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내가 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 JBC까
  • 승인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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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게 아니다. 살아 남는 자가 강하다.’

지난 9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전남 곡성 출신의 3선 이정현(전남 순천)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되자 이 문구가 떠올랐다. 

이 문구 만큼 그를 잘 대변하는 것은 없을 게다. 그는 새누리당에서 살아 남았기에 결국 오늘날 집권당 대표에 올랐다.

나는 그와 술을 마시면서 까지 절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지나 가다가 마주치면 "아, 잘 계시죠"등 인사말은 주고 받는 사이였다.   이 대표와의 인연은 1999년 2월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을 출입하면서 였다. 

당시 한나라당은 이회창 총재 체제 시절이었고, 당사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편에 있었다. 그는 한나라당 사무처 대변인실 소속이었다. 그는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건네고, 소속 의원들의 보도자료까지 챙겼다.  
 

당시 한나라당 기자실은 3층에 있었다. 3층에는 중앙기자실과 지방기자실 두 개가 있었다. 이 대표가 머물렀던 방은 중앙기자실 옆 방이었다. 별도 칸막이가 없었다. 

당시 그 방에는 장관근 부대변인이 있었다. 장 부대변인은 훗날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또 배용수 전 국회도서관장이 대변인실 행정실장 이었다. 

이 대표는 늘 바삐 움직였다. 참 부지런 하고 성실했다. 매사 적극적이었다. 영남권 보수당을 상징했던 한나라당 사무처 직원이었던 그가 호남 사투리를 구사하면 눈에 색안경을 끼고 보던 시절이었다. 그런 그가 '살아남으면서' 집권당 대표로 선출되었으니 누구보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이 대표는 지역적으로는 영남, 계층적으로는 사회 엘리트층이 포진한 현 새누리당 주류의 체질과는 상반된 인물이다. 무엇보다도 호남 출신이다.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출마한 당권주자 중 유일한 호남출신이었다. 

그는 자신을 스스로 낮춘다. 대개 출세한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를 밝히기 꺼려 한다. 그러나 이 대표는 자신을 “머슴”이라고 표현한다. 나는 그가 새누리당 대표 선출 후보 연설에서 "말단 사무처 당직자 시절부터 시작해 이날 이때까지 16계단을 밟아 여기까지 왔다"고 소개한 것을 보았다. 

이 대표의 16계단은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는 매 계단 마다 고난을 극복하고 살아남았다.

그러면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선 누구를 만나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이 대표 인생의 전환점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이다.

박 대통령과의 인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노무현 탄핵' 역풍에 휘청거렸다. 광주에는 한 명도 출마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패배가 예정된 광주 서을에 도전했다. 그 뒤 낙선자를 위로하는 자리에서 이 의원은 박근혜 당시 당 대표에게 "한나라당이 호남을 홀대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박 대표는 그를 당 부대변인에 앉혔다. 이후 이 의원은 박 대통령 곁을 내내 지켰다. 2007년 당내 대선 경선 때 박 대통령의 공보특보를 맡았다.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지냈지만 19대 총선 때 다시 광주 서구을에 출마해 낙선했다. 또 다시 2014년 순천시ㆍ곡성군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 파란을 일으켰다. 

18년만에 호남에서 탄생한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주인공이 됐다. 역경을 디딘 정치적 이력을 인정받은 이 의원은 당내에서 두 차례 최고위원을 지냈고,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2013년)과 홍보수석비서관(2013∼2014년)을 맡는 등 입지전적인 행적을 밟았다. 마침내 그는 집권당 대표가 되었다. 

나는 이 대표가 한국 사회에 뿌리박힌 혈연 학연 지연 등을 타파하고 새로운 정치를 실현할지 주목하고 있다. 관료 집단 그들의 철밥통은 아주 고약하고 만만치 않다. 

그가 우선적으로 이런 철밥통을 하나 하나 깨뜨려주길 바란다. 공직자 철밥통 관행이 깨져야 나라가 바로서고 공직도 바로선다. 그러면 국민이 행복하다. 국민은 그의 편이다.

그리고 이 대표의 그 다음 17계단이 궁금하다. 국민의 손을 붙잡고 그 계단을 뚜벅 뚜벅 올라가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