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비겁한 지식인들
침묵하는 비겁한 지식인들
  • JBC까
  • 승인 2018.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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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1879-1944) ‘님의 침묵’ 한 구절이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님’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하는 바가 바뀐다. 표현론적 관점으로 님을 불교의 깨달음으로 해석하는 경우, 반영론적 관점으로 님을 조국으로 해석하는 경우, 절대론적 관점으로 님을 사랑하는 연인으로 해석하는 경우다.

나는 ‘사랑’이든, ‘불교’든, ‘조국’이든 간에 “님은 왜 침묵을 했을까”가 궁금했다. 죽은 한용운을 붙잡고 물어 볼수도 없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님의 침묵’ 시 구절도 침묵을 놓고 이렇게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하물며 일상에서의 침묵은 오죽할까.

흔히들, 침묵은 미덕이요, 삶의 지혜라고 말한다.

'대화의 원칙을 말할 때 꼭 말해야 할 때 말하고, 침묵할 때 잠자코 있어야 한다. 침묵은 대화의 기술이다. 침묵은 어리석은 자의 지혜이며 현명한 자의 덕이다.침묵은 영원처럼 깊고 말은 시간처럼 얕다.' ‘Speech is silver , silence is golden’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침묵의 미화적 요소들이 아주 사치라고 본다. 위기에 처했을 때의 침묵은 비겁함이다. 할 말을 해야 할 때 침묵은 용기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침묵만이 만사형통이 될 수가 없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침묵할 만큼 녹녹한 나라가 아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의 수많은 지식인들은 침묵 중이다, 아직 말을 해야 할 때가 아니어서 그런지. 괜히 먼저 나서서 침묵을 깼을 경우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라는 우려스러워 그런지 알 수 없다.

 

정작, 이들은 친구와 지인을 만나거나, 술자리에서, 혹은 자신의 사무실에선 침묵을 깬다.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을 김정은에게 갖다 바치려 한다.” “지금 경제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 “대한민국 안보가 무너지고 있다.” “그래, 맞아 박근혜 대통령은 죄가 없지, 억울한 측면이 많아.”

뒷전에서 이런 저런 해석을 더해가면서 격앙된 목소리를 토해낸다. 이야기에 취해서 “우리가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도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란 결론에 도달한다.

당장 토요일 태극기를 들고 서울역 나가 보자니, 몇몇 뜻있는 분들과 모여서 시국선언이라도 해야겠다니 아주 결기가 대단하다. 그러나 행동에 옮기지 못한다. 어젯밤 친구와 지인이랑 술 마셨을때의 결기는 사라지고 객기만 남는다.

‘세상이 하도 이상하게 돌아가서 말이 그렇다’는 얘기지 우리가 당장 무엇을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고 고개를 숙인다. 하나같이 '나 하나가 나선다고 나라가 바뀌는가' 반색 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시국선언을 온건히 받아줄 때도 없고, 좌파 정부는 배째라식이니 말해봐자 무슨 소용이 있느냐 반문한다.

침묵을 깼을 경우 뒷감당이 두렵기 때문이다. ‘괜히 쓸데없는 짓’을 해서 학교 재단이나 기업과 소속 집단의 눈 밖에 나면 좋을 게 없다는 뜻이었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허약한 지식인들의 비분강개함은 들리는데 그 침묵을 깨는 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당하고, 구속되고, 누명을 썼는데도 형제들마저 쉬쉬한다.

박정희 대통령 죽이기가 펼쳐지는데도 자식들은 모른 척 한다. 그저 세상 탓만 할 뿐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들만은 침묵을 지켜야 한다고 거든다. 대한민국이 곧 무너지는데도 말이다. 측은지심도 이론 측은지심론이 없다.

박정희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죽고, 또 대한민국의 자유가 죽어간 것도 결국 가장 먼저 입을 열어야 할 그들과 저들이 침묵을 지켰기 때문이다. 이것은 박정희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원했던 시대를 살아가는 비법이 아니다. 

정작, 침묵을 지켜야 하고 세상사 그저 앞만 보고 달려왔던 순수한 민초들이 침묵을 깼다.  이들은 태극기를 들고 당당히 맞서고 있다.

 

오히려 지식인 중에는 태극기 든 것을  폄하한다. "태극기를 든 사람들은 세상을 모르는 하찮은 사람들이야---"

지식인들에게 태극기를 들고 행동을 먼저하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태극기에 대해 조롱, 폄하는 하지 마라. 그 대들의 침묵을 책상 앞에서 혹은 술자리에서 안주 먹기로 악용마라.

한가지 들려주고 싶은 것은,

그대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당했을 때 침묵을 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구속 됐을 때도 침묵했다.

대한민국이 좌경화 되고 정체성이 짓밟혔는데도 침묵했다.

대한민국이 공산화 되었을 때 비로소 침묵을 깼다고?

그 때 당신은 이미 즉결재판에 넘겨져 서슬퍼런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을 때다.

대한민국이 죽고 사는 판에 언제까지 사무실, 골방과 술집, 레스토랑에 쳐박혀 침묵을 깰 것인가.

이 븅신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