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박용오
굿바이 박용오
  • JBC까
  • 승인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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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뉴스 속보가 떴습니다. 박용오 전 두산 회장 사망. 박 전 회장이 1937년생이니, 
한국 나이로 73세. 그가 사망했다는 속보를 보면서 '아직 작고할 나이가 아닌데, 무슨 지병이 있었길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특별한 지병을 앓고 있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순간 자살하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박 전 회장은 자살이었습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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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객들에게 고개숙이는 유족들.

  박 전 회장의 죽음에 대해 추호도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니, 왜 하필 자살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재계 총수까지 자살을 하다니, 도대체 그 자살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충격이 얼마나 큰 것인가 생각해봤을까. 
 박 전 회장은 대한민국 최고 로열패밀리이지 않습니까. 사실 태어났을 때부터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봤을까요. 
  아시다 시피, 박 전 회장은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둘째 아들입니다. 박 전 회장은 이른바 '로열 패밀리'에서 태어나 경기고, 뉴욕대 등을 졸업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습니다. 
경력도 화려합니다. 합동통신(연합뉴스 전신) 이사,  동양맥주 사장, 두산상사 회장등을 거쳐 1996년부터 두산그룹 회장 직을 맡았습니다. 2005년에는 두산그룹 명예회장 직에 올랐습니다.핑계 없는 무덤이 없듯 그의 자살도 많은 이유가 있었겠지만 '형제의 난'도 한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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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전 회장은 2005년 두산가의 삼남인 박용성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추대된 데에 대한 반발하면서 '형제의 난'을 일으켰습니다. 자신의 큰 형, 현 박용곤 명예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동생 박용성 회장에게 넘길 것을 요구하자 박 전 회장은, 이사회 하루 전 날 '두산 그룹 경영상 편법 활용'이라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입니다. 이 사건이 '형제의 난' 발단이 됐습니다. 
 동생인 박용성 회장은 이에 대해 박 전 회장이 가족 모두에 대한 반역을 저질렀다고 공개적 공세를 취하는 등 입지를 고립시키며 심리적 압박을 가했었습니다. 이후 형제의 난은 박 전 회장이 지난해 3월 건설업계 50위 권의 성지건설을 인수하면서 공식적으로 정리됐습니다. 박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두산 형제의 난'으로 그룹은 물론 가문으로부터 제명됐습니다.
 그는 지난해 성지건설을 인수해 아들과 함께 경영을 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띄었으나 이 역시 글로벌 경제위기 등에 따른  자금난으로 결국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A4 용지 7장 분량의 유서는 박 전 회장이 직접 볼펜으로 쓴 것으로 보이며,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작성됐습니다. 
 유서에는 "회사경영이 어렵다, 채권 채무 관계를 잘 정리해 달라"는 글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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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오 전 회장이 김수환 추기경 조문하는 모습/연합뉴스

"회사가 어렵다"는 그의 유서를 보면서 쓴 웃음마저 나오더군요. 박 전 회장이 누굽니까.  
 자유분방하고 호방한 성격인 그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도 역임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어렵고 힘들어 자살했는지 모르지만, 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친구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회사가 어렵다고 자살, 벌써 나 같았으면 열번도 더 자살했겠다"
 아마도 이땅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분들도 다 제 친구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그들은 반문합니다. 그래도 죽지 않는 이유가, 아니 죽을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반드시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나의 목숨은 내 것이 아니다"고 반문합니다. 가족, 회사, 그리고 국가 것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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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사람은 "돈 많아도 자살하구나"라며 놀라워 하며 허탈해하더군요. 자신은 돈만 있으면 절대 죽지 않겠다는 것을 빗대어 표현한 것입니다. 
 박 전 회장의 자살은 좁은 집에서 오늘도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이 땅의 서민들에겐 큰 허탈감을 줍니다. 이는 박 전 회장만이 아닙니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자살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서민들 입장에선 돈과 지위가 있으면 남부러울 게 없는데 왜 자살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죠.
 허나 자살은 절망감과 불행감, 외로움 등에 따른 일시적 감정이 아니라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선택한다고 합니다. 남부러울 게 없는 사람일수록 이런 절대 고독에 빠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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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인사는 일반인보다 소외감이나 절망감을 더욱 심하게 느낀다고 합니다. 겉으로는 모든 것을 다 이룬 듯이 보여도 속을 들여다 보면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물론 사회적 지위나 재력, 외모가 ‘행복’을 가름하는 척도가 될 수는 없겠죠.
 자살을 하면 자살자는 동정심을 받기는 하겠지만, 그런 동정심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자살한 사람이 어리석었다는 인식은 영원히 남습니다. 자살은 이기적인 행위입니다.
 자살을 하는 자신은 번민을 탈피할 수 있겠지만 뒤에 남은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어떻게 자살을 택할 수 있겠습니까. 
 박 전 회장의 자살은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사건입니다.  암튼, 제발 자살하지 맙시다. 자살을 거꾸러 읽으면 '살자'입니다. 삽시다. 
  박 전 회장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