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침몰 징후들
대한민국 침몰 징후들
  • JBC까
  • 승인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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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중반 나는 보름간 캐나다 취재를 했었다. 당시 캐나나 산업 전반을 취재하기 위함이었는데 뜻밖에 내가 캐나다 정부 및 관료들의 취재원이 되었다.

그들로부터 되레 질문을 받았다. “한국 경제 괜찮은가?”

나는 당시 왜 이들이 나에게 이같은 질문을 많이 했었는지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당시 선진 각국들은 한국 부도를 예상했었다. 세계 유수 경제 연구소는 물론 외신들도 “한국이 곧 부도”날 것이라 보도했다.

문제는 이런 외신의 경고와 각국 경제연구소가 내놓은 한국의 부정적 전망을 한국만이 무시했었다. 나 역시, 국가 부도가 남미에서나 발생하는 것쯤으로 여겼다. 그런 외신 보도가 한국을 깎아 내리려는 다분히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것으로 보았다.

그해 연말 IMF 외환위기가 들이닥쳤다. 정부, 재벌, 가장(家長) 순으로 무너졌다. 기업 도산으로 실업 대란이 일어났고 거리로 내몰린 많은 가장과 가족이 극단을 선택했다.

나는 그들의 경고가 단순히 우려섞인 경고가 아니었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런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세계는 한국 경제 위기를 경고했음에도 무시한 한국을 얼마나 한심한 나라로 보았는지. 부도 국가, 한국인은 세계속에서 멀어져갔다.

20년이 흘렀다. 지금 외신과 각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 경제 위기가 닥칠 거라고 경고하고 있다.

20년 전에 외신이 이같은 경고와 우려를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라가 그토록 허무하게 넘어질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지금도 우리는 작금의 상황을 아예 듣지도 보지도 않고 있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국제 환경이 얼마나 냉정하게 돌아가는지 알려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어 해가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박근혜 탄핵 정국 소용돌이가 온 종일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국가 경제는 사실상 올스톱이 되었다. 불황과 총파업이 툭하면 벌어진다.

정부는 올 한 해 성장률 목표치를 2%대(2.6%)로 잡았다. 외환 위기 이후 18년 만에 2%대로 낮춰 잡은 것이다. 그만큼 성장 동력은 떨어져 있고 경기 침체를 가속할 요인들만 쌓여 있다.

소비나 설비·건설 투자에서 취업자 증가 폭까지 모든 내수(內需) 지표가 작년보다 나빠질 전망이다. 가계부채 시한폭탄은 지금도 초침이 돌아가고 있다.

저신용·저소득 다중 채무자의 빚만 78조원에 달한다. 금리가 올라가면 버틸 수 없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마저 실패하면 재앙이 온다.

트럼프발 보호무역 파고와 미·중 통상 분쟁 쓰나미가 이중으로 밀려들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위기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쪽 저쪽 서로 뒤엉킨 채 함께 벼랑으로 밀려가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나는 또다른 경고음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의 보수 정객 노구치 히로유키(野口裕之)가 지적한 “작금의 한국 상황이 공산화 직전의 베트남과 같다”는 내용이다.

그의 글은 산케이신문이 발간하는 ‘군사정세’ 11월호 실렸다. 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지만 히로유키는 북조선이 북베트남의 ‘평화 공세‘에서 많은 학습을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하야시키려는 세력의 일부는 겉으로는 ‘진보적 자유주의’ 라는 간판을 내걸고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를 주장하지만 그들의 실제 모습은 북한의 조선 노동당과 호응하여 한반도의 통일을 도모하는 종북 세력에 속하는 공개적 부대이고 드러나지 않은 비공개적 부대는 틈만 나면, 북조선군대의 공작원 특수 작전 부대와 합류하여 폭력 혁명에 의한 정권 전복을 노리고 있다.”

그는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문재인씨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히로유키는 향후 한국에서는 종북경향을 가진 대통령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바람 앞의 등불이었던 문재인의 정치 생명을 최순실 의혹이 소생시켰는데 2007년 노무현 정권의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은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 채택 전에 북에 의견을 구하고 기권을 결정했다고 당시 외교 통상부 장관에 의해 폭로되었다. 문재인은 명백한 북조선의 내통자인 것이다.”

그의 이같은 주장은 극단을 전제로 한 것인 거 같다. 베트남과 한국은 상황과 처지 환경이 달라 동의할 수 없지만 일본 보수 논객의 주장으로 치부하기도 그렇다.

히로유키 지적대로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은 지금의 대한민국이 월남과 같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우려와 한탄을 자아내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국력을 갖춘 대한민국이 공산화 직전의 자유 월남처럼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좌파 세력들은 이미 대한민국의 건국과 체제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근본으로 한 건국이념에서 나온다.

그런 국가정체성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 국가정체성이 무너지면 그 다음 경제가 무너진다. 이어 안보까지 무너진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진보와 좌파, 보수와 우파간 서로를 믿지 못하고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생각 때문에 그 답을 풀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20년 전 IMF를 극복했다. 세계 역사에 없는 성공 사례였다. 그런데 지금 다시 ‘부도 국가’의 대열에 합류할지도 모른다는 비관이 먹구름처럼 밀려온다. 

이번에는 경제 위기는 물론 대한민국이 42년 전 패망한 월남과 닮은꼴로 치다를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나왔다. 

우리는 이런 불길한 기운을 안고 2017년 한해를 시작하고 있다.

정유년. 닭의 해. 닭모가지를 비틀어서라도 이런 불길함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