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 중년의 시한폭탄
황혼이혼, 중년의 시한폭탄
  • JBC까
  • 승인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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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다 키웠으니 헤어지자" 황혼이혼

 

 

출처=구글이미지

 

일본에서는 늙고 무능한 남편을 지칭하는 속어가 있습니다.

‘누레 오치바(젖은 낙엽)’와 ‘소다이 고미(대형 쓰레기)’입니다.

이는 남성 효능을 다해 처치 곤란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우리에게는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어느 날 동창회에 다녀온 아내가 화를 내더랍니다.

남편이 묻기를 돈이나 행색이 다른 동창에 뒤처져서 그러냐고 하자, 아내 왈 “나만 남편이 살아 있잖아!” 하더랍니다.

웃어 넘기기에는 뭔가 씁쓰레함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황혼 이혼.’

20년 넘게 결혼생활을 한 중ㆍ장년층 부부의 ‘황혼 이혼’이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황혼 이혼 건수도 신혼 이혼 건수를 처음 앞질렀다고 합니다.

20일 대법원이 발간한 2013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이혼한 부부 11만4,316건 가운데 결혼 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는 3만234건으로 전체 이혼 건수의 26.4%를 차지했습니다.

황혼 이혼 비율은 2006년 19.1%, 2007년 20.1%, 2008년 23.1%, 2009년 22.8%, 2010년 23.8%, 2011년 24.8% 등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면서 매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이혼 사유로는 성격 차이를 꼽은 부부가 절반에 가까운 5만3,292건(47.3%)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경제 문제 1만4,472건(12.8%), 배우자 부정 8,616건(7.6%), 가족 간 불화 7,381건(6.5%), 정신적ㆍ육체적 학대 4,759건(4.2%)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참 씁쓸하지만 현실입니다.

통계가 이러다보니 황혼이혼이라는 말이 이제 낮설지 않습니다.

 

 

사실 ‘황혼 이혼’하면 일본이 떠올려집니다.

일본 여자들은 순종형으로 남편의 온갖 횡포에도 꾹 참고 결혼생활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남편이 퇴직하면 그 동안 참고 참았던 세월을 보상 받으려고 하는 것이랍니다.

일본어로 후가락(後家樂)이란 말이 있습니다.

후가(後家)란 과부 또는 미망인을 뜻합니다.

그러나 깊은 뜻은 혼자되고 나서 가지는 인생의 즐거움을 가지는 중년여성을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시시콜콜 잔소리하는 남편도 없습니다.

경제권 등 집안의 실권을 쥐었으니 오늘은 온천, 내일은 미술관이나 박물관, 모레는 친구들과 경치 좋은 교외로 나가서 맛있는 점심 그리고 일 년에 한 두 번은 해외여행을 즐긴다고 합니다.

황혼 이혼의 증가로 일본의 50~60대 남자들은 ‘가을비에 젖은 낙엽’으로 불립니다.

황혼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에게 매달리는 남자들이 흡사 옷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 비에 젖은 낙엽처럼 보인다는 까닭입니다.

이 와중에 나리타공항은 황혼 이혼의 한 상징적 장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 이처럼 황혼이혼이 늘고 있는 원인으로는 오랫동안의 대화부족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남편의 경우 회사 업무와 사회 생활 등으로 바삐 사느라 평소 아내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다가 퇴직후 갑자기 할일이 사라지면서 아내에게 기대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여성의 입장에서는 퇴직후 집안에만 틀어밖혀 지낼 남편에 대한 부담감, 즉 ‘부재택(夫在宅)스트레스증후군’에 시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부부가 남편의 정년퇴직을 기념해 갑자기 여행을 떠났다가 여행도중 사소한 일로 다투거나 상대의 몰랐던 흠까지 눈에 띄면서 갈등하다 결국 이혼까지 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출처=구글이미지

 

한국도 일본 황혼 이혼과 비슷합니다.

옆집 사는 부부가 황혼이혼을 하면 동네 화제감이었지만 이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혼을 하면 결혼기간 중 공동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재산에 대해 최대 40%~50%의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위자료까지 받습니다.

이혼을 하는 경우 남자가 위자료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황혼이혼은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황혼이혼을 생각하는 이유 중 큰 하나는 남편이 집에 들어 앉아 사사건건 간섭하고 잔소리를 하기 때문입니다.

‘시집살이’가 따로 없어 ‘남편살이’란 말이 생길 정도입니다

남자는 은퇴를 하면 하루 종일 ‘파자마 맨’이 됩니다.

‘거실남’ ‘TV 맨’으로 하루 종일 TV만 보다가 세끼 밥 다 차려 달라는

‘삼식(三食)이’가 되어 버리고 맙니다.

황혼 이혼의 80%는 여자쪽에서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여성들이 황혼이혼을 요구하는 좀 더 구체적인 이유는 ▲남편의 권위적인 자세, ▲일방적 대화, ▲퇴직으로 인한 경제력 상실, ▲매사에 잦은 간섭 등이라고 합니다.

세상의 결혼 가치 기준도 빠르게 변한 것도 한 이유입니다.

‘자식 때문에 참고 산다.’는 말이나 ‘수십 년 참았는데 다 늙어서 이혼하면 뭐하느냐’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된 것 같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자식들 때문에 억지로 살았습니다. 늙으면 좀 나아지겠거니 하면서 수 십 년을 살았지만, 독불장군 같은 성격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책이란 소리를 들으면서도 이혼을 결심하게 됐다”(50대 초반 주반 Y씨).

“남편과의 갈등은 퇴직을 한 뒤 더욱 심해졌습니다. 남편의 독단적인 성격을 알면서도 그나마 지금까지 살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이 ‘회사에 가 있는 시간만큼은 자유로웠는데, 퇴직 후 하루 24시간을 남편과 함께 하니 하루에도 몇 번씩 부딪히게 되면서 더 이상은 참기가 힘들었습니다.”(50대 중반 K씨)

참 씁쓸하지만 이것이 2013년 대한민국 황혼 이혼 현실입니다.

 

 

 

 

노년의 부부현실을 표현한 우스갯 소리 하면서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남자가 ‘노년이 되면 필요한 5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마누라, 둘째 아내, 세째 애들 엄마, 네째 집시람, 다섯째 와이프.

반면 여자가 '노년이 되면 필요한 5가지'입니다.

남편은 아예 빠져 있습니다.

첫째 돈, 둘째 건강, 세째 딸, 네째 친구, 다섯째 찜질방.

중년남성들이여.

당신에게 황혼 이혼  언제 닥쳐올지 모릅니다.

“설마 내 아내가 이혼 생각?”

"천만입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아내의 속은 모릅니다.

있을 때 잘 하십시오.

중년 부부여 오늘만은 황홀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