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눈물 담화
박근혜 눈물 담화
  • JBC까
  • 승인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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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담화에 담긴 눈물, 국민 기억해야

 

“이제 굳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대로라면 침몰할 수밖에 없으니···” 19일 박 대통령의 담화가 발표되자 한 원로 언론인 선배가 탄식조로 내뱉은 말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해양경찰청 해체, 각 부처에 분산된 안전 관련 조직을 통합한 국가안전처 설치 등의 대책을 쏟아냈다.

박 대통령은  20여분 동안 원고지 58장에 이르는 긴 담화문을 읽으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그러나 기자들의 질문은 허용하지 않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전달했다. 여전히 ‘불통’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박 대통령 특유의 ‘질책과 남탓’은 이번 담화에서도 되풀이됐다.

“해경은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 “안전행정부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해양수산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날 대국민 담화 하이라이트는 박 대통령의 ‘눈물’이었지만 사과나 눈물의 진정성 등과는 별개로 나는 대통령의 담화를 지켜보면서 ‘노브레인 정부’에서 나온 ‘노브레인 담화’라는 거 이외, 딱히 말 할 게 없다.

따져보자. 박 대통령이 이날 내놓은 대책은 국가안전처 신설 외에 해양경찰청 해체, 안전행정부 및 해양수산부 기능 축소, 공직사회 인사 제도 혁신, ‘관피아’(관료+마피아, 민관 유착) 철폐 방안 등이다.

나는 대통령이 이런 내용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것도 의구심이지만, 그 형식과 절차를 제대로 거쳤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이 발표한 담화문의 내용은 둘째치더라도 이 담화문을 ‘노브레인 담화’라고 말하는 것은 누구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대국민 사과 성명 발표 날짜에 맞추기 위해 몇몇 사람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허겁지겁 만든 대책이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사고가 수습되지 않는 마당에, 실종자 찾는 데 정부의 모든 역량을 다 쏟아부어야 할 때, 해양경찰청을 폐지히고, 해수부, 행안부 기능을 쪼개서 이리저리 갖다 붙이는 것이 올바른 순서인가 되새겨 볼일이다.

 

무엇보다 순서가 틀렸다. 면밀한 진상규명을 통해 잘잘못을 따지고,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무엇이 문제였는가 전문가들의 현장 목소리 수렴 등의 과정을 생략하고 대책부터 내놓았다. 노브레인의 극치다.

‘정부의 뇌’가 살아 있다면 이런 담화가 발표 되지 않았을 것이다. 설마 지난 13일 열린 국무회의 세월호 관련 난상토론에서 ‘수첩장관’들이 쏟아낸 내용을 모조리 모아서 담화로 발표하지는 않았는지 긍금하다.

대부분의 내용이 정부조직법 개정 등 국회에서 처리가 이뤄져야 해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야당과 별다른 협의 절차 없이 대통령 단독으로 발표해 버렸다. 청와대가 결론을 내리고, 국회는 이를 처리하라는 식이다. 오만의 극치다.

해경 해체 등 정부조직 전반에 대해 ‘매스’를 들이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이것은 오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아무리 대통령이라지만, 61년 조직을 국민 공감대도 형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루 아침에 무우 자르듯, 자르는 대통령의 결단이 섬뜩하다.

대통령 담화를 통해 ‘해경 해체’를 들었을 그 조직의 아내와 자식들은, 그리고 해경을 꿈꾸며 시험을 준비해온 수험생들 입장을 고려해보았는가.

해양경찰청청장 임명 계급장 달아주는 박 대통령, 이제 그 계급을 떼다니---

하기사 해경 해체가 발표되자 마자, 해경의 수장이라는 김석균 청장의 멘트가 걸작이다.

“해경 해체 겸허히 수용 하겠다”

에끼, 이 사람아! 아무리 대통령이 해경 해체를 발표했지만 대통령의 말에 의해 61년 동안 나라와 국민의 안전을 지켜온 등대의 역할을 해양경찰이 폐지되는데도 해경 조직원들의 입장과 의견에 대해 항변조차 못하고 ‘수용’이라니.

이런 청장을 청장으로 모신 해경 조직원들이 참으로 측은하다. 이런 청장에게 국민의 이름으로 ‘노브레인 청장’ 상패를 수여 해줘야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정말로, 해경 중 이 자의 귀싸대기를 한 대 후려 갈 길 조직원은 없는가.

왜 그러냐면, 대통령은 해양경찰청 등 정부 하부기관의 폐해를 언급하면서, 그 조직을 지휘하며 끌어왔던 국정운영 주체로서 청와대의 성찰이나 자기반성이 없었다.

최소한 청와대가 정책 방향이나 초기 대응 과정에서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앞으로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해야 옳았으나 철저히 침묵했다.

‘국가 개조’를 말하면서 가장 필요한 대통령의 개조, 청와대의 개조, 인적 구조 개조 의지는 전혀 없었다. 따라서 세월호 대안들이 과연 사태에 대한 성찰과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나온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가 침몰한 것도, 세월호가 침몰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구할 수 있었던 수백명의 고귀한 생명을 잃은 것도, 그리고 잃을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 모두가 대통령의 책임이다.

그런데도, ‘사고 원인과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재발방지 대책 마련’의 절차를 무시하고 사후 대책을 먼저 내았다.

사고 원인과 진상, 구조·수습 과정에서 무능과 부실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묻지 않은 상태에서 마련한 대안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관료들의 탁상에서 급조된 졸속, 전시용 대책에 머물기 쉽다.

그래서 나는 대통령이 뒤늦게 눈물을 흘리든 말든, 성당에서 ‘내 탓이요’라고 가슴을 치든 말든, 이런 대통령의 담화는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최종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말은 했다. 그런데, 여전히 ‘남 탓’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담화에서 책임의 내용이 무엇인지, 어떻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통해 기존의 국정운영 기조를 반성하고 ‘환골탈태’하기보다는, ‘대통령의 눈물’이라는 다분히 감성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위기를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국가 개조’ 운운했다. 그렇다면 해경을 해체하고, 몸통은 남겨둔 채, 팔 다리만 이리 저리 갖다 붙이면 인조인간이 탄생하는가.

한마디로 개조할 것은 바로 이 정권이다. 과거 정부부터 능력도 안 되는 사람들을 천지사방에 낙하산으로 내려 보냈다. 현 정권에서도 보은 낙하산이 되풀이 되어 왔다. 이것이 박 대통령이 말하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인가.

이렇게 해서 내려간 공무원들이 산하기관에 버티고 있는데, 그 조직이 잘 되는 것은 언발에 오줌누기다. 선거철만 되면 줄서기를 통해 자신의 출세와 이익과 영달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공직자들,

이들이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이번 기회로 ‘관피아’를 철저치 차단하겠다고? 청와대 처 박혀 있는 ‘청피아’(청와대 마피아)부터 싹뚝 자르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런 것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과정에서 발표된 대통령의 담화가 노브레인 담화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과’는 있었지만, ‘반성’은 보이지 않는 담화, 각계 전문가나 시민사회와의 토론이나 공감대도 없었던 담화, 세월호 참사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에 나왔던 후다닥 담화, 야당을 무시한 담화, 대통령 혼자 단상에 서서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원맨쇼’ 담화, ‘셀프 조사’와 ‘셀프 개혁’ 담화, 그 책임을 하부조직에 전가하는 무책임한 담화···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굳이 박 대통령만의 책임이겠는가.

노브레인 국민 탓은 아닌가.

나 자신에게도 되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