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조세형 기사 다시는 적고 싶지 않다
도둑 조세형 기사 다시는 적고 싶지 않다
  • JBC까
  • 승인 2017.1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조세형 TV에 나온 거 봤는지”

지인 한명이 대뜸 조세형이 TV에 출연한 거 봤는지 물었다.  그 지인은 90년대 말부터 조세형 재판과 근황에 대해 취재를 했었고, 2004년 5월 그의 강북구 자택에서 단독인터뷰까지 한 인연을 알고 있기에 혹시 아는가 해서 물었던 것이다.

“난 보지 못했는데 조세형씨가 왜 나왔지”

“조세형이 비구니였던 전처와 함께 출연했는데”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아무리 방송이 소재 거리에 허덕인다고 해도 조세형과 비구니 전처까지 출연시키다니 순간 ‘정말 이건 아닌데’란 생각이 들었다.

90년대 중반부터 조세형  인권 보호와 그의 석방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기사를 수없이 내보냈다.

그의 공판이 있는 날이면 법정에 맨날 출석했다. 왜냐면 그는 좀도둑이 아니었다. 큰 도둑 소위, '대도'였다.

고관대작들의 집만 골라 털었던 그는 일반 좀도둑과는 완연 달랐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대범한 도둑질을 이해했고, 젊은 시절 청송교도소에서 복역중인 그의 인생 역정을 측은하게 생각했었다. 이로인해 90년대 말 조세형 신드롬까지 일었다.

당시 그를 체포했던 경찰과 주변에선 “그는 대도가 아닌, 그냥 좀도둑이다” 그만 기사를 내보내라 했지만, 인권차원에서 계속해서 후속타를 보도했었다. 

허나, 대도가 좀도둑이었다는  환상이 깨진 것은 2005년 5월 그의 강북구 자택에서 단독인터뷰 하면서 였다.

 당시 인터뷰 전문이다.

2000년 11월 24일 낮 일본 최고급 주택가인 도쿄도(東京都)시부야(澁谷)구 쇼토(松濤)의 주택. 한 60대 초반의 중년 남성이 주택과 아파트 세 곳에 들어가 손목시계, 라디오 등을 훔치다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혔다. 이 중년의 남성은 주거침입 및 공무집행 방해 살인 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지난 2001년 12월 19일 일본법정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중이었다.

그 중년의 신사가 바로 '20세기 대도(大盜)'로 통했던 조세형 씨(66)였다.

그가 당시 일본에서 도둑질을 하다가 붙잡혔다는 뉴스는 대도라는 별명을 무색케 할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그가 왜 좀도둑질을 했는지, 실제로 절도를 하기는 한 건지, 또 왜 하필 일본을 범행장소로 택했는지, 범행 때 드라이버만 소지했던 그가 흉기를 휘둘러 경찰관을 다치게 했는지 등 범행 내용과 배경을 놓고 여러 의문이 제기됐었다.

그 숱한 의문을 품게 했던 조 씨가 지난 3월 말 극비 귀국했다. 2개월 감형된 조씨는 지난 3월 18일 석방된 후 일본 출입국 관리소에서 5일간 머문뒤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의 귀국은 한두 명의 지인만 알 정도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 조 씨를 18일 저녁 서울 강북의 한 연립주택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 사건과 관련, 왜곡된 부분과 3년 4개월간의 옥살이 심경을 토로했다.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인 조 씨는 60대 중반의 나이답지 않게 여전히 건강해 보였다. 조 씨는 구면이었던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의 첫마디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것. 이 사건은 철저히 조작, 왜곡, 과장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했다. 그는 "칼을 사용해 일본 경찰을 찌르지 않았다"고 했다. 조세형 씨는 그런데도 "일본 경찰은 내가 마치 칼을 소지하고 자신들을 찔렀던 것으로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경찰이 칼의 출처에 대해 조사했다. 그 칼은 내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는 부랑자들을 상대로 강연할 때 일본의 한 전문 빈집털이범이 칼을 갖고 있었다. 혹시 범죄에 악용할 소지가 있을 것 같아 뺏어 보관했던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일본 경찰이 자신의 앞에서 총을 겨누고 쏘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총알의 각도와 관통한 부위만 확인하면 앞과 뒤에서 쏘았는지 알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본 경찰과 법원은 그 사실을 왜곡했다"고 밝혔다. "일본 경찰을 본 후 무심결에 도망갔다. 그런데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는 순간 총탄이 날아와 오른쪽 입술과 어깨를 관통했다"고 했다. 그는 "만약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면 현장에서 즉사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일본 경찰이 뒤통수를 향해 총을 쏜 것은 직무범위를 한참 벗어난 행위라고 주장했다.

조세형 씨는 "당시 물건을 훔친 것은 사실이다"며 고개를 떨꿨지만 "왜 물건을 훔쳤느냐"에 대해선 함구했다. "그것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재판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면서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며 이와 관련해서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뭔가 말 못할 사연이 물건에 얽혀 있다는 암시와 같았다.

그는 "일본 경찰이 나를 기소한 혐의가 절도나 살인미수가 아닌 주거침입, 공무집행방해, 총포도검류 소지 등 단속법 위반뿐이다. 절도에 대해선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한달 뒤 한국 정부에 지문을 의뢰한 후 내가 조세형이란 사실을 알고 절도죄를 추가로 넣었고, 살인미수죄는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 도둑의 원죄를 일본경찰까지도 이렇게 이용할 줄은 몰랐다"고 한탄했다.

당시 이 기사는 조씨의 주장 그대로 실었다.

 이 기사가 보도된 후 일본의 무리한 수사를 질타하는 지적과 조씨가 자신의 도둑 행각을 마치 일본의 무리한 수사로 몰고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당시 고관대작들 집만 털던 대도가 좀도둑으로 전락한 것을 아쉬워하는 여론도 있었지만 중요한 건, 바늘도둑이든 소도둑이든 도둑은 도둑이다.

 조씨는 분명한 도둑이다.

그 도둑의 인생살이를, 전 부인이었던 비구니 스님까지 출연시켜 “내 살아온 길을 묻지를 마라”는 식의 해명이 방송을 통해 흘러나왔으니, 참으로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는 도둑 영웅이 아니다. 법을 어긴자다. 더이상 그를 TV에서 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