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사저 X파일
노무현 사저 X파일
  • JBC까
  • 승인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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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잠입취재, 아방궁 비난 잠재워

 오늘(23일)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5주기입니다.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 23일 작고 했으니 세월 참 빠릅니다.

벌써 5주기라니 믿기지 않네요. 저는 노 전 대통령과는 작은 인연이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제15대 국회의원 시절이었던 1999년 국회 출입기자를 하면서 인연을 유지해왔습니다. 저는 2008년 1월 노 전 대통령 퇴임 한 달 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 짓고 있던 노 전 대통령 사저 구석구석을 취재 단독 보도했습니다.

지금이야 노 전 대통령 사저에 대한 관심이 줄었지만 당시만 해도 굉장이 관심거리였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은 사저에 대해 ‘호화판 아방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나라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 노 대통령이 퇴임후 살 집 치고는 규모가 좀 지나치지 않나 싶다”라고 비틀었습니다.

당시 대변인 이었던 나경원 의원은 “퇴임 후 성주로 살겠다는 것이냐? (사저를) 노무현 타운으로 불러야 할 것 같다”라고 비아냥 거렸습니다.

노 전 대통령 사저가 대체 어떠하길래 이런 비난이 쏟아지는 것일까? 저는 당시 노 대통령 사저에 잠입한 후 설계 도면까지 촬영했습니다.

삼엄한 경비로 인해 아무도 들어 갈 수 없었던 이곳을 어떻게 취재했느냐, 오늘 비로서 밝히겠습니다.

제 부친 묘지가 김해 노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 위치해 있습니다. 부친 묘소를 가면 한번 씩 들리는 곳이 노 전 대통령 사저였습니다.

2008년 1월 당시 저는 부친 묘소를 들린 후 논란이 됐던 노 전 대통령 사저로 향했습니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탓에 이곳은 일반인들의 접근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사저 취재를 하고 싶다고 요청 해본 들, 경호실측에서 받아줄 리 있겠습니까. 사저 주변을 흝어보니 인부들은 자유자재로 오갔습니다.

잔꾀를 냈습니다. 인부 복장을 해보자. 그 다음날 작업복 차림으로 다시 사저를 찾았습니다. 경찰 서너명이 지키고 있었지만 작업복을 입었던 탓에 별 제재를 받지 않았습니다.

이 때 주눅들어 주변 눈치를 살피면 바로 적발(?) 됩니다. 당당하게 사저안으로 향했습니다. 경찰과 사복차림의 경호원측은 “누구냐”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습니다. <당시 이곳에 경비를 섰던 경호원과 경찰 사과합니다>

그냥 사저 안으로 골인 했습니다. 그리곤 몰래 숨기고 들어간 소형 카메라를 사저 곳곳에 들이댔습니다. 내부 구석 구석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눈앞에 설계도면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 설계도면도 찍었습니다.

그리고 1층과 3층, 노 전 대통령이 묵을 안방까지 확인했습니다. 10여 분 만에 모든 취재를 완료 한 후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봉하마을 주차장쪽으로 걸어간 후 그곳을 빠져나왔습니다.

 

#2008년 1월 기사

‘다음달(2008년 2월) 완공 예정인 노 대통령 사저는 우리의 전통 주거 양식으로 지어지고 있다. 'ㄷ' 자 형태로 현재 공정률이 90%를 넘어섰고, 지금은 내부 마감과 조경에 한창이다.

김해시는 노 대통령 사저와 관련, "연면적 1277㎡(386평)에 지하 1층 지상 1층 구조로 신고됐다"라고 밝혔다. 대지 면적은 4290㎡(1297평)이다. 청와대가 밝힌 공사비는 9억 5000만원. 여기에 설계비 6500만원, 토지비 1억 9455만원이 더해지면 총 예산은 12억 955만원이다.

대지 4290㎡인 노 대통령의 사저는 역대 대통령 사저들보다 훨씬 크다. 현재까지 가장 넓은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818.9㎡)의 5배가 넘는다.

청와대는 최근 "노 대통령의 집은 방이 3개며, 검소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저 설계 도면을 확인한 결과 '검소'와는 거리가 있었다. 방 3개는 맞지만 그밖의 각종 시설물을 보면 과연 검소한 사저인가 의문이 들 정도다.

설계 도면에는 회의실·남녀 화장실·샤워실·격납고·통신실·창고·사무실·서재·경호원 대기실·접견실·주방 등이 갖춰져 있다. 여기에 지하 휴식 공간까지 있다. 마치 '작은 청와대'를 연상케 한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까지 갖췄다. 노 대통령 전용인 듯한 이 엘리베이터는 1층 노 대통령 부부 침실 바로 앞에서 탈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자연 채광이 가능하도록 건물 중앙의 천장은 유리로 만들어졌고, 1층을 통유리로 시공해 들판과 도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했다. 뒤뜰에는 적송 수십 그루가 심어졌다. 사저 진·출입로 정비, 조경, 실내 장식 등에 쓰일 100여 개의 큰 돌도 수북이 쌓여져 있다.

현장에선 마무리 공사 중이라 했지만 공사 규모와 진척을 봐서 노 대통령이 퇴임 후 바로 들어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현장 인부들에 따르면 1월 1일도 쉬지 않고 공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공사 현장에는 30여 명의 인부가 실내에 타일을 붙이고 건물 외벽에 방호 스티로폼 작업을 하고 있었다. 건물 곳곳에 건축 자재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전기선들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다.

공사 현장에는 일반인들의 접근이 통제되고 있다. 공사장에 가림막을 쳐 놓아 안쪽을 잘 볼 수 없고, 신원이 확인되지 않으면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공사 현장의 한 인사에게 다가가 사저 내부에 대해 질문하자 "우리는 모른다. 말할 수 없다"며 자리를 피했다.

사저 입구와 주변에는 경호실 직원들의 숙소 등 여러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 경호동은 사저 안에 들어설 경호원용 시설들과는 별개라고 한다. 사저 공사 현장을 지켜보던 관광객 전모씨는 "지하층을 깊게 파 경호실 숙소와 대통령 사저가 지하로 연결되는 것 아니냐"라며 호기심을 나타냈다.

확인 결과 이 추측은 틀렸다. 공사장 한 관계자는 "사저 입구에 경호실 숙소를 건립하다 보니 관광객들로부터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데 노 대통령이 무슨 죽을 죄를 지었다고 지하로 오가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김해 시내에서 봉하마을로 가는 도로에는 노무현 대통령 생가를 알리는 안내판이 곳곳에 붙어 있다. 봉하마을 입구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왕복 2차선 도로는 지난 여름 깔끔하게 보수 공사를 마쳤다. ’

#털털한 노무현

당시 이 기사가 보도되자 청와대가 난리 났었던 모양입니다. 청와대 경호실 측에서 즉시 신문사로 달려와 기사를 내려달라고 사정했습니다. 사저가 대통령 보안 상황에 해당되니 구석 구석을 밝혔을 경우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신문사측은 청와대 측의 요청을 수용해서 인터넷에 올린 기사는 삭제했고, 배달판 기사에선 싣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필자의 위 기사가 문제가 된 것만은 아닙니다. 당시 한나라당은 이 기사가 나간 후 아방궁이란 비난을 더 이상 하지 않았습니다. 방 세칸이 아방궁이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경호동 건물도 짓고, 접대응접실 등으로 인해 호화롭게 보일 수 있지만 지금와서 보면 역대 대통령의 사저와 비교할 때 노 전 대통령 사저는 검소합니다.

오늘 노 전 대통령 서거 5주기가 되니 당시 봉하마을 취재의 추억이 새록 새록 떠오릅니다. 요즘 박근혜 대통령의 히스터리식 정치 스타일을 보니 웬지 노 전 대통령의 웃는 얼굴이 그리워집니다.

노 전 대통령이 기타를 치고 불렀던 <상록수> 노래가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저들의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날들도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거치른 들판에 솔잎되리라~~’

노 전 대통령이 저승에서나마 세월호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그들의 영혼을 달래주었으면 합니다. 털털한 ‘바보 노무현’이 생각나는 오늘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