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과 선장
정홍원과 선장
  • JBC까
  • 승인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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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총리와 이준석 선장 뭐가 다른가

아주 비겁하고 옹졸하다. 실종자 가족으로부터 '물세례 받은 공직자', 정홍원 총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정 총리는 지난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부실한 대처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진 사퇴의사를 밝혔다.

같은 시각, 이날 비가 내리는 날씨에 우산을 든 조문객들은 분향소에 들어서기까지 3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200명 이상 합동 조문을 하게 했지만 길게 늘어선 조문행렬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2시간의 기다림 뒤에 주어진 1분 남짓의 합동분향 시간동안 조문객들은 영정 앞에 고개를 숙이고, 각자의 사연을 담아 희생자를 애도했다. 조문객들은 애도의 뜻을 표하기 위한 검정리본을 영정 앞에 봉헌하며 눈물을 흘렸다.

2014년 4월 27일 ‘개한민국 총리’와 ‘대한민국 국민’이 보여준 극명히 다른 광경이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의 본부장인 정 총리가 사의 표명을 통해 또 한번 대한민국 국민에게 무책임 공직자 극치를 보여줬던 반면, 대한민국 국민은 이날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빗물에 눈물을 흘려보냈다.

나는 정 총리의 사의 표명을 본 후 도대체 이 나라 공직자 대가리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그 대가리를 해부하고 싶을 따름이다.

정부의 각종 행정 안전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에 대해 통렬한 책임을 져서 사퇴 하고 싶다는 의사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사퇴란 시기가 있다. 110여 명의 실종자가 아직 차가운 바다에 남아있고, 지속적인 수색작업과 실무적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세월호 선내에서 단 한명의 시신을 더 발굴하기 위해 바다와 사투를 벌이는 구조대원들, 실종된 아이들이 발견될까 노심초사하며 뜬 눈으로 밤을 지세우고, 아이들에 대한 구조가 잘 되어도 내 아이 죽지 않았을 건데 울분과 비통함을 보이는 부모들, 아이들 죽음에 충격 받은 전 국민---.

이런 상황을 모르는지,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했는지, 정 총리가 사의를 발표했다. 그런 상황분별 조차 모르는 총리가 이번 사고 대책본부장이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물세례만 받은 게 다행이다. 정말 유족 및 실종자 가족들에게 끌려가 팽목항 앞바다에 내동댕이 안 처진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야당은 항상 사건이 발생하면 책임자 처벌하라며 빽빽 거렸는데 이번엔 그 목소리마저 사라졌다. 나는 이번 참사에서 사라진 야당의 목소리를 찾았는데, 그나마 어제 정 총리의 기자회견을 본 후 “비겁하다. 무책임하다”고 말한 ‘뒷북치’는 안철수와 입만 나불 거리는 김한길 대표의 말에 공감한다.

 

아마도 대다수 국민들도 정 총리의 사퇴 발표에 대해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사퇴를 하더라도 사고를 수습하고 나서 해야지, 갑자기 ‘못 하겠다’ 내팽개치는 것은 공직자의 무책임과 무능을 전적으로 보여준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의는 수리하되 사퇴 시점을 사고 수습 뒤로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이미 현장 장악력과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 총리를 붙들어 두는 게 좋은지 의문이다. 차라리 대통령이 직접 사고대책본부장 역할을 하겠다는 자세로 후속 작업을 지휘하고 정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는 게 낫다고 본다.

 

총리를 집으로 돌려보내란 말이다. 그렇게 해야 국민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 나는 이런 노브레인 총리가 사고수습본부장이었다는 것에 대해 이준석 선장이라는 그 악마 새끼와 뭐가 다른지 곱씹어 생각해도 다른 이유를 모르겠다.

참으로 그 역겨움이 치밀어 오른다.

그래 총리님, 사고수습 하느라, 고생하셔수다. 푹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