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아방궁' 논란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아방궁' 논란
  • JBC까
  • 승인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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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가 1일 일반인에 공개됐다. 이 사저가 공개되면서 작은 논란이 일고 있다. 2008년초 일었던 논란의 재현이다. 

당시는 노 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둔 2개월 전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 사저를 호화판 아방궁이라고 거센 비난을 했다. 한나라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 노 대통령이 퇴임후 살 집 치고는 규모가 좀 지나치지 않나 싶다"라고 비틀었다.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은 나경원 의원이었다. 나 대변인은 "퇴임 후 성주로 살겠다는 것이냐? (사저를) 노무현 타운으로 불러야 할 것 같다"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이번에 개방되어 사저를 확인해보니 "아방궁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나는 아방궁의 규모와 정도가 어디까지 인지는 모르겠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사저는 서민들이 사는 것과 거리가 멀었다.

나는 2008년 초 이 사저로 들어가서 구석 구석 취재를 했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호화 아방궁이다”고 비난했고, 청와대와 여당 측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나는 이런 논란을 잠재우는 가장 간단 한 것은 눈으로 확인하는 거였다.

그런데 당시 확인할 길이 없었다. 청와대 측은 “사저는 노 전 대통령 개인 집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김해시 측에 문의해도 똑같은 대답이었다. 청와대와 김해시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힐수록 궁금증이 커 갔다.

다만 한 가지 확인한 사실은 김해시는 노 대통령 사저와 관련, "연면적 1277㎡(386평)에 지하 1층 지상 1층 구조로 신고됐다"라고 밝혔다. 대지 면적은 4290㎡(1297평)이다.

청와대가 밝힌 공사비는 9억 5000만원. 여기에 설계비 6500만원, 토지비 1억 9455만원이 더해지면 총 예산은 12억 955만원이다.

그런데 대지 4290㎡인 노 대통령의 사저는 역대 대통령 사저들보다 훨씬 컸다. 이것이 아방궁의 빌미였다. 현재까지 가장 넓은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818.9㎡)의 5배가 넘었다.

당시 나는 눈으로 이를 확인했다. 사저 설계 도면을 통해서다. 사저 공사 인부 복장을 하고 사저 안으로 들어 갔다. 이를 확인 한 결과 청와대 측이 밝힌 '검소'와는 거리가 있었다.

방 3개는 맞지만 그밖의 각종 시설물을 보면 과연 검소한 사저인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설계 도면에는 회의실·남녀 화장실·샤워실·격납고·통신실·창고·사무실·서재·경호원 대기실·접견실·주방 등이 갖춰져 있었다. 여기에 지하 휴식 공간까지 있었다. 마치 '작은 청와대'를 연상케 했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까지 갖췄다. 노 대통령 전용인 듯한 이 엘리베이터는 1층 노 대통령 부부 침실 바로 앞에서 탈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자연 채광이 가능하도록 건물 중앙의 천장은 유리로 만들어졌고, 1층을 통유리로 시공해 들판과 도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했다. 뒤뜰에는 적송 수십 그루가 심어졌다. 사저 진·출입로 정비, 조경, 실내 장식 등에 쓰일 100여 개의 큰 돌도 수북이 쌓여져 있었다.

나는 이같은 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했지만 청와대 측은 이 기사를 삭제를 요구했다. 결국 2008년 2월초 대통령 안전을 이유로 기사가 삭제되었다.

이 사저가 1일 언론에 공개됐다. 당시 내가 취재한 대로 사저는 4천257㎡에 건물 총면적 594㎡ 규모다. 유족이 생활하는 사저동 구역과 경호원들이 근무하는 경호동으로 구분돼 있다.

사저동은 사랑채, 서재, 안채로 이뤄져 있다. 안채에는 노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컴퓨터와 물품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서재는 노 전 대통령이 독서, 집필 활동을 하거나 보좌진과 회의했던 공간이다.

나는 노 전 대통령 사저가 더 이상 "아방궁"이니 "아니니" 논란이 이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노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을 던지고 하늘로 가셨다.

노무현 정신만이 다시 살아나길 바랄 뿐이다.

노 전 대통령 서재에 걸려 있는 '사람 사라는 세상'이란 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