 했다. 검찰에 대한 비난을 모면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고소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한 교수가 스스로 검찰로 나와 본인이 진술했다. 한 교수가 검찰로 나온것은 ‘검찰이 수사를 할 의사와 능력 있는지 의문 스러워’ 나왔다고 법정에 진술했다. 수사 보조원 처럼 앉아서 진술했다. 때문에 한 교수가 작성해준 진정서와 고발장 내용 하 씨가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 한 교수가 검찰에서 했던 진술, 검찰의 공소장 내용이 나란히 같다. 공소장이 같은 것은 한 교수의 잘못된 판단 추측에 의해 작성된 내용을 검찰이 공소장으로 만들다 보니 공소장이 산만하고 정리가 안되었고, 무엇이 허위인지 구체적 내용이 없는 것이다. 검찰은 세브란스 병원 의사인 한 교수가 주장한 허위진단서라는 말만 곧이곧대로 믿고 수사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검찰은 박 교수가 아무런 이유없이 허위진단서를 써줬겠느냐고 판단하고 박 교수의 금융 기록뿐만 아니라 의료일체 행위 내용을 다 뒤졌다. 수사 단계에서 박 교수가 알리바이 증거를 제출했는데도 구속 기소했다. 이것이 이 사건의 실체다.”

그래서 구 변호사는 "피고인 박병우가 무죄"라고 항변했다. 그는 한 교수와 박 교수를 비교까지 했다. 또 구 변호사의 법정 발언이 이어진다.

“박병우 의사가 그렇게 돈을 받고 허위진단서를 작성해준 그런 지저분한 인간이 아니다. 유능하다. 사명감이 넘치는 의사다. 한 교수는 언론 좋아하고 인터넷 홈피 만들고 그런 의사인지 모른다. 그러나 박병우는 환자 진료와 수술에 매진했다. 그것이 실체다. ‘의사한테 교도소 보내면 되느냐’ 물었을 때 ‘그래 보내도 된다고 말하는 의사가 몇 명이겠는가. 유방암 수술, 당뇨, 고혈압, 눈 수술, 천식, 파킨슨 등을 앓고 있는 환자를 봤을 때 의사는 ‘교도소에 가는 것 보다 병원에서 진료 받는 게 좋은 거다’라고 생각했을 거고, 피고인 박병우는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게 썼다.”

지난해 12월 법정 증인으로 출석한 한 교수. 당시 그는 자신의 이같은 행위에 대해 정의 실현을 위해서라고 항변했다.

한 교수는 지난해 말 법정 증언에서 “여대생을 무참히 죽인 무기수가 장기간 입원해 있는게 너무나 잘못되어 정의차원에서 3일에 걸쳐 진정서를 작성했고, 하양 부친에게는 우편으로 보내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재판에서 “내가 이런 진정서를 써주면 공기총에 쏘여 죽을 수 있다는 하양 부친의 우려도 전달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그는 그후  “가스분사기를 구입한 후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한 교수로부터 촉발된 정의감은 하양 아버지 하씨를 통해 언론에 제보됐고, 그것은 다시 검찰 수사로 진행됐다. 

언론은 한 교수 진정내용을 토대로 취재를 했다.

이 과정에서 MBC 2580의 취재 방식이 논란이 되었다.

다른 논란은 접어두고 방송사 측은 사생활의 비밀을 보장하는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아니 됨에도 허가 없이 윤길자가 입원해 있는 일산병원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을 뿐만 아니라 음성까지 위법한 방법으로 녹음했다.

이는 통신비밀보호법 제 14조 제 1항에 위배되며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에 해당되고, 이를 방송에 내보냄으로써 같은 법 제 16조 제 4항, 제 11조 제 3항에 해당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특히 방송 내용 중 기자 스스로 2주간 CCTV를 설치 촬영했음을 밝혔다. 그런데 윤길자의 거동과 관련해 방송에 나온 내용이 불과 4컷에 불과하다(4월 6일 13시 12분 휴지를 버리는 장면, 13시 20분 옷장을 여는 장면, 13시 21분 화장실에 가는 장면 등).

불과 10분 내외에 있었던 일만으로 윤길자가 마치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양 사실을 오인케 했다. CCTV를 2주 동안 설치해 찍은 윤영자의 상태가 이 정도라면 이는 오히려 윤길자가 정상적으로 거동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윤길자가 음식물을 넘기기 힘든 연하장애를 겪고 있다. 방송사 측은 연하장애를 연하불능으로 오인하게 하고 4월 5일 12시 14분 경 CCTV 화면에서 잡곡밥 식사를 언급하면서 마치 윤길자가 정상적으로 섭식을 할 수 있는 양 오인하게 했다.

이외 CCTV 화면 중 4월 9일 12시 17분 의사회진시 윤길자가 화장실로 들어갈 때 혼자 들어갔다가 12시 22분 나올 때 부축을 받고 나오는 것이 마치 의사에게 아픈 듯이 보이려고 연출한 것이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의사의 회진을 받으려고 지체 없이 움직이려 했던 것이며, 또 변기에서 일어날 때 힘이 부쳐 부축을 받았던 것뿐이었다.

방송사 기자가 불쑥 병실에 들어와 취재하자 멀쩡하던 윤길자가 손이 떨렸다며 마치 윤영자가 일부러 파킨슨병인 것처럼 보이려고 떠는 행동을 한 듯이 보도했다. .

이에 윤길자 측은 언론중재위에 제소했고, 중재위는 다음과 같은 중재했다.

“… 방송사 측은 비방할 목적으로 윤영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의도적으로 내보내고, 파킨슨병 관련이나 연하장애 부분에 관해 CCTV의 내용을 왜곡 및 과장해 윤길자의 형집행정지가 부당하게 이루어진 것처럼 방송했다. 윤길자의 형집행정지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검찰의 허가를 얻어 정당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진 것인데 마치 부당한 방법으로 행해진 것처럼 보도해 윤영자와 그 가족들에게 명예훼손과 정신적 피해를 입혔다.

또한 방송사 측은 윤영자의 과거 및 현재 상황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제보자의 일방적인 입장에서만 취재함으로써 방송의 공정성을 잃었기에 해당 방송내용을 정정해야 한다. ….”

MBS 방송은 언론중재위 중재결정에 따라 “의문의 형집행정지 제하의 보도에서 건강상의 문제로 형집행정지를 받고 병원에 입원 중인 윤길자의 관련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윤영자는 파킨슨증후군이라는 병명으로 입원해왔음을 알려 드립니다”라고 방송자막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이미 방송 보도로 인해 사회적 파장은 번질 대로 번졌기 때문에 이 같은 정정보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언론사의 관점에선 ‘국민의 알권리’를 앞세워 항변할 수 있다.

이후 한달 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사모님편이 후폭풍을 몰고왔다.

이 방송을 본 국민들은 공분했고,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건으로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었다.

검찰도 이 사건에 뛰어들었다. 필자는 검찰의 수사를 보면서 두가지 측면을 간과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나는 ‘국민정서법’이다.

이 법은 민법과 형법에도 없다.

그러나 법조계에 따르면 판사와 검사가 이 국민정서법을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대한민국 역대 살인사건 중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만큼 국민정서법이 반영된 사건이 없었다.

일례로, 그런 사실이 없었는데도 몇몇 의사들이 박 교수 감형을 호소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면서 네티즌들은 당장 그 의사들을 찾아내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

검사 출신 한 법조인은 “박 교수와 류 모 회장 구속은 국민정서법이 많이 반영된 것 같다”면서 “내가 그렇게 말했다고 실명은 거론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검찰은 이 사건이 국민공분을 일으켰기에 국민정서법상 어떻게든 류 회장과 박 교수를 기소해야만 하는 무거운 책임감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냉정히 이 사건을 볼 필요가 있다.

언론과 네티즌들은 사실 관계 여부를 떠나 이들에게 인신공격 마녀사냥을 했다. 이것이 박병우와 류원기 회장 구속의 결정적 원인중 하나였다.

특히 형집행정지는 검찰이 하는 것이다. 의사가 하지 않는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제식구인 검사를 조사하지 않았다. 특히 1심 재판에서 변호인은 검사를 법정 증인으로까지 신청했었고, 재판부도 비공개로 검사의 증언을 듣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검사는 증언대에 끝내 서지 않았다.

'아가 빠진 수사와 재판' 이런 모든 것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고, 재판의 한계, 더욱이 인간은 대법원 형이 확정되기 까지는 무죄추정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인민수사, 인민재판식이었다.

필자는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모두가 <프레임>에 갇혔다는 결론을 내렸다.

언론은 무기징역자 윤길자가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아 형집행정지를 받았다는 것을 새로운 프레임을 제공했다.

네티즌들은 그 프레임을 통해 안티 카페를 만들고 공격했다.

검찰은 비로소 수사에 착수하면서 죄를 만들었다.

그런 거대한 프레임 속에 갇혀 있는 상태에서 상대가 진실을 외친들 진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까.

모두가 자신들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사건을 분석하고 태도를 결정했다.

‘청부’ ‘허위진단서’‘ 재벌’ ‘유전무죄’

‘청부 살해 사모님 진단서 한 장이 면죄부’

‘진단서 감정 의사들 허위진단 가능성 이구동성’

‘유력인사·재벌만 빼주는 진단서’

언론들은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키는 자극할만한 단어들을 조합해서 기사를 써댔다.

언론은 내일이면 교도소에서 거의 죽음 직전에 있는 윤길자를 ‘사모님’이라 써댔다. 재벌 분위기를 풍겨 호기심을 자극하려고 했다.

검찰도 그 프레임에 갇혀서 수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에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기타의 서류나 증거물은 일체 첨부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공소장 일본주의'에도 반했다.

이 사건을 맡은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7월 재판 때 검찰에 "무엇이 허위진단서인지 그 허위가 명확하지 않다"며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었고, 이후 검찰이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공소장 수정은 지난 19일 공판때 변호인 반대에 부딪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변호인이 재판부에 "공소장을 받아들이면 안된다"는 반대 주장도 있었지만 재판부 역시 수정된 공소장에 명확한 '허위직지'가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따라서 앞서 재판을 했었던 1심 재판부도 부담을 안고 재판에 임할 수밖에 없었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판결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필자는 이 사건을 1년간 취재를 하면서 이 사회의 가장 엘레트 집단으로 꼽히는 판사, 검사, 의사, 언론인 그들도 그들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프레임에 갇힌 채 정의와 진실의 이름을 외친다는 것이다. 어쩜 이들도 피해자다.

지난 11개월간 재판과정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진실을 덮으려 한 자, 왜곡시킨 자. 묻어둔 자들이 이제 답할 차례다.

그래서 필자가 <프레임>에서 언급했듯이 “그래 그 반대편 끝자락에 도달할 때까지는 참자!” 라고 수십번 글을 적었다가 지우고 있다.

이제 묻어둔 그 마지막 글을 적을 차례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한편, 이날 검찰은 피고인 박병우에게 징역3년과 추징금 1053만원을 구형했다. 또 류원기 피고인에게는 징역 4년 6개월을 구형했다.

과연 한 교수의 정의가 승리할 것인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한 교수의 정의로운 제보와 진정서 대필에 박수를 보낼 것인지, 아니면 변호인 말대로----?

오는 10월 18일 오전 10시 항소심 재판부가 어떤 선고를 내릴지 지켜볼 뿐이다.

다음은 이날 공판에서 나온 박병우·류원기 피고인의 최후 진술이다.

1. 박명우(재판장이 ‘하고 싶은 이야기 다해라. 이번 재판이 마지막이다’ 고 말했지만 피고인은 잠시 침묵했다. 2분 후 박병우 피고인의 말문이 열렸다.)

“지난 일년동안 저도 가족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아왔다. 그러나 재판장이 보석을 해줘 좀더 진지하게 재판을 해준거 고맙다. 의사 생활 30년 이런 이유로 법정에 설 줄은 몰랐다. 대학종합병원에서 허위진단서를 떼주는 것은 말도 안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진단서 및 협진 등 더 신중해야 겠다는 것을 느꼈다. 의사들은 환자의 상태를 알면 문장 하나 하나 안 따진다. 환자 상태를 알기에 의사들끼리는 안다. 그러나 제 삼자가 또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문제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점에서 앞으로 많은 후배의사들이 개선할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 의료 진료 등 행위가 위축되고, 진단서 작성에서도 위축되어선 안된다. 가족과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고, 뜻하지 않는 고통이었지만 참고 견디고 기다리고 인내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이 오십대 중반이라, 인생의 전반기를 보냈다. 남은 후반기를 준비하는 특별한 시간이다 . 이 시간 남은 후반기 인생 환자에게 기여 하길 희망한다. 아무쪽록 사실 관계를 잘 살펴주고 바란다.”

2. 류원기

“정말 죄송하다. 사회 물의 일으켰다. 여러 가지 부족하다. 그러나 회사가 어렵다. 재판부가 은혜를 베풀면 회사를 일으키고 종업원과 주주 가치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 선처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