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각하와 김대중 각하
황우여 각하와 김대중 각하
  • JBC까
  • 승인 2017.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각하' 호칭도 모르는 민주당이 슬프다

이제 트집 잡을 게 없어서 ‘각하’ 호칭까지···

민주당은 30일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사진)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해 ‘각하’라는 호칭을 쓴 것과 관련, 비난을 퍼붓고 있다.

여기에 네티즌들까지 가세해서 새누리당을 질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황우여 대표가 어제 (29일) 일본에서 축사한 내용 중 아베 총리에게 ‘각하’라는 호칭은 딱 한 번 사용했다”며 “이는 양 연맹이 수십 년간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호칭으로 외교적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까지가 각하 호칭을 놓고 29일, 30일 벌어진 여야 ‘꼴불견 팩트’다.

새누리당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의 이날 대변인 성명을 보니 여권에 대해 트집 잡을 게 없으니 별거 다 갖고 시비 건다는 생각이다.

이제 ‘각하’ 호칭까지 비난하는 것을 보니 민주당이 참으로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이 각하 호칭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극히 한국적 정서다.

그리고 각하 호칭에 대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까닭이다.

 

군사정권 때 방송에서도 각하

대통령 호칭은 군사정권 땐 ‘각하’였다.

각하호칭은 어쩜 대통령 대명사 위격이다.

국민의 정부부터 참여정부까지는 ‘대통령님’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님자도 빼라고 했었다.

국민의 민주주의 욕구상승에 따른 정권의 수용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군사독재시절 대통령에 대한 극존칭 호칭으로 사용되었던 '각하' 를

새누리당 대표가 그것도 일본 총리앞에서 ‘각하’란 호칭을 사용했으니 '굴욕 호칭'이라 비난을 퍼부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이것은 어디까지나 한국적 정서이며, 시각이다.

글로벌 시각으로 보자.

미국도 대통령을 '대통령 각하'라 부른다.

 ‘대통령 각하’ 를 영어로 직역하면 ‘Mr. President’라 부른다.

Mr. 흔히 남자를 칭한다.

씨, 님, 귀하, 선생, 군의 의미를 갖기도 한다.

Mr가 대통령에게 쓰여지면 ‘각하’가 된다.

일본은 다르다.

각하(閣下·かっか) 호칭이 다양하게 쓰여진다.

각하의 각(閣)은 대신이 집무를 보는 집을 뜻 하고, 각하는 극존칭이 아니지만, 특정 고급관료를 통틀어 쓰는 호칭이다.

일본에서 각하 호칭은 신분질서가 엄격했던 시절에 만들어진 3등급 호칭이었다.

황제가 ‘폐하’, 제후는 ‘전하’, 대신은 ‘각하’'라 했던 것이다.

일본의 총리의 풀명칭은 ‘내각총리대신’이다. 즉, 황제-제후에 이은 3등급 호칭이란 의미다.

이 호칭이 근세 일본에서 칙임관(임금이 임명하던 벼슬) 이상의 문관, 육군 소장 이상의 무관에게 사용되었다.

이런 관행이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 들어 왔다.

일본의 관례에 따라 처음 우리나라도 국무총리, 국회의장 등 고급관료들에 각하 호칭을 붙였다.

 

뿐만 아니라 1961년 5·16 군사정변 당시 박정희 장군이 장도영 참모총장에게 보낸 편지(사진)를 보면 “존경하는 참모총장 각하~, 각하의 충성스러운 육군은~~이하 생략” 각하로 표현했다.

그런데 이 호칭이 박정희 대통령 집권 이후 점차 대통령에게만 쓸 수 있는 호칭으로 굳어졌다. 이것이 어디까지나 한국적 사정과 특수성이다.

이제 민주당에게 반문하겠다.

민주당의 정통적 뿌리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2년 7월 말 일본을 방문했다.

김 통령은 당시 일본 총리와 대신 등 앞에서 건배사를 낭독했다.

“존경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대신 각하,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하신 내외귀빈 여러분! 먼저, 우리 일행을 따뜻하게 환대해주신 총리 각하와 일본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하 생략”

김 전 대통령은 말미에 “총리 각하의 건승과 한.일 관계의 영원한 발전을 위해 축배를 제의합니다”라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이 자리에서 ‘각하’란 호칭만 열 번이상 사용했다.

민주당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사용한 각하 호칭 비난 이전에,

김 전 대통령이 일본 총리 앞에서 사용했던 각하 호칭에 대한 입장을 먼저 내놓아야 할 거다.

민주당의 이 같은 각하 호칭 비난은 내가 사용하면 ‘외교적 호칭’이고,

남이 사용하면 ‘굴욕호칭’ 즉,

이른바 ‘로멘스’와 ‘불륜론’ 시각과 다를바 없다.

좀 더 진전해 볼까.

1989년 1월 9일에 일어났다.

당시 평민당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주한 일본대사관저의 히로히토 일왕 분향소에 가서 머리를 숙였다. (사진)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당시 김 전 대통령은 그 조문을 ‘예의’라고 강변했다.

상대를 존중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일제강탈의 시대도 아니고, 일본 국민들이 존경하는 천황에 대해 어느 정도 예를 갖추었을 뿐이라고 했다.

친일파 개념하고 다르다고 했다.

그러나 역사 고리에 박혀 있는 우리의 정서에 비쳐볼 때, DJ의 이 같은 행동은 지금까지도 사상적으로 그 어떤 시사점을 던지기에 충분하다.

 

말 나온김에 하나만 더 짚고 넘어가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2004년 7월21일이다.

당시 제주도에서 개최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회견 도중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호칭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일본 언론은 대대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다케시마 발언을 보도하면서 ‘한국 대통령이 다케시마를 용인했다’는 식의 주장을 전개했다.

민주당에게 다시 묻고 싶다.

노 전 대통령의 다케시마 용어 사용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이 뭔가?

민주당에게 알려주고 싶다.

일본을 방문했던 다른 나라 국빈들이 총리를 뭐라고 불렀는지.

멀리서 찾지 말고 구글 일본어판에 들어가서 검색창에(閣下·かっか)를 입력해보면 얼마든지 알 수 있다.

그럼 일본을 방문한 다른 나라 국빈들은 모두 일본에서 굴욕적인 호칭을 사용했단 말인가.

민주당이 트집 잡으려면 제대로 잡아라.

29일 민주당 의원들이 한일의원연맹 회원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아베 총리가 연설했다.

그때 아베 ‘총리각하’든, ‘아베새끼’든 간에 역사 인식을 제대로 하라며 항의와 모욕수단으로 신발을 세게 던지든지,

아니면 연설할 때 살며시 다가가 ‘귀싸대기’ 한 대 후려 갈기든지,

그마저 더더욱 못하겠다면 민주당의 전매특허인 ‘한판 시위’를 벌이든지,

그러면 외교적 결례에 따른 비난은 받을지 몰라도, 국민들한테는 제대로 박수를 받을거다.

국제화 글로벌 시대, 외교적 호칭과 수사는 우리시각으로 보면 무식한 소리를 듣는다.

정치인이 상대국을 방문해서 그 나라 관료에 부치는 호칭은 한 나라의 품격이고 예의며 대우다.

민주당은 난데없이 '각하' 호칭을 놓고 트집잡고 국민을 현혹시키지 마라.

이러니 아베 같은 '더러운 각하 총리'가 한국을 어리석은 국가로 폄하 매도하고 있지 않는가.

 

나라에선 대통령을 ‘씨’라 하지 않나, 밖에선 각하로 호칭했다고 비난하지 않나.

당신들 눈에는 어느게 정답으로 보이는가.

대입 논술 아니면 내년 입시에 이 문제가 꼭 출제 됐으면 싶은 심정이다.

이정희(아래 사진)가 박근혜 대통령을 ‘씨’ 호칭한 게 정답인지.

황우여(위 사진)·김대중이 일본 총리 앞에서 사용한 ‘각하’ 호칭이 정답인지.

'민주당 각하의원님'들, 혼또니 스고이데스네(정말로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