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대변인과 청레기
민경욱 대변인과 청레기
  • JBC까
  • 승인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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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입'이 또 화를 불렀다.

“시신 1구당 500만원” 어제(25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발언이 알려졌을 때, 이상하게 박근혜 대통령 얼굴이 떠올려졌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박 대통령 혼자서 ‘북’치고, ‘장구’ 치고 그러는데, 참모라는 자들은 툭하면 언행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으니 참 딱해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특히 죽음 앞에서 더욱 그렇다. 더욱이 대통령의 ‘입’이어야 하는 청와대 대변인은 ‘주디’가 무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 잡배꾼이나 다를 바 없다.

민 대변인의 논란 발언은 점심 식사에서 나왔다. 24일 민 대변인이 청와대 출입기자 일부와 점심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사고 현장에서 들려온 ‘풍문’ 수준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 청와대 출입기자는 1호 기자로 불릴 정도로 권력의 정점에 있는 취재원을 취재한다.

민 대변인 발언도 문제지만, 기자들이 대변인과 점심을 먹으면서 이따위 풍문 이야기를 주고 받으니 요즘 기자를 향해 퍼붓는 ‘기레기’란 말이 그냥 나온게 아닌 것 같다. 이번참에 ‘청레기’ (청와대 쓰레게 출입기자) 하나 더 추가다.

다만, 민 대변인과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았을 때 이를 주요 문제로 보고 기사를 적은 이 기자만은 ‘청레기’에서 제외하겠다.

민 대변인이 일부 청레기들과 밥 처먹을 땐 아마도 계산은 ‘청와대 카드’로 했을 것이다. 카드를 사용했을 때 돈은 어디서 나가겠는가.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간다.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 간 돈으로 밥을 처먹으면서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자와 출입기자들이 풍문 이야기나 주고 받았으니 정말 한심하기 그지 없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나듯 아무 이유없이 민 대변인이 혼자서 실언을 내뱉진 않았을 것이다.

나도 한 때 국회를 출입하면서 정당 대표와 대변인 등 당 관계자들과 자주 밥 많이 처먹었다. 그런데 아무리 밥을 처먹더라도 시대 상황에서 거슬린 발언을 했던 당 관계자를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물론 당 핵심 인사가 술 처마신 후 잘못 내뱉은 말이 부메랑으로 돌아 간 적은 몇 번 있었다. 그런데 민 대변인이 기자들과 점심 처먹을 때 낮술을 했었는지 안했는지 모르지만 맨정신으로 이런 말을 했다는 게 참으로 기가막힐 따름이다. (나의 경험상 당 핵심 관계자 및 대변인과 밥먹을 땐 늘 술이 곁들여졌음).

세월호 참사 관련 이 자의 입은 지난번에도 구설수에 올랐다. 이 자는 지난 달 21일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 대해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서 먹은 것도 아니다”면서 “쭈그려 앉아서 먹은 건데 팔걸이 의자 때문에, 또 그게 사진 찍히고 국민 정서상 문제가 돼서 그런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진도실내 체육관에서 탁자 위에 놓인 응급 의약품을 밀어 놓고 라면을 먹은 서 장관을 비호한 ‘계란 라면’ 발언에 이어 또 다시 ‘청와대 입’이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이 자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면 뜻이 잘못 전달 됐다니, 혹은 이를 보도했던 출입기자 징계로 이어진다.

이번 잠수사 시신 돈 발언도 논란이 일자 뜻이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25일 “토요일(24일)에 기자들 몇과 식사 자리에서 구조 작업 관련해 대화를 나누던 중에 그런 말도 있더라는 걸 주고받는 과정에서 나온 내용”이라며 “기자들에게도 사실에 근거해 단정적으로 전한 말도 아니었고, 시신을 어떻게든 빨리 수습하려면 재정 투입도 빨리 돼야 한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전하면서 언급됐던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앞서 계란 라면 발언을 했을 때 기자들에게 비보도(오프 더 레코드) 요청을 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보도하였다는 이유로 경향신문 등 출입기자들에게 징계를 내렸다. 여기엔 청와대 출입기자 간사들간의 협약이 있었다.

약간 지나간 이야기지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를 보도했던 기자의 징계. 청와대가 불편할 수 있는 ‘사실’을 기사화 했다는 이유가 청와대를 취재할 권리마저 박탈당할만한 일인가?

정부관련 취재과정에서 비보도 혹은 엠바고(일정 시점까지의 보도 제한)가 필요한 중요 사안들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라면 발언이 엠바고 이고, 국가 보안인가. 이 자의 라면 발언이 국가 정책 보안을 깬 보도인가.

청와대 출입 기자단은 권력의 핵심에 보다 깊숙이 접근하여 자유롭게 취재하고 국민에게 이익이 되도록 보도할 것이라는 기대에서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정부의 비위를 맞추고 협조하기 위함이 아니다.

난 이 자가 공직자 출신 대변인이라면 팩트의 실언을 할 수 있다고 이해해 줬을거다. 그러나 이 자는 기자 출신 대변인이다. 기자는 ‘팩트’를 먹고 산다. 10% 팩트가 있으면 90% 가공해서 그럴듯 하게 기사를 적는 게 기자다. 기자와 밥을 처먹을 때 그런 발언을 하면 논란이 될 것인지 몰랐단 말인가.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언론사 후배이고 내편이어서 기사를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가.  그의 해명은 결국 변명에 불과하다.

알고 보니 그는 대변인 임명때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자다. 그는 KBS 전 앵커를 역임했다. 그는 대변인 임명 불과 3개월 전인 작년 10월까지 KBS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9시뉴스의 앵커를 지냈고 대변인으로 임명된 오전까지 문화부장 직함을 유지한 채 KBS 보도국 편집회의까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에는 현직 언론인으로 오후에는 정권의 입으로 옷을 갈아입는, 막장 드라마에나 있을 법한 기이한 일이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인의 직업윤리를 정면으로 거스른 대변인 발탁이었다.

집권자가 자신의 '입'을 임명하는데 과정이 옳고 순탄치 않으면 늘 탈이 나게 마련이다. 임명과정이 투명하지도 깔끔하지도 못했는데 이런 대변인 입에서 애초부터 국민의 귀를 즐겁게해주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착각이었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야당은 물론 네티즌까지 가세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그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나는 그의 사퇴를 반대한다. 유병언 비호 구원파 신도들의 구호처럼 참모들을 데리고 “갈데까지 가봐라”.

박 대통령의 고집 불통과 무능, 무참모, 노브레인 장관, 여기에 ‘입’까지 더해 졌으니 남은 이 정권 그 끝이 보인다. ‘인사가 만사’가 아닌 ‘인사가 망사’가 되어 가고 있다.

이를 어찌할꼬~~~